수하르토

수하르토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네덜란드 식민지 육군에 들어가서 하사관학교를 졸업했다. 1942년 일본이 네덜란드로부터 인도네시아를 빼앗았을 때 그는 일본군사령부 휘하 방위군에 들어가서 장교 교육을 받았다. 애초에 그는 일본 점령군을 환영했으나 1945년 항일 투쟁에 참가하게 되었다.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하자 그는 인도네시아를 다시 장악하려는 네덜란드에 맞서 게릴라 부대에서 활약했다. 1950년 인도네시아 공화국이 출범할 무렵 그는 육군 중령으로 진급했다. 1965년 9월 30일 수하르토는 육군전략사령부 사령관으로서 군대를 이끌고 공산주의자들의 쿠데타라고 알려진 사태를 진압했다. 몇 개월 뒤에 그는 공산주의자와 좌파 인사들의 축출에 나섰는데, 그 와중에서 군대는 50만 명이 넘는 현지 중국인들을 학살했다.

1966년 수하르토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인도네시아 정부를 장악했고 1968년에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후 그는 외딴 시골 마을에까지 도로, 전력, 관개 시설을 갖추게 하는 근대화 정책을 실시했으며, 가족계획 프로그램으로 인도네시아의 출산율을 크게 저하시켰다. 하지만 수하르토는 철저한 독재정치로 일관했다.

1975∼76년 그의 정부는 무력으로 티모르티무르(동티모르)를 인도네시아에 병합했다. 그 과정에서 티모르인 약 20만 명이 살해되었으며, 고문당하거나 투옥된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수였다.

수하르토의 근대화 정책에 힘입어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적·정치적 중심지로 발전했으나 그와 동시에 1998년까지 심각한 문제들도 계속 쌓여갔다. 수하르토의 소수 측근들은 수익성이 높은 각종 정부계약들을 독점했다. 또한 그의 가족들이 정실을 이용해 온갖 부패 행위를 저질렀다.

또한 아시아 경제위기가 인도네시아를 덮치면서 5월 12일에는 전국적인 폭동이 일어나 5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수하르토는 권좌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으나 여론의 반대는 매우 거셌다. 혁명이 발발할 가능성에다 더 이상 군대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그는 1998년 5월 21일 부패와 잔혹행위로 얼룩진 근대화와 경제성장을 유산으로 남긴 채 사임했다.

수하르토는 하야한 후 정계에서 은퇴하고 조용히 말년을 보내다가 2008년 사망했다. 2004년 국제투명성기구(Tranparency International/TI)는 32년간 독재정치를 한 수하르토를 '20세기에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뽑았는데, 그가 재임하는 동안 부정축재한 돈이 약 3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