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력

선명력

다른 표기 언어 宣明曆

요약 중국 당(唐)나라 때 서앙(徐昻)이 만든 역법.

이 역법은 822년부터 당나라에서 채택되어 892년까지 사용된 것으로, 당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역법이었다. 1년을 365.2446일, 1개월을 29.53059일로 정했는데, 〈당지 唐志〉에는 선명력을 대연력(大衍曆 : 당나라 승려 일행이 만든 역법) 이후 가장 훌륭한 역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선명력은 일월식의 계산 방법에 뚜렷한 진보가 있었다.

즉 일월식 때 태양시차의 계산법을 개량하여 시차(時差)·기차(氣差)·각차의 3가지에 가차까지 고려함으로써 시차의 영향을 거의 완전히 계산할 수 있었다. 이에 청(淸)나라의 역산가 완원(阮元)의 〈주인전 疇人傳〉에서는 "역서 계산에서 가장 어려운 월식 계산에 3가지 차이의 방법(시차·기차·각차를 말함)을 쓰게 되면서부터 그 예보가 점점 정확하게 되었다"면서 선명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일본은 발해를 통해서 이 역법을 받아들여 862~1684년에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말기부터 고려 충선왕 때까지 이 역법을 준용했다. 〈증보문헌비고〉 상위고1 역상연혁(曆象沿革)에 의하면 "고려 태조 때에는 당나라의 선명력을 이어받아 썼으며, 충선왕 때에 이르러 원의 수시력(授時曆)으로 바꾸어 썼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신라에서도 선명력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나라에서 선명력을 채용한 시기가 통일신라시대 후기였고, 나당 사이에 사신이 빈번히 왕래했었던 점으로 보아, 830년경에는 신라에서도 선명력을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고려 충렬왕 때까지 약 500년 간 선명력이 쓰였다. 고려시대 수시력이 들어온 이후 조선시대 초기까지도 수시력의 일월식 계산법을 몰라 선명력의 계산법을 그대로 이용했다고 한다. 선명력은 〈고려사〉에 전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