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오쿄

아명은 이와지로[岩二郞]. 처음에는 교토에서 이시다 유테이[石田幽汀]를 통해 가노파[狩野派]의 화풍을 배우는 등 여러 화풍을 폭넓게 흡수했다. 또한 당시의 실증주의적 풍조와 방일중이던 청나라의 사생파 화가 심남빈의 영향을 받았고, 부업으로 메가네에[眼鏡繪]를 그리면서 서양화의 원근법과 음영법을 익혀 새로운 회화세계를 추구하게 되었다.

〈사조남좌도 四條南座圖〉는 투시도법을 이용해 먼 산이나 인물에 음영을 드리워 대상의 입체감을 강하게 의식한 초기 작품이다. 〈설송도 雪松圖〉(1765)도 전통적인 일본 회화의 주제에 서양적 시각을 도입하여 입체감을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특히 윤곽선을 중시하던 일본 회화에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암두비안도 岩頭飛雁圖〉(1767)는 극히 사실적으로 안정된 구도에 장식적인 효과를 더해 마루야마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1773년 이후 그의 화풍은 공간표현에 큰 진전을 보여 1776년을 전후하여 절정기를 맞았는데, 병풍 〈등도 藤圖〉·〈우죽풍죽도 雨竹豊竹圖〉 가 그 대표작이다. 1784년부터는 선 본위의 평면적이고 간략한 대상묘사로 나아갔으며 산수나 화조보다는 유교적 주제가 많아지게 되었다. 이는 수많은 병풍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때까지의 양식을 일본의 건축공간 속에 되살려본 결과이기도 했지만, 당시 세력을 떨치던 조정의 귀족들과 유학자들이 회화를 선호하는 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그 요구에 부응한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혁신적 양식과 기법을 창조한 마루야마로서는 일종의 후퇴라고도 할 수 있으나, 마루야마 화풍의 일본화·토착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이후 남화와 가노파의 필법을 절충하고 원근법에 의해 묘사된 풍경화를 넓은 화면 안에 그려넣어 독특한 구성력으로 이들을 종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