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울프

베오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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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700~750년 사이에 씌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1815년에 처음 책으로 인쇄되어 나왔다. 원래는 제목이 붙어 있지 않았으나,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제목을 붙였다.
전반부는 베오울프라는 왕자가 헤오로트에서 그 괴물을 없애는 이야기이다. 후반부는 베오울프가 왕위를 이어받은지 50년의 태평성대를 누린 후 용을 이기고 자신도 치명상을 입어 죽는 내용이다.
운율·문체·주제 면에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게르만족의 서사시 전통에 속한다. 이 작품에서 추구하는 윤리적 가치는 분명히 족장과 부족에게 충성하고 적에게 복수하라는 게르만족의 계명이다. 많은 비평가들은 이 시가 그리스도교적 우화이며, 베오울프는 악과 어둠에 맞서 싸우는 선과 빛의 투사라고 보았다.

베오울프(Beowulf)
베오울프(Beowulf)

1000년경에 만들어진 단 하나의 필사본(Cotton Vitellius A XV)에 전해내려오는 6세기초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700~750년 사이에 씌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1815년에 처음 책으로 인쇄되어 나왔다.

원래는 제목이 붙어 있지 않았으나, 스칸디나비아 영웅 베오울프의 영웅적 행위와 성격이 작품의 각 부분을 이어주는 주제가 되기 때문에 그 이름을 따서 제목을 붙였다. 베오울프가 실존인물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시 속에 나오는 몇몇 등장인물과 장소 및 사건은 역사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시는 2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반부는 덴마크의 왕 흐로트가르의 화려한 궁전 헤오로트에서 시작되는데, 이곳은 12년 동안 밤마다 사악한 괴물 그렌델이 나타나 흐로트가르의 용사들을 끌고 가서 잡아먹는 바람에 쑥밭이 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스웨덴 남부 예아트족(Geats)의 왕자인 베오울프라는 청년이 한 무리의 신하를 이끌고 와 헤오로트에서 그 괴물을 없애주겠다고 한다. 왕은 무명영웅의 대담함에 놀라 그를 반갑게 맞아들여, 저녁에 매우 극진한 잔치를 벌인 뒤 결례이긴 하지만 베오울프를 남겨두고 물러간다.

밤중에 그렌델이 늪에서 나와 육중한 문을 뜯고 들어와서는 잠자고 있던 예아트족 가운데 1명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나서 베오울프와 맞붙어 싸우는데, 베오울프의 억센 손에 붙잡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괴물 그렌델은 몸을 비틀어 억지로 빠져나가다가 한쪽 팔이 떨어져나가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채 그곳을 떠난다. 다음날 헤오로트에는 기쁨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날밤 용사들이 잠들자 그렌델의 어미가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나타나 흐로트가르의 용사 1명을 죽인다.

다음날 아침 베오울프는 늪의 바닥에 있는 동굴에서 어미를 찾아내 죽여버린다. 그리고 그렌델의 시체에서 목을 베어가지고 헤오로트로 돌아온다. 데인 사람들은 다시 한번 기뻐한다. 베오울프가 명예의 표지와 값진 선물을 한아름 받아가지고 예아트족의 왕 히옐락에게 돌아갈 때가 되자, 흐로트가르는 참다운 영웅의 됨됨이에 관한 고별연설을 한다.

후반부는 히옐락 왕이 전투(역사적으로 기록된 전투)에서 죽고 그의 아들마저 죽은 뒤 베오울프가 왕위를 이어받아 50년 동안 태평성대를 이룬다는 이야기가 간략히 서술된 뒤, 입에서 불을 뿜는 용이 나라를 짓밟고 다니자 용감하지만 늙은 베오울프가 그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싸움은 오래 계속되고 처절하여, 그가 젊었을 때의 싸움과 가슴아픈 대조를 이룬다. 젊은 친척 위글라프를 뺀 모든 신하가 도망쳐 버리는 것 또한 서글프게 묘사된다. 결국 베오울프는 용을 죽이지만, 자신도 치명상을 입는다. 그의 장례 의식과 애가로 시는 막을 내린다.

이 시는 운율·문체·주제 면에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게르만족의 서사시 전통에 속한다.

베오울프가 괴물의 팔을 잡아뜯는 것이라든지 늪 속으로 내려가는 것 등 많은 사건들이 민담에 나오는 낯익은 소재들이다. 이 작품에서 추구하는 윤리적 가치는 분명히 족장과 부족에게 충성하고 적에게 복수하라는 게르만족의 계명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정신이 배어 있어서 아이슬란드의 사가(saga)나 〈에다 Edda〉에 실린 노래들에서 보이는 것 같은 잔혹한 숙명은 나타나지 않는다. 베오울프 자신도 다른 게르만족 영웅이나 〈일리아스〉의 영웅들보다 더 이타적(利他的)으로 보인다.

그가 치른 3번의 싸움이 동료 인간과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불러일으키는 싸움이 아니라 전인류와 문명 자체의 적인 사악한 괴물을 상대로 한 것이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많은 비평가들은 이 시가 그리스도교적 우화이며, 베오울프는 악과 어둠에 맞서 싸우는 선과 빛의 투사라고 보았다. 그의 희생적인 죽음은 비극이라기보다 선한 영웅에게 걸맞는 최후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베오울프〉가 낙관적인 작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영국의 비평가 J. R. R. 톨킨은 이 시가 주는 전체적인 인상이 서사시라기보다는 서정적인 애가(哀歌)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덴마크를 무대로 한 비교적 행복한 앞부분조차도 당대의 청중들에게는 쉽게 이해되었을 불길한 암시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그렌델이 죽은 뒤 흐로트가르 왕은 앞날에 대해 낙관적으로 말하지만, 독자는 앞으로 그의 가문이 멸망하고 헤오로트가 불타버리는 것으로 끝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후반부에서 사건 전개는 느리고 음울하며, 베오울프가 젊었을 때의 장면들이 그의 마지막 전투와 대비되어 침울하게 다시 그려진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인간이 직면하는 운명(wyrd)이 그에게도 다가오자 분위기는 점점 더 어두워진다. 존 가드너의 〈그렌델 Grendel〉(1971)은 괴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