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무가

서사무가

다른 표기 언어 敍事巫歌 동의어 본풀이

요약 서사적 성격, 즉 이야기 문학의 특징을 갖는 무가. 무조(巫祖)가 되는 특정인물의 행적을 길게 노래하는 것이 주가 된다.

제주도에서는 신(神)의 내력을 풀이한다는 뜻에서 '본풀이'라고 부르며, 학자에 따라서는 무속신화라고도 하는데, 세계적인 분류명칭으로는 구비서사시라 할 수 있다. 그 기원은 보통 고대 무속제전에까지 연결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중 〈제석본풀이〉·〈바리공주〉는 서사적 뼈대가 〈동명신화〉 등의 국조(國祖)신화와 비슷해 그 연원이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승과정에서 설화나 소설 등의 소재를 수용한 서사무가도 많다.

무가는 무당이라는 종교적 사제들이 굿을 하면서 부르는 것으로 주술성이나 신성성이 강한데, 전승과정에서 오락성 또는 문학성이 강화되면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종교적 예술이 되었다.

특히 서사무가는 문학성이 강하고 다른 서사문학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어왔으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수용층인 민중의 세계관도 잘 나타나 있으며, 등장인물은 그 이름이나 신격(神格)의 거창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평범하고 인간적이다.

초월적 세계와 현실세계는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쉽게 오갈 수 있으며, 지상에서의 현실적 삶을 매우 중시한다. 구연방식은 구송창(口誦唱)·연희창(演戱唱)의 2가지가 있다. 구송창은 무당이 스스로 북을 치며 그 장단에 맞춰 단조로운 가락을 읊는 방식으로 말과 노래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다.

주로 앉아서 하며 몸짓도 곁들이지 않는다. 서울의 〈바리공주〉나 충청도 앉은굿의 〈제석본풀이〉가 그 예이다. 연희창은 반주를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그 장단에 맞춰 무당이 몸짓을 곁들이고 말과 노래를 섞어가며 연희를 한다. 이 경우 무가가 갖는 종교적 기능은 쇠퇴하고 청중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기능이 강화된다. 동해안 세습무와 같이 대대로 굿하는 재주를 배워온 세습무들이 주로 한다.

지금까지 채록된 자료는 약 100여 종인데, 서사무가는 앞으로 좀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른 경우가 있으나 같은 것의 변형인 것으로 볼 수 있는 것도 많다. 제주도의 경우 60여 종이나 되는 독특한 자료들이 채록되었으나 양에 비해 내용은 빈약한 편이어서, 서사무가로서보다는 최근까지 전해져온 신화자료로서 문헌신화의 결핍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중 비교적 넓은 지역에 분포된 중요한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제석본풀이〉(일명 당금애기):제석굿(세존굿·시준굿·생굿)에서 부르는 생산신 또는 수복신(壽福神)의 본풀이로 전국에 걸쳐 27편이나 채록되어 있다.

시주온 중의 아이를 밴 죄로 당금애기가 갖은 고난을 겪고, 그 아기 또한 온갖 고난을 겪으며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내용인데 그 신화적 뼈대가 주몽신화와 비슷하다.

〈바리공주〉:진오귀(오구굿·씨끔굿·망묵이굿)에서 부르는 것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15편이 채록되었다. 일곱째 딸이라는 이유로 버림받은 바리공주가 신이나 동물의 도움으로 자라나, 병들어 죽은 아버지를 위하여 갖은 고생 끝에 약수를 얻어 부왕을 살리고 자신은 신이 된다는 내용이다.

결국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인데, 비속하고 익살맞은 대목이 많아서 종교적 신성성이 많이 약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성주풀이〉:성주굿에서 부르는 것으로 중부지방과 경상남도에서 채록되었다. 가신(家神)인 성조신의 유래를 밝히는 내용인데 부부간의 애정문제가 곁들여 있다.

④ 〈칠성풀이〉:지역에 따라 〈살풀이〉·〈성신굿〉·〈문전본풀이〉로도 불리는데, 전라북도 지방에서 많이 채록되었다.

후처의 모함으로 죽을 뻔했던 전실 소생의 일곱 아이들이 죽음을 모면하고,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칠성신이 된다는 내용이다. 후처가 전실 소생을 모해(謀害)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상당히 후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고전소설 〈장화홍련전〉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⑤ 〈장자풀이〉:함경도·제주도에서는 〈혼쉬굿〉 또는 〈맹감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전라북도 지방에서 주로 채록되어 있다.

곧 죽게 된 사람이 저승사자를 후하게 대접하여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내용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설화들도 많으며, 사자밥과 같은 민속과의 연관성도 보인다. 이상은 내용도 풍부하고 전승지역도 여러 곳이어서 널리 알려진 서사무가이다.

그밖에도 문헌신화에는 없는 천지창조신화에 대한 서사무가가 여러 편 있으며, 제주도에는 〈이공(二公)본풀이〉·〈삼공(三公)본풀이〉·〈세경본풀이〉·〈차사본풀이〉·〈칠성본풀이〉·〈군웅본풀이〉 등 특유의 서사무가가 여러 종 채록되었다.

서사무가에 대한 연구는 그 명칭이 보여주듯이 종교적인 측면에서보다는 문학적인 측면에서 주로 다루어졌으며, 같은 서사문학인 판소리와 고전소설과의 연관성이 특히 주목되었다.

판소리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호남지방의 단골무들이 부르는 서사무가에서 유래했으리라는 설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장편 구비서사시라는 형식, 창과 아니리를 섞어 부르는 구연방법, 음악적 장단과 선율구조, 창법 등에서 친근성을 보이고, 또한 역대 광대들의 상당수가 이 지방 무당집안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고전소설과의 연관에서는 고전소설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인 영웅의 일대기 구조가 서사무가에도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 고전소설의 중요한 틀이 되고 있는 혼사 장애로 인한 여성수난의 구조적 모형이 〈제석본풀이〉 등에서도 추출된다는 점, 설화나 고전소설의 일부 소재가 서사무가와 공통적이라는 점이 주목되었다.→ 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