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록
다른 표기 언어 受寶籙요약 1393년(태조 2) 10월 정도전(鄭道傳)이 지은 악장.
정도전은 〈납씨곡 納氏曲〉·〈궁수분 窮獸奔〉·〈정동방곡 靖東方曲〉·〈문덕곡 文德曲〉·〈몽금척 夢金尺〉·〈수보록〉 등의 악장을 지었는데, 모두 〈삼봉집 三峰集〉에 한시 형태로 전한다. 이중 〈수보록〉은 사언일구 총 16구로 되어 있어 시경체(詩經體)라 할 수 있고, 글자수가 일정하지 않은 것은 초사체(楚辭體)에 가깝다.
내용은 〈몽금척〉과 유사하게, 태조가 꿈에 하늘에서 내린 금척(金尺)을 받고 지리산 석벽 속에 있는 이상한 글을 받는 등 왕위에 오를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원래 새해 첫날 아침에 대궐 안의 조회에 사용될 목적으로 지어진 두 작품은 노래로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궁중무용인 정재(呈才)로 편성해서 새 왕조의 궁중 무악(舞樂)으로 만들어 특히 중요시되었다(→ 수보록). 정도전이 한시로 지은 사설에 정재의 절차에 따라서 부르는 치어가 갖추어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래 곡조는 당악을 택했으며, 속악곡을 쓴 〈정동방곡〉·〈납씨가〉와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선율은 〈의례경전통해시악 儀禮經傳通解詩樂〉의 〈녹명 鹿鳴〉 제1장과 같고 2번 반복된다. 지금은 연주되지 않고 단지 〈악학궤범〉에 악보와 가사가 전하는데, 세종 때에는 동지(冬至), 정조(正朝:설날 아침) 및 8월과 9월의 양로연(養老宴) 아악으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