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

웃긴 과학의 진수

이그노벨상

Ig Nobel Prize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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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학자들이 사랑한 똥
  2. 지구 종말의 해는 언제?

매년 노벨상이 발표되기 직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희한한 과학상이 발표된다. 바로 ‘이그노벨상’이다. 참가자와 수상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이 시상식은 ‘황당무계 연구 연보’라는 과학잡지를 만드는 편집진과 과학자들이 주는 엽기 과학상이다. ‘이그’는 ‘명예롭지 못한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단어의 약자다.

이 상은 이제 국내에서도 꽤 알려졌고 자주 언론에 나온다. 가끔 한국인 수상자도 등장한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길. 웃자고 만든 상은 분명하지만 상당수는 ‘진짜’ 연구에 상을 준다. 그것도 꽤 진지하게 진행된 연구에 말이다. 역대급 이그노벨상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과학자들이 사랑한 똥

2014년 수상작이다. 체코생명과학대 경영게임·야생생물학과 블라스티밀 하르트 연구팀은 개가 똥 싸는 모습을 2년 동안 끈기있게 지켜봤다. 37종의 개 70마리가 대변 1893번, 소변 5582번 싸는 걸 지켜본 결과, 개들이 자기장의 남북방향으로 변을 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괴짜 과학자들은 ‘동물학 프런티어’에 연구결과도 발표하고 이그노벨상 생물학상도 받았다.

개의 종류
개의 종류

연구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뭔가가 엉성하다. “실제로 살펴봤는데 개들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배변하는 건 아니더라”고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자 연구팀은 “지구자기장이 안정돼 있을 때만 남북방향으로 몸을 둔다”고 답했다. 사람도 나침반이 흔들거리면 방향을 잘 못 잡지 않던가. 문제는 지구자기장이 안정돼 있을 때가 낮 시간의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개들이 동서방향은 피하고 하필 남북방향으로 몸을 두는 걸까. 연구진은 “아직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그노벨상을 받으려면 이런 엉뚱함이 있어야 한다.

이그노벨상은 똥을 유달리 사랑한다. 같은 해 아기 똥에서 몸에 좋은 유산균을 발견한 연구팀이 영양학 분야 이그노벨상을 거머쥐었다. 스페인 카탈로니아 식품농업연구센터 라켈 루비오 연구팀은 생후 6개월 된 건강한 영아 43명의 기저귀에서 미생물 109종을 분리했다. 미생물을 분석하던 연구팀은 ‘비피더스균’ 등 인체에 유익한 유산균 세 종을 발견했다.

유산균이 우리 몸에 좋다고 인정받으려면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우선 위산과 담즙산에서 살아남아 소장까지 도달해야 하고, 장에서 증식하며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성이 없고 비병원성이여야 하며, 건강에도 좋아야 한다. 이렇게 인정받은 유산균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른다.

연구팀은 이번에 새로 발견한 프로바이오틱스를 스페인 북동부 카탈로니아 지방의 전통 소시지를 만드는 데 적용했다. 자연 발효시켜 얻은 소시지는 저지방, 저염분이라 건강에도 좋았고, 심지어 맛도 훌륭했다. 다만 아직까지 관심을 보이는 식품업체는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똥에서 나온 유산균이지 않은가.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펭귄
펭귄

2005년 수상작의 주제 역시 똥이다. 펭귄이 인간보다 최대 8배나 강한 힘으로 똥을 ‘발사’한다는 연구가 상을 받은 것이다. 독일 등 3개국 공동연구팀은 펭귄이 둥지에서 바깥으로 똥을 발사하는 현상을 연구했다. 펭귄은 둥지에서 알을 돌볼 때 볼일을 보러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 대신 엉덩이를 둥지 바깥으로 내밀어 똥을 발사한다. 똥이 날아가는 거리는 평균 40cm였다.

연구팀은 펭귄의 키, 항문 구조, 똥을 쏘는 속도 등을 연구한 결과 똥을 쏠 때 항문의 압력이 0.1~0.6기압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이런 연구를 한 걸까. 연구팀의 메이어-로초는 “좁은 관에서 뿜어 나오는 유체의 성질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펭귄의 똥이 언젠가 로켓을 만들 때 적용될지도 모른다.

지구 종말의 해는 언제?

2010년에는 ‘미생물학자가 수염을 기르면 가족과 친구를 감염시킬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공중 보건학상을 받았다. 미국 메릴랜드주 산업건강안전연구소의 마누엘 바르베이토와 찰스 매튜스, 래리 테일러 등 3명의 과학자는 1967년 7월, 미생물학자가 수염을 기르면 아무리 열심히 씻어도 수염에 달라붙어 있는 미생물을 완벽하게 없앨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응용미생물학’에 실었다.

그들은 수염을 기른 사람과 기르지 않은 사람이 2가지 미생물,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와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 var. niger)와 접촉하게 했다. 당시 두 세균은 탄저균과 성질이 비슷하나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전염에 대한 병리학적 실험에 자주 사용됐다(나중에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실험을 위해 참가자들은 약 73일간 수염을 길러야 했다.

수염
수염

마네킹에 수염을 달고 뉴캐슬병바이러스(주로 조류가 걸리는 전염병)와 A형 보톨리늄균(Clostridium botulinum)의 독소에 노출시키기도 했다. 실험 결과, 물과 비누로 씻어도 수염에 붙은 세균과 바이러스는 없어지지 않았다. 씻기 전보다 병원균의 양은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병을 일으킬 만큼 위험한 수치였다. 연구팀이 이런 실험을 하게 된 동기는 “동료 미생물학자들이 수염을 제대로 깎지 않아, 위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품이 전염되는 이유
하품이 전염되는 이유

하품이 전염되는 이유를 실험으로 밝혀낸 연구도 2011년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영국 링컨대 생명과학부 애너 윌킨슨 박사팀은 하품이 전염되는 원인에 대해 3가지 가설을 세웠다. 다른 이가 하품하는 것을 보고 자극받았거나 친한 사람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흉내 내는 것, 또는 피곤하다는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윌킨슨 박사는 붉은다리거북(Geochelone carbonaria)인 알렉산드라가 명령할 때마다 하품하도록 6개월간 훈련시켰다. 알렉산드라가 하품을 했을 때 다른 붉은다리거북들이 하품하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실험 결과 하품은 전염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람 사이에서 하품이 전염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로 ‘서로에게 공감하기 때문’을 들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지능이 발달한 사람 사이에서만 하품이 전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해 우리나라 사람이 수학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1992년에 휴거가 일어난다고 주장하며 신도 2만 여 명을 모았던 이장림 목사다. 이그노벨상 선정단은 ‘수학적 가정을 세우고 답을 얻을 때에는 충분히 검토해야 함을 널리 알린 공로’로 세상의 종말을 예언했던 6명에게 수상했다. 이들이 지목했던 종말의 날은 1954년부터 1982년, 1990년, 1992년, 1999년, 2011년으로 모두 다르다. 다행히도 아직 세상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참고

・ ※ 본 콘텐츠는 Daum 백과사전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