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남정기

사씨남정기

다른 표기 언어 謝氏南征記

요약 국문본으로 목판본·필사본·활자본이 있고, 그의 종손이 쓴 한역본이 있다.
한림학사에 유연수의 부인 사정옥이 자식을 낳지 못하자 교씨를 첩으로 두는데 아들 을 낳은 후 더 간악해진 교씨가 사씨를 모해하여 내쫓고 정실부인의 자리를 차지한다.
교씨의 모함으로 유한림이 유배되었다가 특사로 돌아오던 중 전후의 모의 사실을 들은 후 사부인을 만나 사죄하고 좌승상으로 승직하고 교씨를 살해해 원수를 갚는다. 후에 사부인은 내훈과 열내 전을 지어 후세에 길이 전한다.
이 작품은 숙종이 인현왕후를 폐출하고 장희빈을 책봉한 사건에 대해 숙종을 깨닫게 하기 위해 쓴 '목적소설'이다. 17세기 중·반기 본격적인 소설시대를 열어주었다는 문학사적 의의를 갖는다.

국문본으로 목판본(경판)·필사본·활자본이 있고, 그의 종손인 김춘택(金春澤:1670~1717)이 쓴 한역본이 있다. 필사본은 주로 〈남정기〉 또는 〈사씨전〉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많다.

명나라 유현이라는 명신과 최씨부인 사이에서 주인공인 연수가 태어난다. 연수는 재질이 뛰어나 15세에 급제해 한림학사에 제수된다. 유현은 여승 묘혜를 통해 덕이 뛰어난 사소저 정옥을 며느리로 맞이한다. 사부인이 자식을 낳지 못하자 스스로 유한림에게 취첩을 권유한다. 유한림이 사양하던 끝에 교씨를 첩으로 맞이한다. 원래 사악한 성품의 교씨는 아들 장주를 낳은 후로는 차츰 더 간악해지기 시작한다. 그뒤 사부인도 아들 인아를 낳자 교씨는 문객 동청과 결탁해 사씨를 모해하기 시작한다. 동청과 교씨는 유한림의 재산을 빼앗아 함께 도망쳐 살기로 하고 시비를 통해 아들 장주를 죽여 사부인의 소행으로 모함하기에 이른다. 교씨는 사부인을 내쫓고 정실부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유한림도 교씨와 동청의 모함을 입어 승상 엄숭에 의해 행주로 유배되고 동청은 유한림의 정적 엄숭의 도움으로 계림태수 벼슬을 얻게 된다.

시비 설매는 교씨로부터 인아를 살해하라는 사주를 받았으나 양심의 가책으로 도리어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러던 중 천자의 특사를 입어 유배지에서 돌아오던 유한림이 우연히 교씨와 동청의 행차를 만나 설매로부터 전후의 모의 사실을 듣게 된다. 동청 일당의 추격을 받은 유한림이 강에 투신하나 여승 묘혜에 의해 구출된다. 유한림은 사부인을 극적으로 만나 사죄하고 엄숭은 죄가 드러나 천자에게 버림받는다. 동청 또한 추방되어 죽음을 당하고 교씨는 냉진과 사통하다 냉진마저 죽자 결국 기녀로 전락한다. 유한림은 그후 좌승상으로 승직되고, 사부인의 권유로 임씨 추영을 첩으로 맞아 후사를 잇고 안아도 되찾게 된다. 교씨를 살해해 원수를 갚고, 사부인은 내훈과 열내전을 지어 후세에 길이 전한다.

이 작품은 숙종이 인현왕후를 폐출하고 장희빈을 책봉한 사건에 대해 숙종을 깨닫게 하기 위해 쓴 '목적소설'이다. 이러한 소설창작 동기에 있어서의 목적성과는 별도로, 이 작품에서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17세기 중반 이후 강화되기 시작한 가문의식이다. 임진·병자의 양 난 이후 피폐화된 현실, 특히 예송과 그에 따른 수차례의 환국, 그리고 사족 가문 내부의 처첩갈등과 같은 여러 문제가 그 반영으로 제시되고 있다.

가문창달을 위한 기본적 요건으로 충·효·열 등의 계서적 질서가 강조될 필요가 있었는데, 그것으로 현실적인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해 작품 구성의 많은 부분이 신비적이고 환상적 요소를 띠게 되었다. 그러나 교녀·동청·냉진과 같은 악인형의 인물형상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의 단면을 일정 정도 반영함으로써 반봉건적인 요소나 측면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작품은 후대 소설 창작의 모범이 되면서, 많은 모방작들이 산출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17세기 중·반기에 들어 본격적인 소설시대를 열어주었다는 문학사적 의의를 갖는다.

최근 이 작품과 매우 유사한 구성이나 지향, 주제의식을 보이는 〈창선감의록 彰善感義錄〉을 중심으로 이러한 초기 장편소설 발생의 측면에 주목해 '규방소설'이라는 유형이 새로 설정되기도 했다.

김만중
김만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