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머독

생동감 있는 묘사, 문화적 암시, 복잡한 철학적 질문들이 뒤섞인 독특한 장편소설을 25편 이상 썼다.

머독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헨리 제임스 등 19세기 사실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아 원대한 스케일로 소설을 구성했다. 20세기 후반의 가장 박학한 작가들 중 한 사람이다. 줄거리의 구성력이 뛰어난 작가이자 정교한 철학적 사상가이기도 했다. 머독은 사실주의와 환상적 요소, 상징주의, 신화 등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인간관계, 현대 세계의 도덕적 혼란, 선의 실현을 위한 힘든 투쟁 등의 주제를 다루었다.

머독은 런던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프뢰벨 교육기관에 다녔고, 브리스톨에 있는 배드민턴 학교(Badminton School)를 마쳤으며, 1938~42년 옥스퍼드의 서머빌대학에서 고전문학·고대사·철학을 공부하고 1942년 수석으로 졸업했다.

1942~44년 영국 재무부에서 일했고, 1944~46년에는 국제연합 구제부흥사업국(UN Relief and Rehabilitation Adminstration)에 재직하면서 벨기에와 오스트리아의 제2차 세계대전 난민들을 상대하는 일을 했다. 1948년 옥스퍼드의 세인트앤스칼리지 교수로 임명되어 15년 동안 철학을 강의했다.

머독은 장 폴 사르트르와 친했고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밑에서 공부했지만 자신의 철학과 소설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한 것은 플라톤주의의 도덕 이론이었다.

첫 평론 〈낭만적인 합리주의자 사르트르 Sartre, Romantic Rationalist〉(1953)를 선보인 뒤, 〈선의 지배 The Sovereignty of Good〉(1970)·〈도덕 지침으로서의 형이상학 Metaphysics as a Guide to Morals〉(1992) 등 철학서도 몇 권 썼다. 그러나 그녀의 창조적인 노력은 주로 소설에서 드러났는데, 초기 작품으로 〈그물 속에서 Under the Net〉(1954)·〈매혹적인 사람으로부터 벗어나기 The Flight from the Enchanter〉(1956)를 잇달아 발표하여 지성과 위트, 고도의 진지함으로 호평을 받았다.

풍부한 유머 감각, 그리고 남녀관계에 내재된 긴장과 복잡성에 대한 정교한 분석은 계속해서 머독 작품의 특징이 되었다. 그 밖에 훌륭한 초기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종 The Bell〉(1958)을 비롯해 〈잘려진 머리 A Severed Head〉(1961)·〈적(赤)과 녹(綠) The Red and the Green〉(1965)·〈멋과 선 The Nice and the Good〉(1968)·〈흑인 왕자 The Black Prince〉(1973)·〈헨리와 카토 Henry and Cato〉(1976)·〈바다, 바다 The Sea, The Sea〉(1978)·〈철학자의 제자 The Philosopher's Pupil〉(1983)·〈훌륭한 도제 The Good Apprentice〉(1985)·〈책과 형제애 The Book and The Brotherhood〉(1987)·〈행성으로 보내는 메시지 The Message to the Planet〉(1989) 등이 있다.

소설뿐만 아니라 희곡·시·철학비평·문학비평도 발표했다.

그녀는 〈바다, 바다 The Sea, the Sea〉(1978)로 부커상을, 〈성스럽고 세속적인 사랑기계 The Sacred and Profane Love Machine〉(1974) 로 휘트브레드상을, 〈흑인 왕자 The Black Prince〉(1973)로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을 받았다. 머독의 마지막 장편소설 〈잭슨의 딜레마 Jackson's Dilemma〉(1995)는 그다지 좋은 평을 얻지 못했는데, 일부 비평가들은 이를 1994년 이후 저자가 앓아온 알츠하이머병 탓으로 돌렸다.

머독의 남편인 소설가 존 베일리는 회고록 〈아이리스를 위한 엘레지 Elegy for Iris〉(1999)에서 아내의 투병을 연대순으로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