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노먼

3대 흑인 소프라노 중 한 명

캐슬린 배틀(Kathleen Battle), 바바라 헨드릭스(Barbara Hendricks)와 더불어 3대 흑인 소프라노로 꼽히는 제시 노먼은 1945년 9월 15일 미국 남부 조지아 주에서 태어났다. 보험회사 영업사원이었던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 모두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자들이었고, 네 살 때부터 제시 노먼도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던 제시 노먼은 마리안 앤더슨(Marian Anderson)과 레온타인 프라이스(Leontyne Price) 같은 흑인 소프라노들이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를 듣고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 열여섯 살에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마리안 앤더슨 성악 콩쿠르에 출전한 그녀는 워싱턴 하워드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할 기회를 얻었고 피바디 음대와 미시간 대학을 거치며 성악 수업을 받았다.

오페라 무대에 서다

1968년 제시 노먼은 독일 뮌헨 라디오 방송국이 주최하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성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데뷔무대는 1969년 베를린 국립오페라 극장에 올라온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로, 노먼은 엘리자베트 역할을 맡았다. 흑인 소프라노가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탁월한 실력으로 이를 극복한 노먼은 197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드보라〉를 연주했고, 2년 뒤인 1972년에는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타이틀 롤을 맡아 연기했다. 이어 영국에 진출해 런던 코벤트 가든 극장 무대에 서면서 오페라 가수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열창 중인 제시 노먼 (2009년)

1975년 오페라 가수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제시 노먼은 무대를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공부하며 음악적 깊이를 쌓은 그녀는 5년 뒤 오페라 무대로 복귀했다. 1980년 독일 함부르크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복귀 무대에서 그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를 연주하면서 한층 성숙하고 깊어진 목소리와 연기를 선보이며 디바의 귀환을 알렸다.

미국 데뷔는 1982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이루어졌다. 스트라빈스키의 〈오이디푸스 왕〉과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로 성공적인 무대를 장식한 노먼은 이듬해 198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진출하여 베를리오즈의 〈트로이인〉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1980년부터 1990년 사이에 가장 화려한 전성기를 누린 그녀는 1982년에 미국 올해의 음악가상을, 1989년에는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레종 도뇌르 훈장을 수상했다. 1997년에는 케네디 센터 공로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2000년에는 생애 처음으로 재즈 음반을 선보였고 흑인 영가에도 특별한 애착을 보였던 제시 노먼은 1989년 7월 14일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에 참여해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며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제시 노먼은 루푸스 환자를 위해 재단을 만들고 집 없는 사람을 위해 후원회를 조직했으며 흑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에도 앞장서는 등 사회와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제시 노먼은 자신의 고향인 어거스타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예술학교를 세우고 재능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전액 무료로 교육하고 있다.

넬슨 만델라 추모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제시 노먼(199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