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순환

경기순환

다른 표기 언어 business cycle , 景氣循環 동의어 경기변동, 景氣變動

요약 경제활동률의 주기적 변동.

경기순환
경기순환

고용·물가·생산 등의 수준을 지표로 이용해서 측정한다(→ 경제성장). 그러나 이러한 변동이 '순환'(cycle)이라는 용어가 시사하는 만큼 규칙적이거나 예측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어떤 학자들은 차라리 경기순환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기피한다.

주기적 경제변동의 사례들은 하루 중 전력수요의 변화 또는 연중 난방용 유류수요의 변화 등으로부터 10년 단위로 측정하는 경기후퇴 및 성장의 순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오랫동안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경제공황에 직면해왔다. 공황의 특징은 주식시장 붕괴, 은행의 도산, 기업과 개인의 파산, 극심한 실업 등의 발생이다. 과거에는 흔히 경제를 인체에 비유해 공황기는 경제적으로 질병을 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성장과 번영만이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클레망 쥐글라르는 주기적 변동이 오히려 경제의 정상적인 모습이라는 주장을 최초로 내놓았다. 그후 다른 학자들이 쥐글라르의 연구성과를 발전시켜서 8~10년의 주기로 반복되는 순환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8~10년 주기의 경기순환은 호황(prosperity)·불황(crisis)·청산(liquidation)의 3단계로 구성된다.

또한 그와 같은 '쥐글라르 순환' 내에서 다시 보다 작은 규모의 순환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그 예로는, 약 40개월 정도의 주기로 움직이는 기업 재고 수준의 변동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농산품도 수요·공급 관계의 주기적 변화에 영향을 받아 2년 주기의 '면화순환' 또는 3~4년 주기의 '돼지순환' 등을 보여준다. '장기순환'으로는 러시아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테프가 제시한 이론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콘드라테프 순환). 그는 서방 시장경제가 약 50년의 큰 주기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순환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데이터를 가지고 엄밀한 통계분석을 하려는 시도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경제 데이터 자체의 복잡성과 더불어 전쟁·혁명·자연재해와 같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기술진보, 경제조직의 변화 등 비주기적 발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의 순환과정을 연구해 전형적인 경기순환 모형을 만들어보려는 목적으로 많은 연구작업이 이루어져왔다.

그 가운데 계량경제학(計量經濟學)은 정교한 통계모형을 사용하여 경제활동을 연구하는 학문분야로서, '선행지표'(leading indicators)와 '후행지표'(lagging indicators)의 개념을 세웠다.

이 두 지표는 경제활동의 방향 변화를 각각 사전에 예고하거나 사후에 인식시켜주는 통계 계열의 하나이다. 선행지표의 예로는 주가(株價), 건축허가율 등을 들 수 있다(→ 경제지표).

그러나 경기순환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경기순환의 특징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쟁이나 재해, 기술변화 등과 같이 불규칙한 충격요인은 일단 제외하더라도 또다른 2가지의 주요요인이 경제활동 수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 두 요인은 바로 '투자'와 '소비'이다.

공장건설 등에 투자를 증가시키면 최초의 투자지출분보다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하게 된다. 왜냐하면 공장건설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받은 임금을 소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비수요가 증가하면 그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공장건설이 필요해 투자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파급효과를 각각 '투자승수'(investment multiplies), '소비가속도인자'(consumption accelerator)라고 부른다(→ 가속도인자 원리). 이 2가지 효과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그 경제가 최대한의 수용능력에 이를 때까지 투자와 소비의 상승과정은 계속 반복된다.

경제의 최대수용점에 이르면 유휴자원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새로운 수요도 발생하지 않으며 그결과 신규투자를 위한 자원이나 투자의 필요성도 소멸한다. 따라서 그때까지의 상승과정은 역전되어 수축과정이 뒤따른다. 학자들은 무엇이 맨 먼저 이와 같은 투자나 소비의 변화를 야기시키는지를 설명하려고 많은 이론을 제시했다(→ 가속도인자). 가장 오래된 학설은 농산물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것이었는데, 기상의 변화와 그밖의 자연적 순환이 농산물 시장에 변화를 가져와 그 효과가 전체 경제로 파급된다는 주장이었다.

심리학적 이론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각각의 개인이 서로 모방하고자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추종본능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특히 금융시장의 주기적 호황이나 불황은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쟁을 비롯해 기술이나 인구통계의 변화 등도 거래조건에 중요하고 명백한 영향력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례들은 정확하게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실제 상황에서는 경제적 압력이 오히려 그와 같은 사건들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본질적으로 외생적 요인들 외에도 많은 분석가들이 경기순환의 내생적 요인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소소비설(過少消費說)의 경우 호황기에는 급격한 생산 확대로 소비자들이 생산된 재화를 모두 구입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필연적으로 불황이 도래한다고 주장한다. 통화론자들은 현금과 은행신용 등 통화공급의 변동이 경제활동을 결정하는 주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즉, 대출을 확대하고 이자율을 낮추며 통화량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경기를 자극하는 반면, 대출 억제와 높은 이자율, 그리고 통화의 부족은 경기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경제학자들은 투자를 위한 자본 공급이 경제활동상태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즉, 모든 가용자본이 투자될 때 호황도 끝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지출·조세·통화공급 등과 관련한 정부정책이 경제의 중요한 요인으로 되었다(→금융정책, 재정정책). 이들 정책은 극단적인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모두 막기 위해 경제침체기에는 경기를 자극하고 팽창기에는 경기를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소위 이러한 '경기정책'(景氣政策)의 대부분은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경기침체기에는 조세징수의 감소와 복지지출의 증대가 개인소득의 감소를 어느 정도 제한해 비참한 상황에까지 이르는 것을 막아준다.

반면 경기팽창기에는 조세징수의 증가속도가 경제전체의 성장속도를 추월해 잠재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경기과열을 냉각시킨다. 비록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있었던 불황이 1950년대나 1960년대에 비해 더욱 극심하기는 했지만 경기순환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매우 순화된 형태를 띠어왔다(→ 경기재정정책).

어떤 학자들은 소련과 같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는 순환적인 경기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 이유는 자유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더욱이 경제계획을 입안하는 기관이 있어 장기적인 집행까지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들도 무역과 금융면에서 서방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변동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또한 몇몇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계획당국이 과잉투자를 해 그결과 앞에서 설명한 경우와 유사한 '과소소비공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자연재해와 정치불안 역시 계획당국의 의도를 좌절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주기적 경기순환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쪽 모두 체제를 불문하고 경제성장이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