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심재명이 1995년 설립한 영화사. 영화 기획자 심재명은 광고 기획사와 매니지먼트사에서 일하던 동생 심보경, 독립 영화 단체 '장산곶매'에서 〈파업전야〉 등을 제작했던 남편 이은과 의기투합해 1995년 명필름의 전신인 명기획을 설립했다. 뚱뚱한 여자의 사랑 찾기를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접근한 창립 작품 〈코르셋〉(1996)은 로맨틱 코미디의 끝물에서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명필름의 본격적인 시작은 〈접속〉(1997)이었다. 심재명의 기획력과 이은의 현장 경험, 심보경의 마케팅 능력이라는 삼각축이 빛을 발한 〈접속〉은 기획 영화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남녀 주인공이 손 한 번 잡지 않는 현대적 감각의 멜로 영화였던 〈접속〉은 1997년 추석 시즌 개봉해 서울에서만 7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듬해 이은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이 흥행에 실패했지만 신인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발칙한 코믹 공포 영화 〈조용한 가족〉(1998)으로 명필름의 기획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된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명필름은 정지우 감독의〈해피엔드〉(1999)부터 다소 무거운 방향으로 전환한다. 〈해피엔드〉는 전도연이라는 톱스타의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았지만 동시에 바람난 유부녀와 그녀를 죽인 실업자 남편의 사랑 이야기라는 내용 자체로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메이저 영화사와 작업한 경험이 없던 김기덕 감독을 불러들여 만든 저예산 작가주의 영화 〈섬〉도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명필름의 기획과 마케팅은 단순히 눈요기나 가벼운 화젯거리가 아닌 대중 상업 영화의 금기를 깨뜨리는 도전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로까지 이어진다. 이 분단 드라마는 예상을 뒤엎고 초대형 흥행작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는 명필름이 기획력뿐 아니라 작품성과 완성도 면에서 국내 최고의 제작사로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명필름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 김응수 감독의 〈욕망〉(2004) 등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문제작으로 서서히 변신을 시도한다. 이들 영화 중 〈바람난 가족〉을 제외하고는 흥행작이 없고, 이미연 감독의 〈버스, 정류장〉(2002)과 최호 감독의 〈후아유〉(2002), 김현석 감독의 〈YMCA 야구단〉(2002) 등 다분히 상업적인 기획들조차 부진을 면치 못하자 명필름의 명성이 퇴색하는 듯했다. 하지만 명필름은 '웰메이드 영화의 종가'로서 임상수, 임순례 등 중견 감독들과 작업하며 현재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명필름은 현재 DVD 자회사인 ASF, 그리고 해외 마케팅 회사 이픽쳐스를 설립하고, 조명 장비 대여 회사 라이트림, 녹음 스튜디오 블루캡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4년 명필름은 수공구 제조 회사 세신버팔로와 강제규필름 3자를 잇는 주식 교환을 통해 'MK버팔로'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