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

이름 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재능 있고 잘생긴 젊은이였으나 제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요절하여, 이 시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적인 모습으로 기억되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소네트 연작 〈1914년〉(1915)이다.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던 럭비 학교에서 우등생이었으며 크리켓·축구 선수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1906년에 입학한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킹스 칼리지에서는 페이비언 협회(Fabian Society)에 가입해 두드러진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이탈리아를 여행했으나, 그랜체스터 마을 주위의 시골을 거니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매혹적이며 열광적인 찬양조로 쓴 〈옛 사제관, 그랜체스터 The Old Vicarage, Grantchester〉(1912)에서는 그랜체스터 마을을 찬양했다. 1911년 〈시집 Poems〉을 펴냈다. 1913~14년 미국·캐나다·남태평양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 해군장교로 임관되었다. 안트웨르펜 원정에 참가했다가 비참한 후퇴로 끝났다. 다르다넬스로 뱃머리를 돌렸으나 끝내 그곳에 닿지 못한 채 스키로스 섬 앞바다에 떠 있는 병원선에서 패혈증으로 죽은 뒤 이 섬의 올리브 숲에 묻혔다.

브룩은 전쟁중에 쓴 소네트집 〈1914년〉의 출판으로 즉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죽음과 마주한 상황에서도 이상을 노래한 이 시집은 참호전을 다룬 그뒤의 시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널리 알려진 소네트 〈병사 The Soldier〉는 다음과 같은 낯익은 구절로 시작한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나에 대해 오직 이것만을 생각해주오/내가 묻힌 외국의 전장 한 귀퉁이는/영원히 영국 땅이라고." 존 레먼이 쓴 전기 〈루퍼트 브룩의 기이한 운명 The Strange Destiny of Rupert Brooke〉이 1981년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