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드클리프

래드클리프(Ann Radcliffe)

공포와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에 낭만적인 정서가 깃든 분위기를 불어넣는 능력이 돋보인다. 1787년에 저널리스트 윌리엄 래드클리프와 결혼하여 조용히 살았으며, 자신의 소설 속에 나오는 무서운 사건들이 일어날 만한 곳은 가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상상의 세계는 오래되어 허물어지는 건물이나 살바토르 로사의 그림 같은 낭만적인 풍경화들에 대한 고딕적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소설 속에 돋보이는 야생미와 자연미에 대한 묘사도 이러한 책과 그림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녀는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써낸 뒤인 1794년에야 네덜란드와 독일로 단 한 번의 외국여행을 했다.

래드클리프는 17세기 프랑스의 이야기인 3번째 소설 〈숲의 로맨스 The Romance of the Forest〉(1791)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어 어둡고 웅장한 아펜니노 산맥에 높이 자리한 외딴 성 우돌포의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그린 〈우돌포의 신비 The Mysteries of Udolpho〉(1794)로 당시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설가가 되었다. 그녀는 〈이탈리아 사람 The Italian〉(1797)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래드클리프의 '공포물'에는 실제로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는 거의 없으며, 초자연적인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은 대개 다소 실망스럽게도 자연현상으로 설명된다.

인물묘사는 대체로 허술하고 역사인식도 거의 없으며, 소설 속에는 시대착오와 부조리한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스콧은 그녀를 '낭만주의 소설의 첫번째 여성 작가'라고 불렀고, 바이런, 콜리지, 크리스티나 로제티 등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