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

다른 표기 언어 Golden Rain Tree , , モクゲンジ木患子
요약 테이블
분류 무환자나무과
학명 Koelreuteria paniculata

나무와 함께 살아온 나의 지난날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흔히 물어본다.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무엇이냐고. 백인백색이란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1천 여 종의 나무는 천목천색(千木千色)이다. 나무마다 다른 천 가지 매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망설임 없이 모감주나무라고 대답한다. 하늘을 향하여 곧추선 긴 꽃대에 촘촘히 피어난 화려한 황금빛 꽃이, 7월의 짙푸른 녹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다.

다른 꽃들이 한창 맵시 자랑에 여념이 없는 봄날에 모감주나무는 꽃 피우는 일을 서두르지 않는다. 이파리만 조금씩 넓혀 가고 꽃대의 기본 틀만 잡으면서 여름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그날만을 기다린다. 대체로 7월 초부터 중순에 걸쳐 갑자기 꽃대를 타고 온통 노란꽃으로 나무를 덮어버린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고향으로 하는 모감주나무를 서양인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꽃이 한창일 때 보았다면 그들은 두말없이 ‘골든 플라워’라고 했을 터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꽃이 지는 모감주나무를 처음 본 듯 ‘황금비 내리는 나무(golden rain tree)’라고 했다.

황금비 내림이 끝난 꽃들은 여기저기에 원뿔을 거꾸로 세운 것 같은, 청사초롱이 연상되는 특별한 모양의 열매가 열린다. 처음에는 초록색이지만 차츰 갈색으로 변하면서 얇은 종이 같은 껍질이 셋으로 길게 갈라진다. 안에는 콩알 굵기만 한 윤기가 자르르한 까만 씨앗이 보통 세 개씩 들어 있다. 만질수록 반질반질해지므로 염주의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모감주나무 씨앗의 다른 이름은 금강자(金剛子)다. 금강석의 단단하고 변치 않는 특성을 가진 열매라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도를 깨우치고 지덕이 굳으며, 단단하여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을 만큼 귀하다.

모감주나무는 북한의 일부를 포함하여 백령도와 덕적도, 안면도 등 주로 서해안에 자람 터가 있다. 그래서 한때 중국에서 파도를 타고 우리나라에 불시착한 수입나무로 알려졌다. 그러나 완도를 비롯하여 거제도, 포항으로 이어지는 남동해안에서도 자람 터가 발견되고, 내륙지방으로는 충북 영동과 월악산, 대구 내곡동 등지에서도 자라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아직 명확한 것은 아니나 이와 같은 분포로 볼 때 본래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자라고 있었다는 모감주나무 자생설에 무게가 더 실린다.

옛사람들은 모감주나무와 무환자나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훈몽자회(訓蒙字會)》각주1) 에는 槵을 ‘모관쥬 환’이라고 훈을 달면서 속칭 무환목(無患木)이라고도 했다. 《동의보감》에서도 무환자피(無患子皮)를 ‘모관쥬나모겁질’이라고 한글 토를 달았다. 약효를 설명하면서 “씨 속에 있는 알맹이를 태워서 냄새를 피우면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 그 씨는 옻칠한 구슬 같아서 중들이 꿰어 염주를 만든다. 자홍색이면서 작은 것이 좋다. 옛날 어떤 무당이 이 나무로 방망이를 만들어 귀신을 때려 죽였다 하여 무환(無患)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라고 적혀 있다. 한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각주2) 에는 무환자나무의 속명을 목감주(木紺珠)라 했다. 둘 다 열매로 염주를 만들고 그 외의 쓰임도 비슷하여 꼭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모감주나무는 잎이 지고 6~7미터 정도의 중간 키로 지름 한 뼘 정도가 보통이며, 대부분 숲을 이루어 자란다. 경북기념물 50호로 지정된 안동 송천동의 모감주나무는 나이 350년, 키 11미터, 줄기둘레 150센티미터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다. 잎은 깃꼴 겹잎으로서 길이가 한 뼘이 훨씬 넘고 13~15개쯤 달린 작은 잎은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아래쪽 가장자리는 흔히 크게 파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