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

여왕의 연인이었던 듯하다.

미남이며 야심가였던 그는 여왕과 결혼은 하지 못했으나 죽을 때까지 여왕과 친밀하게 지냈다. 그러나 너무 거만해 정치·군사 지도자로서의 역할은 잘 해내지 못했다.

에드워드 6세 치세 후반에 영국의 실권자였던 노섬벌랜드 공작 존 더들리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1553년 노섬벌랜드 공작은 레이디 제인 그레이를 왕위에 앉히려고 음모를 꾀했으나 실패했다. 그로 인해 아들인 그도 런던 탑에 갇혔으나 이듬해에 석방되었고 1557년에는 프랑스에 있는 영국군에서 복무했다.

1558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하면서 그에게 행운이 쏟아졌다. 여왕은 즉시 거마 관리관 직위를 내렸으며 1559년 4월에는 추밀고문관으로 임명하고 가터 기사작위를 내렸다.

그는 곧 엘리자베스 여왕의 애정과 호의를 차지했으나 자만이 지나쳤으므로 궁정사람들로부터 미움을 샀다. 1560년 9월 그의 부인인 에이미(결혼 전 성은 로브사트)가 죽었을 때는 그가 엘리자베스 여왕과 결혼하기 위해 살해했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비록 이 의심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었지만 그후 그는 여왕에게 적극적으로 구혼했다.

그러나 여왕은 구혼을 거절하면서 오히려 그에게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와 결혼할 것을 제안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런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키려는 의도에서 1564년 9월 그에게 레스터 백작 및 덴비 남작작위를 내렸다.

1571년 레스터는 셰필드 경의 미망인과 염문을 뿌렸으나 두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것은 거의 확실하며 1578년 에식스 백작 월터 데버루의 미망인 레티스 놀즈와 비밀리에 결혼하면서 셰필드 미망인과의 관계를 청산했다. 청교도였던 레스터는 청교도들의 지도자가 되어 국외에서는 스페인에 대해, 국내에서는 로마 가톨릭교도들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할 것을 주장했다. 이때문에 어느 가톨릭교도가 쓴 것으로 여겨지는 〈레스터의 공화국 Leicester's Commonwealth〉(1584)이라는 책에서 비난을 받았다.

이 책은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레스터를 몹시 왜곡시켰다.

1585년 엘리자베스 여왕은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이를 지원하기 위한 6,000명의 군대를 보내면서 레스터를 사령관으로 임명했으나 레스터는 사령관으로서 무능력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인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지시를 위반하는 정책들을 실시하고 거만하게 행동했으므로 네덜란드인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되었고, 이 때문에 그는 결국 1587년 영국으로 소환당했다.

그의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를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에 맞서기 위해 틸버리에 소집한 군대의 부사령관에 임명했다.

그해 그는 집에서 갑작스럽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