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본능에서부터 나온다

인간의 마음은 본능에서부터 나온다

루시(LUCY, 2014)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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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게 된 것일까?
  2. 우리는 본능을 보아야만 한다
  3. 진화, 마음을 읽다
  4. 진화심리학의 활용 방안
  5. 영화 소개

350만 년 전 인류 최초의 여성 유인원 ‘루시(Lucy)’. 그리고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의 교차 등장과 함께 영화 루시(LUCY, 2014)는 시작한다.

영화 <루시>
영화 <루시>

루시는 평범한 여대생이었지만 범죄 조직에 납치되어 특수한 약물의 운반책이 된다. 몸 자체가 약 배달 도구가 된 그녀는 이송 중 배 안에 있는 약물 주머니가 터지면서 몸 안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특수한 약물의 침투로 인해 루시의 뇌가 전 기능을 완벽하게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에서 인간의 평균 뇌 사용량은 10%라고 말 한다. 그리고 그것이 24%에 도달하면 인간이 자신의 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고, 40%에 달하면 주변의 모든 상황을 제어하고, 62%에 이르면 타인의 행동도 컨트롤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100%. 그때는 예측 불가능하다. 루시는 이러한 능력을 갖게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게 된 것일까?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거기에 대한 답으로 뇌 연구분야의 권위자인 노먼 박사(모건 프리먼)는 그 답이 ‘시간’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이라는 원시적인 존재의 삶의 목적은 시간을 얻는 것이며 그것은 곧 늙는 것을 의미한다. 그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게 선택은 둘 뿐이다. 서식 환경이 나쁘거나 영양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땐 영생을 택하고 반대로 서식환경이 좋으면 번식을 통해 지식과 중요한 정보를 다음 세대의 세포에 계속 전달한다. 뇌 사용량이 100%에 다다르자 시공을 초월할 수 있게된 루시는 태초의 인간 ‘루시’와 마주한다.

100%의 뇌 기능에 도달하며 초월적인 존재가 된 루시
100%의 뇌 기능에 도달하며 초월적인 존재가 된 루시

영화는 인류가 지능을 갖기 이전에서부터 시작한다. 태초의 인류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능을 부여받고, 그 지능의 10%를 사용하면서 만들어내는 문명의 자화상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는다. 감독 뤽 베송(Luc Besson)은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류의 진화과정을 조망할 수 있게 보여준다. 마치 다윈의 '진화론'을 읽듯이 말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진화의 끝이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지 감독의 생각에 있다. 재밌지만 철학적이고 어렵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뤽 베송 감독 버전의 진화론이다.

우리는 본능을 보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철학적이고 어려운 영화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진화론은 대체 무엇일까?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진화(進化, Evolution)는 기존 종교적, 인간 중심적 가치관이 자리 잡던 사회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에 의해 발표된 과학이론으로,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생물은 다산하며 과잉번식을 하므로 생존경쟁이 벌어지며 환경에 적응한 유리한 변이는 보존하고, 불리한 변이를 일으킨 생물은 전멸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자연선택의 결과로써 적자생존이라고도 일컫는다. 그것이 바로 다윈의 진화론이다. 자연선택은 다윈의 진화론을 대표하는 핵심 개념이다. 여기서 선택이란 신 또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선택이 아닌 자연환경에 의해 선택된다는 뜻이다. 대단히 독창적인 연구였고 기존의 상식과 믿음을 뒤집을만한 것이었기에 기존의 창조주의자들 및 신자들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인간은 우리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서 항상 궁금해 해왔다. 왜 먹기만 하면 살찌는 고기는 채소보다 맛있을까? 왜 여자들은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까? 여자들은 왜 백화점에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는 걸까?

특히 사용자의 마음에 큰 관심을 갖고 UX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항상 이러한 궁금증에 빠져있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학자는 이러한 질문에 타당한 진리를 찾기 위해 인지과학,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등의 힘을 빌려왔다.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사실 심리학과 같은 인간을 탐구하는 대부분의 학문은 주로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들의 마음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러한 결과로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관점의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인간은 사랑할 때, 놀이를 할 때, 권력을 취하고 싸움을 일으킬 때 모두 보편적으로 비슷한 행동을 취한다. 그 이유는 하나의 동물로서 인간이라는 종이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진화론적 관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 심리의 본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학문이 바로 진화심리학이다.

진화, 마음을 읽다

진화심리학(進化心理學, Evolutionary psychology)은 동물의 심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신경계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 모두 적용할 수 있지만, 주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비롯된 진화인류학, 사회생물학, 인간행태학, 인간행동생태학 등을 토대로 인간의 진화적, 생리적 근원을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사람들의 심리에 진화론적인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특히, 진화심리학은 두뇌 가 많은 기능적 메커니즘을 포함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메커니즘들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된 심리학적 적응 또는 진화된 심리학적 메커니즘(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s, EPMs)이라고 불린다.

허리와 엉덩이가 이루는 각도에 따른 남성의 선호도 조사
허리와 엉덩이가 이루는 각도에 따른 남성의 선호도 조사

대표적인 예로 시각, 청각, 기억, 운동 제어 등으로 근친상간을 피하고, 나를 해하려는 사람을 탐지하며, 성에 따른 짝짓기 선호, 그리고 공간 인지 등이 주로 언급된다. 그러한 특성은 한 종에 있어서 보편적이다.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는 것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고, 여성이 하이힐을 신고 화장을 하는 이유나 남성이 엉덩이나 가슴이 크고 허리가 가느다란 외모의 여성에 끌리는 것은 ‘번식’ 본능과 관계된 것이다. 또한 이타적인 행동은 가까운 혈연들 사이에서 유전자의 이익을 넓히고자 행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결국 인간은 동물이고, 인간 본성은 타고나는 것이며, 인간의 행동은 본성과 환경이 함께 낳은 산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 역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끔 진화해왔다. 이는 먹고 살기 위한 자연 선택에 의한 결과였고 그것이 현재의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관적, 본능적으로 내리는 여러 판단이 사실은 살아남기 위해 오랜 세월 진화한 지식의 산물일 뿐인 것이다.

진화심리학의 활용 방안

“사람의 행동에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이 뭔가. 바로 욕망이다. 성적 욕망, 지위를 높이려는 욕망, 자식들에게 더 많은 걸 남겨주려는 욕망.... 사람의 행동은 바로 이런 욕망의 결과물이다. 욕망을 이해하면 실용적 효과도 있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로맨틱한 파트너에 대해 뭘 원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짝짓기 과정에서 이성을 유혹할 때 보다 성공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미국 텍사스대(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 교수 -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마케팅, 광고, 제품 개발과 같은 인간 행동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진화심리학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소비자 행동 분석에 진화심리학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컨설팅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예로 진화 심리학자 그리스케비시우스(Vladas Griskevicius)와 동료는 ‘마케팅 연구 저널(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서 사람들이 진화적 예측에 맞게 행동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포 영화를 보고 나 서 사회적 인증에 호소하는 광고를 본 사람들은 상품 구매 욕구가 증가했지만, 희소성에 호소하는 광고를 본 사람들은 구매 욕구가 떨어졌다. 공포라는 정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게끔 설계되었다. 따라서 공포심을 느끼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뭉쳐서 적과 맞서 싸우고자 하는 적응적 행동 본능이 극대화되는데 이때 “오직 당신만을 위한 이 한정판을 구매해서 남들과 달라지세요.” 라고 외치는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기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이끌 열쇠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사용자 경험이 스마트기술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그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분야에서 진화론적 관점을 통해 사용자의 욕망, 욕구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가능하다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제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인간이라는 동물의 불완전하고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진화론적 접근을 통해 이해한다면 인간의 소비 행태, 다양한 비즈니스에의 적용 또한 가능할 거라 여겨진다. 더불어 성폭행, 스토킹과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영화 소개

루시
루시 Lucy
제작 :
2014, 프랑스
감독 :
뤽 베송
주연 :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먼, 최민식
Daum 영화

참고

・ ※ 본 콘텐츠는 Daum 백과사전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제작하였습니다.

참고문헌

  • ・ Gould, S. J. (2002). The structure of evolutionary theory. Harvard University Press. ISO 690
  • ・ Futuyma, D. J. (2005). Evolution. Sunderland, MA. USA: Sinauer Associates. Gouy MAM, Guindon S, Gascuel O (2010). SeaView version, 4, 221-224.
  • ・ Wirgin, I., Roy, N. K., Loftus, M., Chambers, R. C., Franks, D. G., & Hahn, M. E. (2011). Mechanistic basis of resistance to PCBs in Atlantic tomcod from the Hudson River. Science, 331(6022), 1322-1325.
  • ・ Nishimura, R., Hayashi, M., Wu, G. J., Kouchi, H., Imaizumi-Anraku, H., Murakami, Y., ... & Kawaguchi, M. (2002). HAR1 mediates systemic regulation of symbiotic organ development. Nature, 420(6914), 426-429.
  • ・ [j Special] “인간 욕망은 진화의 산물” ... 진화심리학 대가, 데이비드 버스 (2011.07.09)
    http://news.joins.com/article/5762239
  • ・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여성의 매력적인 뒷태 (2015.03.22)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6421
  • ・ 전중환. (2010). 오래된 연장통. 사이언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