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주의

이것은 평면과 건물의 구조는 건축가가 마음 속에 그렸던 그림과 꼭 같아야 한다는 태도에 대해 반대입장을 취한다.

기능주의는 근대 건축과 매우 밀접하지만(어느 정도는 현대 가구와도 관계가 있음) 전적으로 근대적 개념만은 아니다. 매우 특이한 건축물이라도 만족시켜야 하는 실용적인 기능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별히 기능성을 강조한 시기가 있었으며 이때 건물의 미적인 특징은 기능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결정되었다. 이러한 예로는 유럽 중세 초기의 군사용 건축과 특정한 시기에 지어진 고딕식 교회 및 19세기의 공업용·상업용 건물 등이 있다.

'기능적 전통'이란 표현은 기능을 강조한다는 뜻으로 쓰이며 이는 건축양식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건축사를 통해 거듭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능주의 강령은 건축기술이 변화하고 새로운 건물형태가 요구되는 한편 문화적·미적 이상들이 바뀜에 따라 20세기말에 발달한 근대건축양식과 특별히 가까운 관계에 있다. 건축가들은 19세기와 20세기초를 휩쓸었던 여러 복고주의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건물의 기능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건축양식을 발전시켜나가기 시작했다.

1880년대 근대건축설계의 선구자인 루이스 설리번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표어와 1920년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집은 살기 위한 기계이다"는 말은 이런 개념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의 주장은 기능적인 건축을 두고 극단적인 주장이 많던 1920년대에 나온 전형적인 발언이지만 그의 다른 주장들과 달리 글자 그대로를 뜻하지는 않는다.

기능주의 건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훌륭한 건축이란 실제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때 자동적으로 만들어지지만 건축가에게는 실제적인 요구를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이 있으며 어떤 대안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훌륭한 건축이 될 수도, 나쁜 건축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르 코르뷔지에의 말과 이와 비슷한 주장들에서, 설계과정은 건물의 기능분석 기능에 알맞는 가장 훌륭한 기술방법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며 미적 특성은 그 위에 덧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설계과정의 한 부분이라는 근대 건축가의 주장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근대 건축에서 기능주의를 강조한다는 사실은 19세기에 분리되었던 건축과 공학의 재결합을 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