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획

경제계획

다른 표기 언어 economic planning , 經濟計劃

요약 중앙정부가 중요한 경제적 사안에 대해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그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

경제계획은 자유방임의 반대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순수한 형태의 자유방임이란 경제에 방향을 지시하는 그 어떤 시도도 회피하는 접근방식을 말한다.

그대신 자유방임체제는 시장(市場)의 힘에 의존해 경제의 진전속도·방향·성격 등을 결정하도록 한다.

경제계획은 1920년대 소련에 의해 최초로 시도되었다. 당시 농업중심 경제구조에 머물러 있던 소련은 혼란에 빠진 자국 경제를 급속히 산업화시키고자 했다. 새로 들어선 공산정부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엄격하게 통제된 '명령경제'(command economy) 체제를 확립했다(→ 공산주의).

그 무렵 비공산권 국가에서도 경제계획은 상당한 호소력을 가졌다.

2차례의 세계대전 사이(1919~39)에 겪은 경제적 어려움들을 이 방법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뒤 제2차 세계대전이 지속됨에 따라 대다수 국가의 정부는 불가피하게 국가경제에 대해 엄격한 통제정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1950년대말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정부가 경제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직접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계획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현재 각국이 실시하고 있는 경제계획의 성격과 범위는 그 나라 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련의 경제계획 유형을 하나의 연속선상에 놓아본다면, 그 한쪽 끝에는 몇몇 공산국가가 실시해온 세부적이고 경직된 계획의 형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계획활동을 시도한 대표적인 국가로는 중국과 소련을 들 수 있으며, 뒤이어 그 움직임은 대부분의 동구국가들에게 파급되었다.

이들의 경제계획 내용은 거의 모든 생산수단을 공적으로 소유하고, 자원분배를 정부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목표에 비추어 중앙에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이 경제계획에 따라 생산품목, 개별 가격수준, 임금수준, 투자수준, 대외무역 등을 비롯한 모든 경제변수들이 중앙당국에 의해 결정되며, 개별 기업활동은 극히 세밀하게 통제된다. 또한 이 모든 관리업무를 위해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중앙계획관료기구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경제계획 접근방식을 지지하는 이론에서는 시장의 힘이 사회적 가치와는 무관하며, 자본가들이 그 힘을 조작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시장의 힘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더 나아가 시장의 힘은 완전고용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용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조차 불가능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접근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명령계획이 경쟁을 차단함으로써 노력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유인동기를 파괴하고 결국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계획입안자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수많은 경제활동을 모두 통제할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식별조차 하기 힘들다고 본다. 따라서 계획경제하에서는 필연적으로 경제성장이 느려지고 불안정해지며 결핍과 구조적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시시각각으로 계획을 대폭 재조정하는 소모적인 행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가장 경직된 계획경제체제에서는 대부분의 경제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고 그에 따라 체제의 경직성에 대한 불만은 점점 커졌다.

그결과 1950년대에는 부분적이나마 몇몇 공산국가들이 당초의 계획 개념을 수정해 그 경직성을 완화시키는 포괄적인 변형의 실험을 시작했다. 1956년 폴란드에서 시작된 이 실험과정은 소련의 강력한 개혁반대 압력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통해 대부분의 동구국가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을 가장 빠르게 진척시킨 헝가리에서는 아직도 많은 부분의 생산요소를 공공소유로 두고 있긴 하지만, 상당수의 사기업이 세워져 소비재·용역·식료품 등의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공공소유 기업을 경영하는 데에도 생산이나 가격결정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허용하며, 이윤과 연계해서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유인동기도 부여한다. 마르크스주의 이론 계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국가와 공산당의 역할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경제계획이 비교적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었다.

한편 경제계획 유형의 연속선상에서 경직된 계획경제의 반대편에 놓을 수 있는 것은 서구민주주의 국가들의 혼합경제체제 이다.

실제로 경제계획 및 정부통제의 규모나 범위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자본주의의 틀과 상당규모의 민간부문을 보전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 모두의 공통된 특징이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한두 가지 주요한 공공소유 부문에 대해서는 세심한 통제를 가하지만, 그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화공급·정부지출·이자율 등의 광역경제요인들을 규제하는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경제체제의 핵심은 정부가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틀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사기업이 생산과 가격에 관한 대부분의 과정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계획관료기구는 사라지고 기업의 영역이 더욱 커진다.

서방세계에서 각국 경제계획의 구체적 특징들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서유럽에 비해 정부가 경제계획을 잘 하지 않는 편이고, 프랑스는 다른 비공산권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경제에 대한 정부통제에 보다 큰 비중을 두어왔다. 각국의 기본적인 특징은 이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대에 따라 그 입장이 변하기도 한다.

영국을 예로 들면 1960년대 노동당정부는 강력한 개입과 경제계획을 지향하는 정책을 채택했으나 1976년에 집권한 보수당 정부는 국가의 경제적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을 주요목표로 삼았다. 오늘날 대다수 서방 정부가 개입주의 정책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지역개발계획이다. 지역개발계획의 기본목표는 부·경제기반·소득·고용 등에서 나타나는 지역적 불균형을 감소시키는 것이며, 그 주요수단으로는 조세감면·우선대출·무상보조금·우선구매정책과 기타 금융유인정책 등이 이용된다.

개발도상국가들 역시 경제계획 이론을 받아들여 현실 정책에 적용해왔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5~6년 기간의 중기(中期)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해왔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공통적인 접근방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이 자국 경제의 중추적 부문들을 정부의 소유나 영향력 아래 두어왔지만, 세부적인 명령계획을 수립해서 실시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 경제계획의 기본목표는 가장 먼저 기간산업을 비롯한 몇몇 산업을 특별히 선정해 우선적으로 개발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동원하는 데 있다.

또한 국민소득의 큰 부분을 창출하는 경제부문에서 정부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 역시 경제계획 실시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대부분 그 대상이 되는 경제부문은 1차상품 생산분야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계획이 언제나 성공만 거두어온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사례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경제계획이 가용자원에 대한 현실적 평가에 기초를 두고 있다기보다는 정치적 기준에 따라 선정한 목표들을 조정도 거치지 않고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현실적 근거없이 너무 야심만만하게 결정한 목표의 나열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가격변화가 심한 1차상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장기계획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기도 했고, 어떤 나라에서는 그들의 계획목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안정이나 행정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