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따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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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배따라기>는 평안도 민요 가운데 앉아서 부르는 잡가에 드는 노래이다. 해안 지방마다 있었던 노래로 보이지만 지금은 평안도의 <배따라기>만 널리 퍼져 있다. <배따라기>는 사설의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에 지화자자 좋다"라는 후렴구가 붙으며, 뱃사람의 고달픈 생활이 서사체로 엮어져 있다.
점4분음표를 한 박자로 하여 조금 느리게 노래하는데, 사설의 단락이 음악의 소절과 일치하지 않으며, 속도도 느린 부분이 있고 조금 빠른 부분도 있다. 음의 구성은 <수심가>와 같은 전형적인 서도 소리이다.
<잦은 배따라기>는 <배따라기>와 짝을 이루는 노래이지만 <잦은 배따라기>는 풍어에 북을 울리고 오는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배따라기>가 소극적이고 여성적인 노래라면, <잦은 배따라기>는 적극적이고 남성적인 노래이다.

〈배따라기〉는 평안도 민요 가운데 앉아서 부르는 '잡가'에 드는 노래이다.

배따라기
배따라기

박지원(1737∼1805)의 〈한북 행정록〉에 배를 떠나 보낸다는 뜻의 '배따라기'라는 노래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우리 민요에서도 기원이 꽤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배따라기〉는 예전에 해안 지방마다 있었던 듯하지만 지금은 평안도의 〈배따라기〉만 널리 퍼져 있다.

평안도의 〈배따라기〉는 사설의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에 지화자자 좋다"라는 후렴구가 붙으며, 뱃사람의 고달픈 생활이 서사체로 엮어져 있다.

점4분음표를 한 박자로 하여 조금 느리게(♩.=50∼58) 노래하는데, 사설의 단락이 음악의 소절과 일치하지 않으며, 속도도 느린 부분이 있고 좀 빠른 부분도 있다. 음의 구성은 〈수심가〉와 같은 전형적인 서도 소리의 것으로, 완전 5도와 단3도의 음정 진행이 많고, 끝날 때에는 완전 4도 음정이 특징있게 나타난다.

잦은 배따라기
잦은 배따라기

〈잦은 배따라기〉는 〈배따라기〉와 짝을 이루는 노래이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서로 대조된다.

〈배따라기〉가 파선한 뱃사공의 모습과 신세 한탄이 담담하게 묘사된 것과는 달리, 〈잦은 배따라기〉는 풍어에 북을 울리고 오는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배따라기〉가 소극적이고 여성적인 노래라면, 〈잦은 배따라기〉는 적극적이고 남성적인 노래이다. 〈배따라기〉보다 빨라진 속도(♩.=84)로, 한 소절이 대개 여섯 박자이지만 네 박자도 있고 다섯 박자도 있다. 〈배따라기〉는 서도 잡가처럼 비슷비슷한 선율형이 되풀이 되어 이어지는 통절 형식인데, 〈잦은 배따라기〉는 몇 개의 선율형을 번갈아 쓴다.

감정이 격해지고 음이 높아질 때에는 서도 음악 어법에서 벗어나 경기 음악 어법으로 가락을 이끌어 가기도 한다. 그래서 서도 소리의 특징인 떠는 음이 약화되어 있고, 경기 민요의 제1형과 서도 소리의 음계가 섞여 있다.

마지막 '바' 부분인 "순풍이 분다…"로 이어지는 대목은 〈잦은 배따라기〉가 아니고 〈잦은 뱃노래〉인데 요즘 들어 〈잦은 배따라기〉와 함께 부른다. 이 〈잦은 뱃노리〉는 남도 음악 어법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남쪽 지방에서 생겨 점차 퍼져 나간 것일 듯하다(악보 참조).

사설은 다음과 같다.

배따라기

윤회윤색(1)은 다 지나가고 황국 단풍이 다시 돌아오누나/ 에 지화자자 좋다

천생 만민은 필수직업이 다 각각 달라/ 우리는 구타여 선인(2)이 되여/ 먹는 밥은 사자밥(3)이요 자는 잠은 칠성판(4)이라지(5)/ 예날 노인 하시든 말쌈은 속언 속담으로 알어를 왔더니/ 금월 금일 당도하니/ 우리도 백년이 다 진토록 내가 어이 하자나/ 에 지화자자 좋다

이렁저렁 행선하여 가다가 좌우의 산천을 바라를 보니/ 운무는 자욱하여 동서 사방을 알 수 없다누나/ 영좌(6)님아 쇠(7) 놓아 보아라/ 평양의 대동강이 어데 바로 붙었나/ 에 지화자자 좋다.

연파 만리(8) 수로 창파 불리워 갈 제/ 뱃전은 너울 너울 물결은 출렁, 해도(9) 중에 당도하니/ 바다에 저라(10) 하는 건 노로구나/ 쥐라고 하는 건 돌이로구나/ 만났더니 뱃삼(11)은 갈라지고,/ 용총(12) 끊어져 돛대는 부러져 환고향할 제/ 검은 머리 어물어물하여 죽는 자이 부지기수라/ 할 수 없이 돛대 차고 만경 창파에 뛰어드니/ 갈매기란 놈은 요 내 등을 파고/ 상어란 놈은 발을 물고 지긋지긋 찍어 당길 적에/ 우리도 세상에 인생으로 생겨를 났다가/ 강호의 어복중 장사를 내가 어이 하자나/ 에 지화자자 좋다.

이렁저렁 나가다가 다행으로 고향 배를 만나/ 건져주어 살아를 나서 고향으로 돌아갈 적에/ 원포귀범에다 돛을 달고/ 관악일성에 북을 두려두둥실 쳐 올리면서/ 좌우의 산천을 바라를 보니/ 산도 예 보던 산이요 물이라 하여도 예 보던 물이라/ 해 다 지고 저문 날에/ 잡새는 깃을 찾아 무리무리 다 날아들고/ 야색은 창망한데(13) 갈길조차 희미하구나/ 때는 마츰 어느 때뇨/ 중추 팔월 십오야에 광명 좋은 달은 두려두둥실 밝아를 있고/ 황릉묘산에(14) 두견이 울고, 창파녹림(15)에 갈마기 울고/ 원정객사에(16) 잔나비 회파람 소리/ 가뜩이나 심란한 중에/ 새북(17) 강남 외기러기는 옹성(18)으로 짝을 잃고/ 한수(19)로 떼떼떼 울면서 감돌아드는데/ 다른 생각은 제 아니 나고/ 동동숙 동동식하시던(20) 친구의 생각에 눈물 나누나/ 에 지화자자 좋다.

이렁저렁 죽은 사람 동리 찾어가니/ 죽은 사람의 부모 동생이며 일가친척이 모두 다 나와/ 파선 뱃사람 온단 말 듣고/ 선창머리 내달으며 뱃전을 부여잡고/ 애곡을 불러라 통곡을 하며/ 영좌님과 화장 아해(22)는 천행만행으로 살어 왔거니와/ 우리 당손 아바지 물결 쫓아 흘러를 갔다네/ 애고 애고 설리 울 적에/ 백일이 무광하야(23) 산천 초목에 눈물이 나누나/ 에 지화자자 좋다.

삼년 만에 집이라고 더듬더듬 찾아 들어가니/ 당손 어마니는 당손 아바지 삼년생(24) 마즈막 가는 날이라고/ 갖은 제물 차려 놓고 제 지날 적에/ 한잔 부어 놓고 두잔 부어서 참배를 하고/ 석잔 부어 퇴배 연 후에/ 그 애 아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여부는 알 수 없어도/ 그 애 아버지 혼신이라도 있거들랑/ 술 한잔이며 밥 한술이라도 흠향을 하소서/ 이리 설리 울 적에 방문 열고 들어서니/ 울든 당손 어마니는 화다닥닥 뛰어서 달려를 들며/ 섬섬옥수를(25) 부여잡고 애곡을 불러라 통곡을 하며/ 그 애 아바지 나간 날로 분수하며는(26) / 오날이 대상 마즈막 날이외다(27)/ 죽었나 살았나 죽었나 혼신이 왔나요/ 역신(28)이 왔나요 신의 신체가 왔나요/ 일희일비하야 나삼을 부여잡고 애곡을 불러라 통곡을 할 제/ 부모님이 나앉으시며 하시는 말씀/ 일후일랑은 밥을 빌어다 죽을 쑤어먹을지라도/ 뱃사람 노릇은 다시 하지 말잔다/ 에 지화자자 좋다.

잦은 배따라기

금년 신수 불행하야 망한 배는 망했거니와/ 봉죽을 받은 배 떠들어옵니다/ 봉죽을 받았단다 봉죽을 받았단다/ 오만칠천냥 대봉죽을 받았다누나/ 지화자자 좋다 이에 어그야 더그야 지화자자 좋다.

돈을 얼마나 실었음나 돈을 얼마나 실었음나/ 오만칠천냥 여덟 갑절을 실었다누나/ 지화자자 좋다 이에 어그야 더그야 지화자자 좋다.

뱃주인네 아주마니 인심이 좋아서/ 비녀 가락지 다 팔아서 술 담배 받았다누나/ 지화자자 좋다 이에 어그야 더그야 지화자자 좋다.

순풍이 분다 아하/ 돛 달아라 아하/ 어그야 듸야 어허 어허 어허야

간다 간다 아하/ 배 떠나간다 아하/ 어그야 듸야 어허 어허 어허야

달은 밝고 아하/ 명랑한데 아하/ 어그야 듸야 어허 어허 어허야

고향 생각 아하/ 절로 난다 아하/ 어그야 듸야 어허 어허 어허야

(1) 윤회윤색(輪廻潤色) :돌고도는 윤기 나는 빛. (2) 선인(船人) : 뱃사람. (3) 사자밥(使者-) : 초상난 집에서, 죽은 사람을 데리러 온다는 사자에게 대접하는 밥. 채반이나 흰 종이에다 밥을 세 부더기로 담아서 담 옆의 장독간이나 지붕 위에다 올려 놓았다가 발인 때에 없앤다.

☞ 먹는 밥은 사자밥이요 자는 잠은 칠성판이라지 : 뱃사람의 팔자란 언제 풍랑을 만날지도 모르니 늘 죽음을 가까이 두고 지낸다는 뜻이다. ☜ (4) 칠성판 : 관의 밑바닥에다 까는 판자. 소나무와 향나무 다위로 만들며, 북두칠성을 본따서 그림을 그리거나 구멍을 뚫는다. (5) 먹는 밥은 사자밥이요 자는 잠은 칠성판이라지 : 뱃사람의 팔자란 언제 풍랑을 만날지도 모르니 늘 죽음을 가까이 두고 지낸다는 뜻이다.

(6) 영좌(領座) : 마을이나 단체의 우두머리. (7) 쇠 : 나침반. (8) 연파(烟波)만리 : 안개가 낀 듯 흐려보이는 먼 수면. (9) 해도(海濤) : 바다의 큰 파도. (10) 저라 : 저으라. (11) 뱃삼 : 배의 바닥에 댄 널판자. (12) 용총 : '용층'의 방언. 용층줄. 돛대에 매놓고 닻을 올리고 내리는 줄. (13) 야색(夜色)은 창망(蒼茫)한데 : 밤 경치는 넓고 아득히 펼쳐져 있는데. (14) 황릉묘산에 : 요임금의 딸이자 순임금의 두 왕후인 아황과 여영을 모신 소상강 가에 있는 사당 위에서. 여기서는 비유로 쓰였다.

(15) 창파녹림(滄波綠林) : 푸른 물결과 푸른 숲. (16) 원정(遠征) 객사(客舍)에 : 멀리 떠나와서 든 여관에. (17) 새북(塞北) : 북쪽 변방. (18) 옹성 : (기러기가)짝을 찾으려고 내는 울음소리. (19) 한수(漢水) : 한강의 다른 이름. (20) 동동숙 동동식하시던 : 한데 자고 한솥밥을 먹던. (21) 쇠 : 나침반. (22) 영좌님과 화장 아해 : 영좌는 배에서 제일 우두머리이고 화장은 서열이 제일 낮다.

(23) 백일(白日)이 무광(無光)하야 : 해도 빛을 잃고. (24) 삼년생 : 삼년상(三年喪). (25) 섬섬옥수를 : 섬섬옥수로. (26) 분수(分數)하며는 : 따지며는. (27) 대상 마즈막 날이외다 : 삼년 거상을 마치는 마지막 날이외다.

(28) 역신 : 육신(肉身). 봉죽(鳳竹) : 간짓대 꼭대기에는 색헝겊을 달고 세마디째마다 짚이나 흰 종이를 꼬아 매어, 고기를 잡으러 떠날 때에 이물대에 꽂아 세웠다가 잡은 조기의 어획량을 재는 잣대로 삼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