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러

암스테르담에서 렘브란트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페르디난트 볼에게 그림을 배운 뒤 1672년 이탈리아로 갔다. 그해에 그린 〈엘리야 Elijah〉(런던 테이트 미술관)는 볼의 작품과 화풍이 비슷하다.

이탈리아에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화풍도 일부 바꾸었다. 1674∼75년 영국으로 오자마자 초상화가로 기반을 잡았고 특히 찰스 2세의 초상으로 확고한 명성을 얻었으며 왕정복고시대 주요 초상화가였던 피터 렐리 경의 뒤를 이어 왕실 수석화가가 되었다.

1691년 기사작위를 받았고 1715년 준남작이 되었다. 그러나 결혼은 했지만 자손을 남기지 않고 죽었기 때문에 준남작의 지위는 그의 죽음과 함께 소멸되었다.

넬러의 그림은 대담하면서도 손쉽게 그리는 스타일이었지만 대상에 대한 성격묘사는 날카로웠다. 그의 걸작들 중에는 킷캣 클럽이라는 유명한 문학단체 회원들을 그린 42점의 초상화가 있는데, 이 작품들은 현재 런던의 국립초상화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1700~20년경 그린 이 초상화들은 크기가 91×71㎝로 인물의 한 손이나 두 손을 드러낸 반신상이다.

'킷캣 사이즈'라는 용어는 오늘날 보통명사로 쓰이고 있다. 그는 또한 〈햄프턴 궁정의 미녀들 Hampton Court Beauties〉이라는 연작 초상화와 영국 해군제독들의 초상화도 그렸는데(그리니치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초상화의 복장이나 다른 부수적 요소들은 대부분 화실 조수들이 그렸다. 넬러 이전에는 외국 화가들이 영국 미술계를 지배했지만, 그 이후에는 영국 태생 화가들이 주도적 위치에 서서 계속 이끌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