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류

벼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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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벼룩목(─目 Siphonaptera)의 작고 날개가 없으며 흡혈성(吸血性)인 곤충들.

1600여 종(種)과 여러 아종(亞種)들이 있다.

벼룩목은 3개의 상과(上科)로 나누어진다. 벼룩류는 북극권에서부터 아라비아 사막에 걸쳐 서식하며 해부학상 특수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포유류나 조류(鳥類)의 피부에 붙어 피를 빨아먹을 수 있다. 숙주 사이를 옮겨다니면서 여러 가지 심각한 질병을 전파하기도 한다.

성충은 길이가 1~10㎜이고 몇 주에서부터 1년 이상까지 생존한다.

벼룩류는 다리의 근육이 발달하여 자기 몸길이의 200배 이상 되는 거리를 한번에 뛸 수 있고, 중력가속도의 200배나 되는 가속도를 낼 수 있다(이런 힘 때문에 벼룩류는 '벼룩 서커스'에서 작은 손수레를 끌고 곡예를 해냄). 자세한 생활사는 몇 종류에 대해서만 알려져 있으며 일반적으로 4단계를 거친다. 암컷은 숙주의 몸이나 자기둥지 또는 그밖의 서식지에 작은 백색 알을 낳는다. 알에서는 아주 작고 다리가 없는 유충이 나오는데, 유충시기에는 건조한 배설물이나 피, 얇은 피부 조각, 어미가 제공하는 혈액이 많이 섞인 특수한 분(糞) 물질을 먹는다.

유충은 3번(또는 2번) 탈피한 다음 고치를 만들어 번데기 시기로 들어가며, 번데기로부터 성충까지의 변태가 이 고치 안에서 며칠 또는 몇 달 동안 이루어진다.

고치에서 우화한 성충은 척추동물 숙주를 찾는데, 다른 무리와 구별되는 벼룩목의 해부학적 구조물들은 주로 이 곤충의 외부기생성 섭식습성에 보조물로서의 기능을 한다. 벼룩류는 찌르고 빨기에 알맞게 변형된 구기(口器)에 미늘이 있는 빨대(stylet)가 있어 수월하게 피부를 찌르고 단단히 숙주의 조직에 달라붙으며, 몸이 측편형(側扁形)이고 등쪽에 가시들이 돋아 있어 숙주의 털이나 깃털 사이를 신속히 움직인다.

토끼벼룩이나 낙엽벼룩 같은 종류는 특정 숙주 1종에만 기생하지만, 어떤 것들은 숙주의 범위가 넓다.

고양이벼룩은 고양이·개·여우·사향고양이·몽구스·주머니쥐 등에 기생하는데 이런 숙주가 여의치 않을 때는 사람에게까지 기생한다. 근연인 포유류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깊은 유연관계에 있는 벼룩이 기생한다. 가장 심하게 피해를 받는 포유류는 집쥐·생쥐·다람쥐 등의 설치류이다.

말이나 대부분의 유제류(有蹄類), 원숭이, 민꼬리원숭이들은 거의 침해를 받지 않는다. 유럽토끼벼룩(Spilopsyllus cuniculi)의 생활사는 그 숙주의 호르몬 주기와 상당히 일치한다. 벼룩목은 원시적인 육식곤충들로 이루어진 밑들이목(Mecoptera)의 한 조상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견된 한 화석벼룩은 2억 년이나 된 것으로 주장되고 있으며 현재의 벼룩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벼룩이 만연하면 의학적·경제적으로 유해한 결과가 발생한다.

벼룩은 숙주에게 심한 염증과 가려움증을 일으키고, 심하게 침해를 받은 동물은 피의 소실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입거나 심지어는 죽는다. 기생에 따른 이러한 피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벼룩이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 전파에 큰 몫을 한다는 것이다. 림프절페스트의 주된 매개체인 케오피스벼룩(Xenopsylla cheopis)과 그 근연종들은 중세기 유럽 인구의 1/4을 죽게 한 유행병 전파의 주요매개체가 되었다.

페스트에 감염된 쥐는 결국 그 병으로 죽기 때문에 기생생물은 새로운 숙주를 찾게 되고 기생생물의 수가 많을 때는 사람도 숙주에 포함된다. 아직도 페스트의 발생이 가끔 열대지방에서 보고되고 있으나, 진단술의 발달과 항생물질의 개발로 이 질병은 잘 관리되고 있다. 설치류에게서 발생하는 심하지 않은 발열성 질병인 발진열은 케오피스벼룩과 그밖의 벼룩류에 의해 사람에게도 전염된다. 벼룩은 토끼의 바이러스성 질병인 점액종(myxomatosis)의 매개체이기도 한데, 이 질병은 오스트레일리아와 그밖의 지역에서 피해를 많이 끼치는 토끼집단에 인위적으로 도입된 바 있다.

벼룩류는 개나 고양이를 괴롭히는 기생성 벌레도 전파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