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왕가

서왕가

다른 표기 언어 西往歌

요약 고려말 나옹화상(懶翁和尙) 혜근(惠勤:1320~76)이 지은 불교가사.

총 96구. 가사문학의 효시로 꼽힌다. 세상만사가 몽환이니 세상락에만 탐착하지 말고 선지식을 친견해서 일심성력으로 염불해 왕생하자고 권면하는 내용이다. 해인사 장판(藏板) 중의 목판본 〈신편보권문 新編普勸文〉에 〈나옹화샹셔왕가〉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예천 용문사에서 판각한 뒤 팔공산 수도사에서 재간한 목판 〈나옹화샹셔왕가〉를 비롯해 영변 용문사의 삼간본, 해인사의 오간본(五刊本) 등이 있으나 이들 이본간의 내용 차이는 별로 없다. 다만 김태준(金台俊)의 〈조선가요집성 朝鮮歌謠集成〉에 수록된 147구의 〈서왕가〉는 첨삭이 심하고 내용도 약간 달라 다른 불교가사 〈몽환가 夢幻歌〉의 일부분과 융합된 것으로 보인다.

정토사상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크게 6단락으로 나뉜다. 서사(序詞)에서는 인생의 무상함을 제시한 뒤 입산수도의 큰 뜻, 정욕과 탐욕의 어리석음, 염불의 공덕, 극락세계의 즐거움을 차례로 노래하고 있으며, 결사(結詞)에서 다시 염불을 권장하고 있다. 백년 탐물이 하루아침에 티끌이요, 3일 동안의 염불이 오히려 100만 겁에 다함이 없는 보배라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어려운 불교교리나 수행에 관한 초보적인 사항을 되도록 쉬운 말로 풀이해 하류계층의 신도를 광범위하게 끌어들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나옹화상이 〈서왕가〉를 지었다는 기록이 없고, 작품의 어구 표현도 상당히 개찬(改撰)된 것으로 보여 그의 작이 아니라 후세 사람의 의작이라는 견해도 있다. 나아가 단지 시가형을 빌렸을 뿐 시가가 될 수도 없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작품내용이나 시상전개에 있어 그가 한시로 지은 〈완주가 翫珠歌〉·〈백납가 百衲歌〉·〈고루가 枯髏歌〉 3수 및 향찰로 남긴 〈승원가〉와 일맥상통하고 있어, 나옹화상을 작자로 인정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또한 앞의 세 작품에 대해 이색이 "이 세 노래는 수미상응(首尾相應)하고 맥락상통(脈絡相通)하여 후세에 보이고자 한 소이(所以)가 깊고도 절실하다"고 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제작동기도 같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고려말에 지어진 이 작품이 신도들의 구전에 의존해 전승되다가 18세기에 문자로 정착된 만큼, 작품내용의 변모가 심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