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출 효과

단순 노출 효과

왜 좋아하는 사람의 곁에 자주 얼씬거리면 데이트 가능성이 높아지나?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이 노래 가사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보면 볼수록 호감을 느끼게 되는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의 핵심을 잘 말해주고 있다. 폴란드 출신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욘스(Robert Zajonc, 1923 ~ 2008)가 1960년대에 실시한 연구에서 보여주었듯이, 우리가 특정한 사물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처음부터 호감이나 중립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전제하에서 그것이 많이 노출될수록 호감은 점점 커진다. 그래서 '친숙성 원리(familiarity principle)'라고도 한다.

단순 노출 효과를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라고도 하는데, 여기엔 이런 사연이 있다. 1889년 3월 31일 프랑스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해서 파리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 조직위원회의 요청으로 완성된 알렉상드르 구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 1832 ~ 1923)의 에펠탑은 320.75미터의 높이로 강철 대들보에 의한 건물이라는 건축의 신시대를 선언하는 동시에 강철의 무한한 잠재력을 과시했다. 오늘날 에펠탑은 프랑스와 파리의 대표적 상징물로 전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은 건 아니다.

에펠탑
에펠탑

당시 파리는 5·6층짜리 고풍스러운 고딕 양식 건물로 이루어진 도시였는데, 파리 시민들과 예술가들은 300미터의 흉측한 철탑은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에펠탑의 건립을 거세게 반대했다. 1887년 2월 14일 파리의 작가, 화가, 조각가, 건축가들은 「예술가의 항의」라는 글을 발표했으며, 작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 ~ 1893)은 에펠탑이 완공되면 파리를 떠나겠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20년 후 철거'라는 타협 카드를 내밀고서야 건설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에펠탑이 완공된 후 시민들이 매일 보게 되면서 생각도 점점 달라져 나중엔 호감으로 바뀌었으며, '20년 후 철거'를 할 필요도 없었다.

자이온스는 1968년의 한 연구에서 중국어를 해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자를 한 번에서 스물다섯 번까지 보여주고, 그것이 무슨 뜻인지 짐작해보라고 했다. 문자는 더 자주 노출될수록 '말(馬)', '병(病)' 등의 뜻보다 '행복'처럼 긍정적인 뜻으로 짐작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단순 노출 효과는 우리 삶 속의 여러 현상을 설명해준다. 예컨대 어렸을 때 먹었던 간식을 엄마처럼 만들어주는 사람을 찾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도 바로 단순 노출 효과 때문이다.

"내가 왜 좋지?", "그냥!" 단순 노출을 통한 선호의 형성은 대상에 대해 인지적으로 숙고한 결과이기보다 감정적으로 친숙하다거나 좋다는 반응에 해당하기 때문에 왜 그 대상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이유를 답하기도 어렵다.

특정 대상을 단순하게 보는 것뿐 아니라, 대상이나 사건에 대해서 단순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단순 노출 효과와 유사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가리켜 '단순 생각 효과(mere thought effect)'라고 한다. 예컨대, "당신은 이 문제(서비스나 제품)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광고·홍보 요원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들으면 해당 문제(서비스나 제품)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어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속 연구에 따르면 대상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이 주어지면, 오히려 태도에 대한 근거와 생각이 고갈되어 자신의 근거에 대한 자신감이 감소되어 단순 생각 효과가 희석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많은 사람이 사진에 찍힌 자신의 얼굴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거울에서 매일 보던 자신과 다르기 때문이다. 얼굴의 좌우가 정확히 대칭인 사람은 많지 않은데, 거울은 사람의 얼굴을 반대로 보여준다. 이 점에 착안한 심리학자들은 실험 참가자의 사진을 두 종류로 준비해 반응을 살폈다. 하나는 실험 참가자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이 보는 얼굴, 다른 하나는 실험 참가자 자신이 거울을 통해 보는 얼굴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좌우가 뒤바뀐 거울 속의 얼굴을, 친구나 가족들은 좌우가 뒤바뀌지 않은 실제 얼굴을 더 선호했다. 물론 이 또한 단순 노출 효과라 할 수 있다.

광고는 많은 경우 단순 노출 효과에 크게 의존한다. 이명천·김요한은 "화장지나 비누 같은 일용품이나 간단한 식료품 같은 저관여(low involvement) 제품은 구매의 중요성이 그리 크지 않고, 잘못 구매해도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따라서 구매 전에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의 특징을 경쟁 브랜드와 꼼꼼히 비교한 후 구매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냥 제품의 구매시점에서 평소에 자주 보고 익숙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구매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를 들어 치통 때문에 약국에 간 소비자는 어떤 약을 원하느냐는 약사의 물음에 모든 브랜드의 특징을 생각해본 뒤에 한 브랜드를 택하지 않는다. 평소에 TV에서 자주 보던 '두통, 치통, 생리통엔 ××'라는 광고 메시지 때문에 익숙한 브랜드를 말한다. 다시 말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매결정이 자신과 관련이 적고 중요하지 않은 저관여 제품은 자세한 제품 특징을 광고에서 알리는 것은 그리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자주 반복을 통해 친근함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TV 광고나 라디오 광고에서 익숙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것도 단순 노출 효과를 이용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정치 프로파간다가 끊임없는 반복을 그 생명으로 삼는 것도 바로 단순 노출 효과를 겨냥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돌프 히틀러(Adolp Hitler, 1889 ~ 1945)의 선전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도 "충분히 자주 반복하면 조만간 믿게 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었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1894 ~ 1963)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1932)에서 청년들을 지배하는 구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즐길 수 있는 것을 절대로 내일로 미루지 말라"인데, 이 구호는 '14세 때부터 16세 반이 될 때까지 매주 2번씩 그리고 매번 200번씩 반복해' 그들에게 철저하게 주입된다.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 교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1946 ~ )는 『권력의 기술(Power)』(2010)에서 "간단히 말해 '기억된다'는 말과 '선택된다'는 말은 동의어다"며 "생각도 나지 않는 사람을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말한다. 선택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자꾸 얼굴을 보여야만 한다. 영업 사원이 매번 거절을 당하면서도 계속 고객을 찾아 인사를 드리는 것이나, 사랑의 열병에 빠진 남자가 짝사랑하는 여자의 근처에 계속 얼씬거리는 것도 단순 노출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우리가 오래된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 호감을 느낌으로써 새롭고 혁신적인 업무 방식을 거부하거나, 많은 투자자가 자신이 애용하는 제품이나 용역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식에 많이 투자한다면, 이 또한 단순 노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단순 친숙 효과(mere familiarity effect)'라는 말도 쓰인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부담을 준다면, 이는 단순 노출로 보기 어렵다. 계속 고객을 찾는 영업 사원이 단순 노출의 수준을 넘어 고객을 설득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이는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를 설득시키는 실험을 한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 1951 ~ )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설득 효과가 높았던 것은 세 번째의 시도였으며, 이후의 시도는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나친 반복은 오히려 설득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화장지나 비누 같은 일용품이나 간단한 식료품 같은 저관여(low involvement) 제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몰입의 대상이 되는 '고관여 상황(high involvement situation)'이 될수록 내용이 반복되면 이른바 '마모 효과(wear-out effect)'가 생겨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한다. 그래서 광고에선 기본적인 메시지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광고의 형식만 바꾸는 '장식 변형(cosmetic variation)'을 쓰는데, 맥도날드 햄버거 광고가 똑같은 텔레비전 광고를 일주일 이상 보여주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가까이 있을수록 서로 친해지는 것을 '근접성 효과(proximity effect)'라고 하는데, 가까이 있어야 단순 노출도 많아질 것이므로 이는 단순 노출 효과의 사촌쯤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민규는 자신이 아는 어떤 사람은 근접성 효과를 활용해 연애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는 학기 초 한 여학생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 뒤 그는 강의 때마다 항상 그 여학생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단지 부근에 앉아 가끔 눈인사를 나눌 뿐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학기 말쯤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해 데이트 신청을 했다. 그리고 승낙을 받아냈다. 물론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 만남이었다. 학기 초에 만나자마자 데이트를 신청했더라면 십중팔구 실패했으리라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전략을 쓰려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철저하게 자연스러움을 가장해야지, 의도를 들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토커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니 여학생 부근에 앉더라도 좀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성급하게 굴다간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참고문헌

  • ・ 스티븐 컨(Stephen Kern), 박성관 옮김,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휴머니스트, 1983/2004); 이민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더난출판, 2009), 59~61쪽.
  • ・ 쉬나 아이엔가(Sheena Iyengar), 오혜경 옮김, 『선택의 심리학: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21세기북스, 2010), 251~252쪽.
  • ・ 김재휘, 『설득 심리 이론』(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3~6쪽.
  • ・ 이남석, 『편향: 나도 모르게 빠지는 생각의 함정』(옥당, 2013), 195~196쪽.
  • ・ 칩 히스(Chip Heath)·댄 히스(Dan Heath), 안진환 옮김, 『자신있게 결정하라: 불확실함에 맞서는 생각의 프로세스』(웅진지식하우스, 2013), 230쪽.
  • ・ 이명천·김요한, 『광고 전략』(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78~79쪽, 81~82쪽.
  • ・ 월터 C. 랑거, 최종배 옮김, 『히틀러의 정신분석』(솔, 1999), 103쪽.
  • ・ 에리히 프롬, 김병익 옮김, 『건전한 사회』(범우사, 1978), 156~157쪽.
  • ・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이경남 옮김, 『권력의 기술: 조직에서 권력을 거머쥐기 위한 13가지 전략』(청림출판, 2010/2011), 49쪽.
  • ・ 김인수, 「[Hello Guru] 조직행동론의 '구루' 히스 형제, 의사결정 원칙을 말하다」, 『매일경제』, 2013년 10월 25일; 개리 마커스(Gary Marcus), 최호영 옮김, 『클루지: 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갤리온, 2008), 81~82쪽; 제이슨 츠바이크(Jason Zweig), 오성환·이상근 옮김, 『머니 앤드 브레인: 신경경제학은 어떻게 당신을 부자로 만드는가』(까치, 2007), 146~148쪽.
  • ・ 간바 와타루, 최영미 옮김, 『비즈니스 협상 심리학』(에이지21, 1997/2007), 117~119쪽.
  • ・ 홍성태, 『마케팅의 시크릿 코드』(위즈덤하우스, 2010), 70쪽.
  • ・ 이민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더난출판, 2009), 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