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원더우먼

Wonder women

DC코믹스의 삼위일체

DC코믹스의 만화 캐릭터. 슈퍼맨, 배트맨과 더불어 DC코믹스의 ‘빅3’로 불린다. 윌리엄 몰턴 마스턴이 창조한 원더우먼은 1941년 처음으로 등장했다. 본명은 ‘데미쉬라의 다이애나’. ‘히로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캐릭터이며, 마초적인 힘을 과시하는 남성 히어로들과 달리 강하면서도 지혜와 섬세함을 갖춘 여성 히어로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미국 국기를 소재로 한 코스튬이 특징.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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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더우먼은 누구?
  2. 슈퍼 히어로를 통해 여성 해방을 꿈꾸다
  3. 원더우먼과 미디어 믹스
  4. 원더우먼의 그늘
원더우먼
원더우먼

2010년 이후 가장 인상적인 여성 히어로를 뽑으라면 대중은 누구를 떠올릴까? 아마도 높은 확률로 마블 코믹스의 ‘블랙 위도우’가 1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녀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작전을 수행하고 당당히 싸움에 임한다. 하지만 그런 블랙 위도우 조차도 다른 남성 캐릭터들과 동등하게 영화의 한 축을 이루지는 못한다. 헐크 역을 맡았던 배우 마크 러팔로가 자신의 트위터에 “블랙 위도우 장난감을 더 내달라”는 발언을 한 것도 결국 ‘사이드킥’에 지나지 않는 그녀의 현재를 보여준다. 여전히, 여성 히어로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런 히어로의 세계에서, 홀로 타이틀 롤을 차지하며 세계를 호령했던 여인이 있었다. 바로 성조기를 입은 여신, ‘원더우먼’이다.

원더우먼은 누구?

원더우먼은 1941년 12월 발행된 『올 스타 코믹스(All Star Comics) v1』 8호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녀는 헤라 여신의 가호를 받는 아마존 종족의 여왕 ‘히폴리타’의 딸이다. 점토로 형태를 빚은 후 신이 생명을 불어넣어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라기보다는 신에 가깝다.

그리스 신화를 차용하고 있는 만큼, 원더우먼이 가진 능력 역시 신에게서 받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녀는 헤라클레스처럼 힘이 세고, 아테나의 지혜로움을 가졌으며, 아프로디테만큼 아름답다. 원더우먼의 무기이자 대표적인 상징물인 ‘진실의 올가미’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준 것. 올가미에 묶인 이는 진실만을 말하게 되는 것은 물론 환각을 보거나 세뇌 당한 상태에 있던 사람은 정상적으로 치유된다. 양팔에 찬 팔찌는 이지스의 방패로 만들어져 어떤 공격도 모두 튕겨낸다. 지구상 어디로든 이동 가능한 헤르메스의 샌들까지 보유했으니, 원더우먼은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를 입은 여자’인 셈.

원더우먼의 신화적인 탄생 설정은 2011년 8월 기존의 DC 유니버스 세계관을 새롭게 정립한 ‘리런치’ 이후 크게 바뀐다. 리런치는 1900년대 초부터 한 세기 가깝게 유지되며 엉키고 낡아진 설정들을 정리하거나 버리고, 현대에 맞게 새출발하기 위한 리부트 프로젝트다.

원더우먼은 리런치 이후 제우스와 히폴리타 사이의 아이로 재설정된다.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히폴리타가 자신의 딸을 ‘점토인형에 숨을 불어넣어 만든 아이’라고 거짓말했다는 식으로 설정을 살짝 틀어놓은 것이다. 덕분에 원더우먼은 그리스 신화 속 수많은 영웅들처럼 제우스 신의 혈통을 이어받은 반인반신이 됐다.

슈퍼 히어로를 통해 여성 해방을 꿈꾸다

원더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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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도, 그녀를 만든 것은 만화가나 작가가 아니라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라는 심리학자다. 그는 당시 “코믹스는 유해하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대하며 만화의 교육적 효과를 역설했는데, 그 덕분에 DC 코믹스의 자문이 됐다. 동시에 그는 사회적으로 소수자인 여성의 해방을 위해 여러 가지 이론과 실험을 지속하던 페미니스트이기도 했다.

마스턴 박사는 슈퍼맨, 배트맨, 그린랜턴 등 기존의 남성 캐릭터들이 무력을 쓴다는 것에 주목하고 그와 반대로 ‘사랑’과 같은 섬세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히어로 캐릭터를 구상했다. 박사는 같은 심리학자였던 아내에게 이 새로운 영웅에 대해 상의했다. 아내는 이 캐릭터가 ‘여자’면 좋겠다고 조언했고, 그렇게 원더우먼이 탄생했다. 그는 “힘과 선량함을 모두 갖춘 원더우먼을 통해 여성을 진정으로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원더우먼의 오리지널 스토리도 직접 썼다. 덕분에 원더우먼은 거친 마초 영웅들의 세계에서 본인만의 독보적인 포지션을 구축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원더우먼과 미디어 믹스

원더우먼
원더우먼

원더우먼은 영화 대신 TV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렸다. 1967년 1대 원더우먼 ‘린다 해리슨’을 시작으로, 1974년 ‘캐시 리 크로스비’, 1976년 ‘린다 카터’가 주연한 『원더우먼』 실사 TV시리즈가 속속 만들어졌다.

이중 가장 유명한 원더우먼은 바로 1976년부터 1979년까지 원더우먼을 연기한 린다 카터다. 미스 월드 미국 대표 출신인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로 세계적인 섹시 스타가 됐다. 카터는 이러한 평가를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1980년 이후 카터는 원더우먼 연기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여전히 ‘원더우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뱅글뱅글 돌며 원더우먼으로 변신하는 린다 카터를 떠올린다.

원더우먼의 그늘

원더우먼
원더우먼

원더우먼은 DC코믹스에서 슈퍼맨, 배트맨과 함께 3대 히어로로 여겨진다. 팬들은 이 셋을 묶어 ‘삼위일체(trinity)'로 불러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원더우먼의 인기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요즘은 오히려 DC코믹스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원더우먼 대신 그린랜턴을 꼽을 정도.

슈퍼맨과 배트맨이 그래픽 노블, 영화 등 각종 미디어 믹스를 통해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캐릭터로 변모해온 것과 달리, 원더우먼은 1960~70년대 만들어진 TV시리즈가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이렇다 할 미디어적 변주가 없었다. 때문에 원더우먼은 시대의 유행에서 점점 뒤처지게 된 것은 물론 젊은 대중들에게 자신을 선보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처음부터 너무나 완전무결한 존재로 설정된 탓에 ‘고뇌하는 영웅’ 혹은 ‘악전고투하는 영웅’ 등 최신 슈퍼 히어로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측면도 인기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 배트맨과 조커, 슈퍼맨과 렉스 루터, 데어데블과 킹핀 등 주인공을 늘 긴장시킬 만한 빌런이 없다는 것도 원더우먼의 고민이다.

2011년, NBC에서 새로운 원더우먼 시리즈를 기획하고 파일럿을 방영했다. 주연 배우는 에이드리엔 팰리키. 파일럿이 방영되자 엄청난 혹평이 몰아쳤고 결국 드라마는 취소되었다. 2013년 12월, 워너브러더스가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 등장할 원더우먼 역으로 미스 이스라엘 출신의 갤 가돗을 캐스팅했다.

원더우먼이 주춤하는 사이, 마블 코믹스 출신의 수많은 여성 히어로들이 먼저 스크린을 차지했다. 새로운 원더우먼은 여성 히어로의 왕좌를 재탈환할 수 있을까? 팬들은 여전히 걱정투성이지만, 진실의 황금 올가미가 다시 번쩍이기 시작했다.

원더 우먼
원더 우먼 Wonder Woman
제작 :
2017, 미국
감독 :
패티 젠킨스
주연 :
갤 가돗, 크리스 파인
Daum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