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목조 건물에는 고층이 없을까

왜 목조 건물에는 고층이 없을까

중국이 자랑하는 베이징의 쯔진청을 보면 규모도 거대하지만 높이도 한국의 건물보다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의 건물과 비교하면 낮다. 이유는 간단하다. 건물의 재료로 사용한 목재와 석재의 차이 때문이다.

물론 석조 건물이 목조 건물보다 높다고는 하지만 고층 건물 경쟁 시대로 들어간 현대 건축물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31빌딩이 사람들을 사로잡더니 63빌딩이 생겼고 이어서 100층 건물도 등장한다. 앞으로 500층 정도의 건물도 등장할 전망이다.

나무나 돌만 갖고 이런 고층 건물을 짓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왜 이 재료로 고층 건물을 짓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우선 목재의 성질을 보자. 목재는 섬유질에서 힘을 얻는다. 섬유질은 당분 분자들의 긴 사슬로 이루어져 있으며 분자들은 몸통에서 꼬리까지 맞대고 있는 서커스의 코끼리들처럼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나무줄기는 풀로 붙여 놓은 한 줌의 빨대 같다고 상상하면 된다.

이처럼 긴 섬유질로 이루어져 있는 목재는 건축에 이상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우선 유연한 것이 장점이다. 목재에 못을 박으면 섬유질은 구부러지면서 못을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목재판은 크게 약해지지 않는다.

이런 유연성 때문에 목재는 측면에서 가해지는 힘에도 잘 버틴다. 나무가 강한 바람에 휘고 흔들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무 속 원자들 사이의 힘이 작용해 나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런 반동력은 대단한 힘이다. 목재 빔이 알루미늄 같은 금속과 단위 무게당 강도가 같다는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주거용 건축물에서는 바닥을 지탱하기 위해 목재 빔을 자주 사용한다. 바닥에는 주로 무게가 아래로 걸리며 이는 빔의 나뭇결을 가로질러 작용한다. 무게가 작용하면 바닥의 빔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약간 휘어졌다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일반적으로 '한 줌의 빨대'는 빨대들과 나란히 작용하는 힘보다 빨대들을 가로질러(나뭇결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에 쉽게 저항한다. 태권도 선수들이 시범에서 나무판자를 부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물론 태권도 선수들이 나뭇결에 따라, 즉 나무의 약한 방향을 따라 가격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문제는 나무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구조물을 3~4층 이상 올리면 위층의 무게가 아래층의 빔과 기둥이 지탱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빨대 위에 오렌지 하나 정도는 올려놓을 수 있다. 그러나 빨대를 세로로 몇 개 연결해도 오렌지를 계속 올려놓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빨대가 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긴 목재 기둥도 너무 무거운 무게를 올리면 구부러진다.

이는 기둥 한 개의 경우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목재 안에서 하나의 빨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구부러지면 이웃한 빨대를 옆으로 민다. 그러면 그 빨대도 구부러진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기둥 전체가 무너져버린다.

목재가 오랜 기간에 걸쳐 휠 때도 이런 과정이 발생한다. 오래 사용한 책꽂이와 가로 판이 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무로 지은 낡은 집을 밤에 걸어 다녀보면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석재의 경우를 보자. 목재로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으므로 고대인들은 다른 재료에 주목했다. 나무보다 견고한 돌이다. 여기에서 돌은 자연적인 돌일 수도 있고 로마 시대에 발명되었다고 알려진 콘크리트처럼 인공적인 돌일 수도 있다. 벽돌은 인공적인 돌이지만 큰 틀에서 알갱이 구조는 자연석과 다름없다. 이를 통칭해서 '석조 재료'라 한다.

석재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유럽 중세 시대의 고딕 양식 성당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거창한 건축물에 이용되었다.

석재가 얼마나 큰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는 벽돌과 돌이 입방 피트당 54킬로그램 정도의 무게가 나간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알갱이 구조를 부수려면 보통 표면의 평방 인치당 2,700킬로그램 가량의 무게가 필요하다. 벽돌로 건축물을 만들 경우 2,400미터 정도로 높이 쌓았을 때 맨 아래 벽돌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찌부러진다.

건축학자들은 앞으로 1,600미터보다 훨씬 높은 건물이 탄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높이를 벽돌로 만들어도 무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석재가 건물 자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벽돌로 2,400미터까지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석재의 아킬레스건인 전단력각주1) 때문이다. 벽돌을 완벽하게 수직으로만 쌓을 수 있다면 1,600미터 정도야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벽의 어딘가가 기울어 있기 마련이다. 바람이 불면 어딘가가 흔들린다.

이런 일이 생기면 벽의 무게는 집중되지 않으므로 뒤틀리면서 무너진다. 이렇게 측면으로 비트는 힘이 석재에 가장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 번 깨진 도자기 접시를 다시 붙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석재도 심하게 비틀리면 영원히 부서진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는 석재 건물은 지면에서 10~12층 정도다. 그런데도 이집트에서 약 4,500여 년 전에 건설된 쿠프 대피라미드의 경우 140여 미터 높이에 40여 층이나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피라미드 형태를 모든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에 100층 이상 건물을 간단하게 건설할 수 있는 것은 목재와 석재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가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현대 건축의 총아라 볼 수 있는 콘크리트, 철근 콘크리트 및 철골 콘크리트 등이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조들이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재료로 전통 한옥에 사용되는 목조와 석조 재료와도 차원을 달리한다.

참고문헌

・ 제임스 트레필, 정영목 옮김, 『도시의 과학자들』(지호,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