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종교

메소포타미아 종교

다른 표기 언어 Mesopotamian religion

요약 수메르인과 아카드인 및 그들의 뒤를 이은 바빌로니아인과 아시리아인 등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종교신념이나 의식.

초기 수메르인의 신들은 공동체의 삶을 중심으로 지역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때와 그 이후 시기의 주요관심사는 들판·물·가축의 풍요였다. 이 기간 동안 신의 외적인 표현은 그를 상징하는 현상의 형태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비구름과 연관된 신은 사자 머리를 하고 하늘을 나는 검은 새로 묘사되었다.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신은 수메르의 신을 대신하지 않고 옛 체계에 점차 동화되었으며, 그 지역 역사에서 그리고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있는 여러 도시국가의 변화무쌍한 관계 속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난다.

광대한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 제국의 발전과 함께 왕의 모습은 신의 초월성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다. 이후에는 신이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이해되었다. 신이 임재한 모습은 왕에게 하듯이 음식과 의복을 바치고 시중드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신의 중요한 임무는 왕과 마찬가지로 풍요와 안정을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국가종교는 신전에서 신에게 음식을 바치고 시중드는 일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다.

신전은 종교 중심지로서의 기능 이외에도 왕의 통제하에 식량을 재분배하는 중심지 기능도 했다. 이 신전들 가운데 대부분은 매우 검소했지만, 바빌로니아에 있는 '에사길라'라고 하는 마르두크 신전 같은 몇몇 신전은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이 신전에서 집행되던 종교의식은 일반적으로 공개적인 것이 아니었고 특별한 날에만 신상(神像)을 신전 밖으로 가지고 나와 시민들 앞에서 시가 행렬을 벌였다. 사제들은 신의 집으로 생각된 신전에서 매일 예배를 드렸다.

메소포타미아의 종교건물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지구라트지만 그것이 이 지역 종교에서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신전에 모신 신 주위에는 의식과 연관된 많은 공직자가 있었다. 이중 첫째 관리는 왕 자신으로, 국가 신의 최고 사제 역할을 했다. 왕의 역할은 매년 봄에 열리는 새해축제 때 더욱 중요했는데, 이 축제 때는 왕의 존엄이 새로워지고, 신이 혼돈의 세력들을 눌러 이긴 것을 기념했다.

이러한 의식에서 신의 역할은 왕이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의식 가운데는 그해의 다산을 다짐하는 '성스러운 혼인식'이 있었다. 왕 외에도 사제 및 여사제, 주문과 점술을 맡은 이들을 포함해 30여 종류의 책임을 맡은 각각의 사람들이 의식집행에 참여했다. 징조를 살펴 신의 뜻을 파악하는 정교한 체계가 발달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물의 내장을 관찰하여 점을 치는 방법이었다. 메소포타미아 만신전(萬神殿)에 들어 있는 신의 수는 수백 명에 이르지만, 문헌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은 비교적 적은 숫자였다.

고대 신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한 신은 하늘의 신으로서 가장 오래된 신인 '아누', 물과 연관된 신으로서 후대에 아카드의 신 '에아'와 동일시된 '엔키', 신들 위에 군림했던 것이 분명한 땅의 신인 '엔릴' 등이 있다. 이 신들은, 이를테면 아누는 우룩 시(市), 엔키는 에리두 시, 엔릴은 니푸르 시와 연관되는 등, 고대 중동의 보편적 현상대로 특정도시와 연관되었다. 이처럼 잘 확립된 고대 신 외에도 만신전에는 새로운 신이 포함되었다. 한 도시의 정치가 흥하면 그 도시와 관련된 신의 위상도 올라갔다. 바빌로니아의 신 마르두크는 바빌론 시가 메소포타미아 정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에 따라 고대 신의 특징을 많이 갖게 되었다.

아수르 신도 아시리아가 정치적인 지배권을 장악하자 비슷한 길을 걸었다. 모든 메소포타미아 종교가 다신론이었지만, 하급 신들과 연관된 모든 특징을 마르두크 같은 신에게 부여하는 단일신론(henotheism)의 경향도 있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메소포타미아의 만신전에는 수많은 하급 신이 활동했다. 천체의 신 가운데 뛰어난 신은 라르사와 시파르에서 숭배한 태양신 '샤마시', 우르와 하란에 연관된 달의 신 '신'이었다. 메소포타미아인은 천체를 주의깊게 관찰했기 때문에 당대에 점성가로 유명했다. 그외의 신 가운데는 특히 아시리아와 서부 지역에서 여러 이름으로 숭배한 폭풍의 신 '아다드'와, 지하세계의 군주로 간주된 '네르갈' 및 그의 배우자 '에레쉬키갈', 그리고 다산의 신이었던 '타무즈'(또는 Dumuzi)가 있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특별한 산·나무·강, 심지어 쟁기 등 사람이 만든 특정한 물건까지도 신성하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