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무

돈나무

다른 표기 언어 Japanese Pittosporum , 海桐花 , トベラ扉
요약 테이블
분류 돈나무과
학명 Pittosporum tobira

돈나무란 이름의 나무가 있다. 으레 사람들은 돈과 관련된 나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돈을 ‘돼지 돈(豚)’으로 보고 역시 돈나무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돈과 연관이 있다는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제주도다. 제주 사투리로 ‘똥낭’이라고 하는데, 이는 ‘똥나무’란 뜻이다. 된발음이 거북하여 정식 식물 이름을 정할 때 순화된 발음으로 돈나무가 된 것이다. 어차피 돈과 똥은 발음상으로나 실제로도 그렇게 먼 사이가 아니다. 살아가는 데 둘 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잘못 다루면 결과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돈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와 제주도, 일본, 타이완, 중국 남부 일부에 걸쳐 자라는 자그마한 늘푸른 동양 나무다. 다 자라도 키가 3~4미터에 불과하고, 지름이 한 뼘 정도면 아주 굵은 나무에 속한다. 바닷가의 절벽에 붙어 바람에 실려 넘쳐오는 바닷물을 온몸에 뒤집어쓰고도 끄떡없다. 웬만한 가뭄에는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체력까지 타고났다. 또 몸체의 여기저기서 가지를 잘 내밀어 자연 상태 그대로 두어도 모양새가 아름답다. 조금만 손을 봐주면 더욱 예쁜 몸매를 자랑하므로 정원이나 공원에 심기 적합하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지만 가지 끝에 모인다. 매끈한 잎은 작은 장난감 주걱모양으로 예쁘고 앙증맞게 생겼다. 도톰하고 윤기가 자르르 하여 잠깐씩 비추는 남쪽나라의 겨울 햇살을 붙잡기에 모자람이 없다. 돈나무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꺾으면 악취가 풍기고, 특히 뿌리껍질을 벗길 때 더 심한 냄새가 난다. 모양새와 어울리지 않는 냄새는 돈나무만의 특징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돈나무 냄새가 귀신을 쫓아낸다고 생각하여 춘분 때 문짝에 걸어두었다. 그래서 돈나무의 일본 이름은 문짝이란 뜻으로 ‘도베라’이다.

돈나무는 암수가 다른 나무로 5월에 흰 꽃이 피었다가 질 때쯤이면 노랗게 변한다. 꽃에는 약간의 향기가 있어서 이때만은 잠시나마 냄새나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 가을에는 구슬 굵기만 한 동그란 황색 열매가 열리는데, 완전히 익으면 셋으로 갈라져 안에는 끈적끈적하고 빨간 끈끈이로 둘러싸인 씨가 얼굴을 내민다. 이 점액이 곤충을 유혹하는 포인트다. 특히 파리가 많이 날아온다. 끈끈이는 점점 지저분해지고 나중에는 냄새까지 풍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끈끈이로 씨를 둘러쌌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제법 굵은 씨를 곤충이 멀리 옮겨줄 수도 없으니, 일방적으로 곤충에게 베푸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땅에 떨어졌을 때 씨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을 터이고, 지나가는 동물의 털에 묻어 멀리 옮겨달라는 깊은 뜻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제주도 사람들은 열매의 이런 특성을 보고 ‘똥낭’이란 이름을 붙였다. 똥낭이 돈나무가 된 사연으로 제주도에서 이 나무의 이름을 처음 들은 일본인이 ‘똥’자를 ‘돈’으로 알아들어서 돈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돈나무는 돈나무과(科)라는 큰 집안에 달랑 혼자만 속해 있다. 3천 종이 넘는 대 식구를 거느린 장미과와 비교하면 너무나 외로운 가계다. 속명(屬名)인 Pittosporum은 씨가 끈적끈적하다는 뜻이다. 역시 열매의 끈끈이가 돈나무의 트레이드마크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