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2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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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시즌 2를 위한 요르단 취재 후기

첫 번째 요르단 방문은 관광에 더 가까웠지만 <미생> 시즌 1을 끝내고 시즌 2를 준비하며 계획한 이번 방문은 철저히 취재가 목적이었다. 주한요르단 대사관에서 요르단 행을 주선하셨고, 현지에서는 코트라 암만 무역관에서 잡아준 스케줄에 맞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총 146수, 1년 7개월간 <미생>을 연재했다. <미생> 시즌 2는 250수가 넘어가는 기나긴 여정이 될 것이라 시즌 2는 3부작으로 나눌 생각이다. 1부는 회계, 그리고 경영에 관련한 이야기들, 2부는 장그래가 직접 요르단에 가서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 내는 과정, 3부는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이들의 결혼풍속문화. 이렇게 꾸려갈 것이다. 2부, <미생> 시즌 2의 허리 부분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요르단을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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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은 국내에서 출발하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아부다비를 경유해야한다. 비행시간은 최소 열다섯 시간 걸린다. 참고로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했고, 내 모습이 나온 것은 <미생> 드라마를 연출한 김원석 PD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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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시즌 1의 끝부분에 암만 시내를 달리는 장그래의 추격 씬(?)이 나온다. 하지만 이건 사실 첩보작전 같은 걸 펼치는 장그래를 그린 것은 아니다. 시즌 2에서, 장그래는 새로 시작하는 작은 회사에 몇 달치 밥값을 벌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하고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시즌1 끝에서 엄연히 경력을 인정받아 입사한 중소기업의 사원이며, 모두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아마도, 장그래가 다급하게 뛰었던 이유는 “서류를 떼기 위해”서가 아닐까. 자신의 일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팩스 하나를 제 시간에 보내기 위해 뛰는 것처럼. 작은 것 하나가 쌓여 결국 전체의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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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호텔에서 어슴푸레한 암만 시내의 아침 풍경을 찍고, 곧바로 암만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드라마 팀과 함께인 만큼 꽤 많은 인원이 동행했는데, 배순희 주한요르단 대사관 사무관 님과 지금은 귀국해 동네 주민이 된 조성재 코트라 암만 무역관 차장의 매끄러운 진행 덕분에 잡음 없이 모든 취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출발 전부터 주한 요르단 대사관의 엄청난 지원이 있었다. 대사님이 현지에서 취재가 어려운 부분은 본인의 인맥을 동원해 취재허가를 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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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에서 밝힌 대로, 한국 차는 요르단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 인기는 중고차와 신차를 가리지 않는데 특히 현대기아 자동차의 인기는 대단하다고 했다. 현지에서 현기차를 독점으로 수입하는 딜러를 만났는데, 그는 어마어마한 부자라고 한다. 자동차 딜러로 엄청난 돈을 벌어 큰 규모로 새 매장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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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에서 한국 차는 잘 팔린다. 차가 잘 팔린다는 이야기는 곧 각종 자동차 관련 부품 시장도 활발하다는 말이다. 돈이 많이 오가는 만큼 사기사건도 많다고 하는데, 취재를 위해 중고차 부품 매장을 취재하러 갔던 날, 한국 업체에게 수천만 원의 사기를 당한 곳이 해당 부품을 늘어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광경을 목격했지만 좋은 무역, 모두가 ‘윈윈’하는 협상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회사에 약간의 이익을 더 가져가기 위해 업체를 후려치는 것, 웃는 얼굴로 악수하고 서류에 서명하고 나왔는데 뒤를 돌아보니 뒤통수 맞는 경우 모두 어느 것이 최선이고 최악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예민한 일이다. 장그래는 이런 과정에서 실제로 일을 잘 하는가, 시험에 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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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요르단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페트라’다. 기원전 7세기부터 건축된 요르단 남부의 도시유적. 깎아지른 절벽 속에 건설된 도시가 아무도 살지 않는 황량한 사막지대에 우뚝 솟아있다. 페트라는 그리스어 ‘바위’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미스테리한 고대 유적은 창작자의 구미를 꽤나 당긴다. 요르단 취재에 동행한 <7년의 밤> 소설가 정유정 씨 역시 이곳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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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끊임없이 외부에서 그 회사의 룰이나 규칙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외부의 시선이 유지되는 곳이다 보니 내규 또한 납득 가능하게 만들고자 하는 지점이 있다. 눈속임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중소기업은 사주 하나로 좌지우지할 수 있고, 100개의 중소기업이 있으면 100개의 룰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생> 시즌 2를 준비하며 기업취재를 하다보니 결국 시즌 2의 무대가 될 장그래가 속한 중소기업은 어느 한 군데를 모델로 삼기 보다는 다층적으로 취재한 다음, 직접 모델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앞서 밝힌 대로 시즌 2는 3부작이 될 것이며, 보다 세세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일단 장그래가 요르단에 가는 순간, 장그래와 함께 원 인터내셔널에 정식 입사했던 4인방은 연차가 쌓이며 자기 프로젝트를 하나씩 맡는다. 동시에 각자 맡은 다른 일에 매진하며 질주하는 챕터가 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하는 방식의 차이부터 책임의 차이, 시스템의 차이… 수많은 차이점과 그럼에도 닮아있는 점까지 드러낼 예정이다. 예컨대, 오차장이 그랬듯 대기업에서 독립한 작은 회사는 대기업 때 신뢰를 구축해 둔 라인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이 회사도 오 차장의 선배가 싸들고 온 일로 사업을 시작한다. 매력적인 일이라는 언급은 했지만, 그게 무슨 일인지는 <미생> 시즌1에서 밝히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못 정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시스템 하에서 관리되던 일들을 밖으로 들고 나와 판을 벌일 때 말끔하지 못한 지점도 분명 생길 거다. 때로는 주먹구구식 일도 필요할 거고, 우리가 ‘노예’라고 페이소스 묻은 말투로 얘기하는 야근이나 철야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또한 법을 허점을 활용하려 애쓰는 상사가 바로 완벽한 상사였던 오차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질주하는 4인방과 그들의 사수가 일하고 생존하는 방식, 판이 달라졌을 때 일과 사람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미생> 시즌2의 세계는 확장되었다. 요르단은 시즌 1과의 연결선인 동시에 넓어진 세계의 디테일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