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니체

Friedrich Nietzsche
니체
니체

이성의 왕관을 벗기고 야성을 영광의 자리에 앉힌 사상가는 니체(Friedrich Nietzsche)이다. 니체는 사회개혁, 의회 정부, 보통선거제를 비난하고 과학에 의한 진보라는 당대의 풍조를 조롱하고 기독교 도덕을 매도하는가 하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고 도덕적이라는 자유주의 사상을 비웃었다. 니체는 당대를 이렇게 진단하였다.

오늘날 부르주아 사회는 퇴폐적이고 연약하다. 의지와 본능을 희생하며 합리성을 지나치게 발전시켜 탄생한 희생물이 부르주아 사회이다. 본능적인 욕구는 생명의 참된 동력이다. 이 어둡고 신비스런 세계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해야만 한다.

지나친 지식으로 의지가 질식당하면 삶의 창조력이 파괴되고 인간의 가능성이 제약받는다.

이러한 니체의 주장은 전통 서구의 사상흐름을 빗겨간 이단 사상으로 인간의 숨겨진 본능의 개발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는 특히 기독교 윤리가 금지, 억제, 절제, 순종 등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본능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원흉이라고 비판하였다.

니체는 기독교의 윤리란 연약한 노예에게나 유용할 뿐이라고 조롱하며 고대 세계에서 기독교의 승리란 강자로부터 용기를 빼앗은 약자의 혁명이라고 평하였다. 또한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내세는 현세를 다스리려는 인간의지를 좀먹는다고 비난하며 기독교가 인간 본성과 정반대되는 금욕주의를 덕으로 키운다고 몰아세웠다.

계몽철학자들이 기독교 체계는 비판하되 기독교 윤리는 받아들인 것과 달랐다. 니체는 기독교가 이성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비판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윤리가 굴종의 정신을 전파한다고 부정하였다. 니체의 유명한 선언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신에 대한 생각을 잘 드러낸다. 그는 신이 인간에 의하여 창조된 허상이라고 믿었다. 결코 죽음 이후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신과 기독교의 윤리를 없앰으로써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이는 인간에게 신의 지위를 차지하도록 만드는 시도였다.

니체는 인간은 허무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여 인간 자신의 주인이 됨으로써 지금껏 상상할 수도 없던 새로운 세계를 만들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외침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했지만 사상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질서를 마련하였다. 현대 문명이 내세우는 민주주의나 사회주의라는 평범한 세계를 없애고 초인과 영웅이 나타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니체는 유럽의 구원은 초인의 등장으로 가능하리라 믿었다. 평등사상을 중시하는 노예적 사고에서 벗어난 초인은 열등한 인간들이 만든 민주주의나 사회주의를 파멸시키고 그의 도덕을 세워 열등한 인간을 이끌며 초인의 의지대로 새로운 세계를 다스릴 것이라 생각하였다. 또 전통적인 가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새로운 가치도 만들 것이라 기다했다.

니체 철학은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을 얻었다. 현대 서구 문명의 본질적 폐단을 날카롭게 드러낸 니체의 초인 철학은 그 공과에 대하여 아직도 논쟁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회복지정책을 무시하고, 전통 유럽의 제도와 가치관을 부정하면서 야성의 본능과 초인의 의지를 내세운 나치 집단의 대두에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니체는 독일의 군국주의, 반유대주의, 폐쇄적 민족주의를 거부하고 히틀러를 증오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서구 문명 전통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유럽 건설을 자처한 히틀러가 유리한 입장에 서도록 도왔다. 대중 문화에 기반을 두었던 나치가 열등하고 비겁한 대중 문화를 거부하였던 니체를 공식 이데올로기로써 이용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