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부담 없는 니트와 카디건

누구나 부담 없는 니트와 카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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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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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롭게 주목받는 니트의 멋
  2. 여유로움의 상징, 카디건
  3. 섬세한 직물, 니트 관리법

해마다 찬바람이 불면 약속한 듯 누구나 옷장 속에 곱게 접어둔 니트를 꺼낸다. 그만큼 니트는 무엇보다 유용한 아이템이다. 니트는 셔츠나 재킷에 비해 무난한 아이템이어서, 유행을 주도하는 층에게는 그다지 사랑받지 못해왔다. 게다가 니트라고 하면 속에 받쳐 입는 이너웨어, 혹은 집에서만 입는 옷이라는 이미지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비즈니스 캐주얼이 보편화되고 기후 변화로 아침저녁의 일교차가 점점 커짐에 따라 니트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자칫 느끼하게 보일 수 있는 가죽 재킷도 니트와 만나면 부담스럽지 않고 지적인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니트류는 단추로 여미는 스타일이나 지퍼가 달린 아우터로도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고 있다. 또 셔츠에 타이를 매고 니트를 걸치면 정장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어 비즈니스 복장으로 손색이 없다.

새롭게 주목받는 니트의 멋

니트는 네크라인 종류에 따라 대표적으로 네 가지로 나뉜다.

댄디 V 네크라인(dandy V neckline)은 블랙과 화이트 일색의 무미건조한 비즈니스복 세계에서 스타일을 살리는 보석 같은 존재다. 화이트 셔츠, 넥타이와 V넥 블랙 니트를 함께 매치하면 지적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다양한 컬러 사용이 가능하고, 넥타이와 셔츠를 바꿔가며 입으면 일주일 내내 입어도 질리지 않는다.

덴디 V 네크라인
덴디 V 네크라인

크루 네크라인(crew neckline)은 흔히 알고 있는 라운드 네크라인을 말하는데, 별다른 장식이 없이 담백하다. 댄디 V 네크라인이 지적이라면, 크루 네크라인은 감성적이다. 편안하고 질리지 않으며 언제 어느 곳에 입고 나타나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것이 장점이다. 응용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영화 ‘노팅힐’에서 평범한 서점 주인으로 나온 휴 그랜트는 크루 네크라인 니트를 적절하게 사용했다. 카키색 니트에 치노 팬츠를 입은 그의 옷차림은 무난하면서도 멋스러웠다. 이런 차림에 니트 안에 흰색 면 티셔츠가 살짝 보이도록 코디하면 다섯 살은 젊어 보인다.

크루 네크라인
크루 네크라인

클러버 네크라인(clubber neckline)은 미국의 테니스 스타 윌리엄 틸튼이 즐겨 입은 스웨터라 해서 보통 틸튼 스웨터라고 불린다. V넥 니트의 소매, 목, 허리 부분에 컬러풀한 라인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전통과 명예, 소속감을 상징하는 라인으로 이 스웨터는 교복에도 많이 쓰인다. 블레이저 안에 입으면 클래식하고, 화이트 팬츠와 매치하면 상큼하고 젊은 분위기가 난다. 최근에는 골프웨어에서도 클러버 네크라인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리조트웨어나 편안한 주말용 복장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

클러버 네크라인
클러버 네크라인

겨울철에 자주 입게 되는 터틀넥 니트, 폴라티는 중년 남성들이 신경 써야 할 아이템이다. 흔히 ‘목 폴라티’라고 불리는 터틀넥은 목이 답답하고 껄끄럽다는 이유로 남성들이 피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완전히 목을 감싸는 클래식한 폴라티 대신 목의 반까지만 올라오는 변형된 반목티를 애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아이템은 전형적으로 나이 들어 보이는 아저씨 옷이다. 젊어 보이고 싶다면 조금 답답하더라도 목 위까지 올라오는 폴라티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목이 굵거나 짧은 것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검은색 폴라티는 블레이저에도 가죽 재킷에도 반코트에도 멋지게 어울리기 때문에 긴요하게 쓰이는 아이템이다.

터틀 네크라인
터틀 네크라인

하나 더 추가하자면, 헨리 네크라인(henley neckline)이 있다. 영국 헨리 8세가 자주 입었던 셔츠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헨리 8세는 보트 경기를 즐겼는데, 경기 중에는 궁중 복식을 벗어던지고 가벼운 플래킷 셔츠(placket shirt)만 입었다고 한다. 플래킷 스타일은 앞이 트이도록 만든 셔츠로, 둥근 네크라인 아래 몇 개의 여미는 단추가 딸린 모양이다. 헨리 네크라인은 당시 그가 입은 셔츠에서 변형된 것이다. 데님 팬츠와 잘 어울리며, 셔츠나 티셔츠를 받쳐 입는 것보다 하나만 입는 것이 멋스럽다.

여유로움의 상징, 카디건

한없이 무난하면서 동시에 특별한 매력을 가진 옷이 바로 카디건이다. 카디건은 여유로움의 상징으로 불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쟁터에서 탄생한 아이템이다. 1854년 크림전쟁에서 영국군 단장이었던 카디건 경은 치열했던 전투 속에서도 항상 화려한 울 망토를 걸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개선장군이 되어 돌아왔고, 그가 입었던 망토는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카디건
카디건

당시까지 카디건은 소매가 없는 양모 조끼를 총칭하는 말이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카디건이 자리를 잡은 건,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렉스 해리슨이 맡은 히긴스 교수가 입은 의상에서 시작됐다. 이제 카디건은 남자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 옷으로, 나이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즐기는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카디건은 크게 클래식 스타일과 모던 스타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두 스타일은 V존의 길이로 구분할 수 있다.

클래식한 카디건은 V존의 길이가 34.5센티미터 정도로 길다. V존이 깊은 클래식 카디건은 반드시 셔츠를 매치해야 한다. 컬러나 디자인도 고려해야 하지만, 카디건은 V존의 깊이에 따라 이너웨어로 어떤 것을 매치하느냐가 결정된다. 클래식한 카디건일수록 몸에 딱 맞게 입어야 하며 셔츠 또한 타이트한 것을 골라야 한다. 사이즈가 여유 있는 것을 고르면 훨씬 나이가 든 아저씨 같아 보일 수 있다.

클래식 카디건 스타일
클래식 카디건 스타일

클래식한 카디건에서 진화한 모던 스타일은 V존이 짧아진 대신 단추 개수가 서너 개에서 다섯 개 이상으로 늘었다. V존이 짧은 모던 스타일에는 답답해 보이는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는 것이 좋다. 단추를 다 채우기보다는 제일 아래 단추를 한두 개 정도 풀어야 여유로워 보인다. 얼굴이 날렵하고 지적인 인상을 주려면 V존의 길이를 조절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다. 앞에서 강조한 것처럼 집업 카디건이나 재킷은 V존의 길이가 얼굴 길이의 1.5배일 때 가장 무난하다. 옷 자체의 V존 길이보다는 본인의 얼굴 길이를 기준으로 적당한 스타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모던 카디건 스타일
모던 카디건 스타일

사무실에서 재킷이나 코트 속 어디에나 무난하게 매치하면서도 때론 특별하게 보이는 옷이 바로 카디건이다. 이 유용한 아이템은 실용적이면서 어느 한 순간 센스를 돋보이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칙칙한 사무실 분위기를 확 바꿔보고 싶다면 원색 계열의 카디건에 도전해보자. 부드럽고 화사한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블랙이나 브라운색 카디건은 무난하다. 모던하면서 세련된 멋을 추구한다면 그레이톤의 카디건을 추천한다.

패턴이 없는 무지 그레이 카디건은 여유분 없이 몸이 딱 붙는 것이어야 멋지다. 이때 맨 아래 단추 하나쯤은 풀어주는 것이 좋다. 정통 클래식 슈트에서도 조끼를 입을 때 ‘언버튼(unbutton)’이라고 해서 맨 아래 단추를 푸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카디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소매와 몸통은 꼭 맞게, 맨 아래 단추는 풀어두라.

컬러나 디자인이 독특한 카디건은 청바지에 매치하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품이 넉넉하게 디자인된 카디건을 입을 때는 단추를 모두 채우는 것이 보기 좋다.

섬세한 직물, 니트 관리법

니트의 소재는 양모, 캐시미어, 견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양모는 단열성과 보온성이 뛰어나 니트 소재로 가장 흔하게 쓰인다. 때가 잘 타지 않고 탄력성과 내구성도 뛰어나 실용적이다. 캐시미어는 에스키모들이 겨울을 날 때도 쓴 소재로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나다. 실이 가늘고 부드러우면서 광택도 좋다. 누에고치에서 뽑은 견직물은 니트에 쓰일 때는 견방사를 이용하거나 레이온 등의 합성섬유와 혼방으로 만들어진다. 탄력성이 좋고 강하다.

니트를 구입할 때는 우선 촉감이 좋은 것을 고른다. 다음으로 솔기 마무리가 짜임으로 되어 있는지, 박음질로 되어 있는지 살핀다. 니트는 조직 자체의 짜임을 살려 소매나 앞판 뒤판의 이음새까지 짜임으로 마무리한 제품을 사야 한다. 박음질로 마감한 것은 올이 풀리기 쉽다. 마지막으로 슈트를 고를 때처럼 직물을 손으로 힘껏 쥐었다 폈다 반복해보고, 잡아당겨 늘여보기도 한다. 니트는 원상 복원력이 좋아야 하므로 바로 제자리를 잡는 것을 고르면 된다.

니트를 살 때는 같은 색이나 원단의 머플러를 함께 구입해두면 스타일링하기 좋다.

니트류는 보관이나 세탁에도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다. 입을 때마다 보풀이 늘어가는데, 보풀을 달고 다녀서는 아무리 센스 있게 연출한다 해도 멋스러워 보이기 힘들다. 청결함은 멋 내기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항목이고 특히 중년 이후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니트에 생기는 보풀은 손으로 뜯어내기보다는 접착테이프와 손가위를 이용해 제거하는 것이 좋다. 대형 마트에 가면 니트의 보풀 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상품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니트는 세탁을 잘못하면 줄어들기 쉬운데, 비싼 돈을 주고 산 니트가 줄어들었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 없다. 가슴둘레 등 원래 옷의 사이즈대로 스팀다리미를 이용해 펴면서 다려주면 원래 크기로 복원된다. 물론 이런 방법이 있다고 해도 니트를 세탁기에 넣고 힘껏 돌리면 곤란하다. 섬세한 소재인 만큼 손세탁이 기본이다. 비비거나 짜지 않고 가볍게 손으로 두드리거나 눌러서 빨아야 하며, 비틀어 짜서는 절대 안 된다. 마른 타월로 둘둘 감싼 다음, 손으로 꾹꾹 눌러서 물기를 빼줘야 한다. 소매나 목 부분 등 매듭이 촘촘한 부분은 더 늦게 마르므로 손으로 한 번 가볍게 쥐어서 물기를 뺀 뒤에 건조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