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호

반 호(Van Golu)

이란 국경과 가까운 아나톨리아 지방 동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면적은 1,434㎢, 최대너비는 119㎞이다.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들이 토스피티스 호(Thospitis Lacus) 또는 아르시사 호(Arsissa Lacus)라고 불렀던 곳으로, 오늘날의 이름은 BC 10~8세기까지 번성했던 우라르투 왕국의 수도 반이 호수 동쪽 기슭에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대체로 3각형 모양이며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안에 자리잡고 있다.

호수의 물에는 소금기가 있기 때문에 식용이나 관개용수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다레크'(darekh)라는 물고기 외에 다른 동물은 살지 못한다. 유럽 잉어와 비슷한 잉어과의 이 물고기는 작고 부드러운 지느러미를 가진 강수어족(江水魚族)으로 민물고기가 소금물에 적응하면서 진화한 것이다.

반 호는 드넓은 분지의 가장 낮은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남쪽으로 높은 산맥, 동쪽으로는 고원 및 산맥, 서쪽으로는 화산 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다.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1만~200만 년 전)에 넴루트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류가 분지의 남서쪽 끝부분을 가로지르면서 거의 60㎞나 흘러 무라트 강으로 들어가는 서쪽 입구를 막는 바람에, 이 부근의 호수 밑바닥은 외부로 연결되는 통로가 단절된 상태가 되었다.

좁은 목을 경계로 하여 매우 얕은 북쪽 부분과 나머지 주요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호숫가 대부분에는 매우 구불구불하고 침식이 심한 남쪽 기슭을 비롯하여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줄지어 서 있다.

호수 곳곳에 흩어진 섬들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북쪽의 가디르 섬이고 그밖에는 동쪽의 카르파나크 섬과 남쪽의 아크타마르 섬 및 아트레크 섬이 주요섬으로 꼽힌다. 호수 주요부분을 이루는 남쪽은 북쪽에 비해 매우 깊으며, 가장 깊은 곳은 100m가 넘는다.

집수면적(集水面積)이 1만 5,000㎢ 이상으로 중앙 아나톨리아 지방을 제외하고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넓은 내륙분지를 형성한다. 비 또는 눈과 더불어 북쪽에서 흘러 들어오는 벤디마히 강, 질란 강과 동쪽에서 흘러 들어오는 카라수 강, 미싱거 강을 비롯한 여러 지류로부터 물을 공급받는다. 수위(水位)는 계절에 따라 다르며 연중 수위차는 최고 50㎝에 이른다.

겨울에 수위가 가장 낮으며 봄에 눈이 녹기 시작하면 수위가 서서히 올라간다. 주변에 있는 산악지대의 눈이 녹아 호수로 흘러드는 6월에 최고수위에 이른다. 여름이면 호수의 물은 온도에 따라 따뜻한 상층, 차가운 하층, 중간의 전이층(轉移層) 등 3부분으로 뚜렷이 나누어진다. 겨울에는 표면수가 급속히 냉각되며 북쪽의 얕은 부분은 얼어붙기도 하지만, 염도가 높기 때문에 호면 전체가 얼어붙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많은 염기(鹽基)는 탄산소듐과 황산소듐이다. 호숫가에 자리잡은 마을들 사이로 정기여객선이 다니며, 남서부 연안의 투(Tug)에는 조그만 조선소가 1군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