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나무

쥐똥나무

다른 표기 언어 Ibota Privet , 女貞 , イボタノキ疣取木
요약 테이블
분류 물푸레나무과
학명 Ligustrum obtusifolium

쥐똥나무는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큰 자그마한 낙엽수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갸름한 잎은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의 적당한 길이에 서로 마주보고 달린다.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나뭇가지의 강인한 생명력에 있다. 주로 산울타리로 심는데, 변덕스런 사람들이 이리저리 마음 내키는 대로 잘라대도 끊임없이 새싹을 내민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왕성한 가지 뻗음으로 빈틈 없이 항상 자리 메움을 한다. 그래서 울타리에 쓰는 나무로서는 다른 어떤 나무도 따라갈 수 없는 왕좌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해에도 별로 개의치 않으며, 바닷가에서 소금바람이 잠깐 몰려와도 잘 견딘다. 이처럼 비록 타고난 덩치는 작지만 적응력이 매우 높은 나무다. 겨울이 그렇게 춥지 않으면 푸른 잎사귀 몇 개씩을 달고 반 상록 상태로 봄을 맞는다. 광나무와 함께 남쪽이 고향인 나무라 상록의 성질이 조금 남아 있는 탓이라고 한다.

봄의 끝자락인 5월 말이면 손톱 크기 남짓한 새하얀 작은 꽃들이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달린다. 작은 종모양의 꽃은 녹색의 잎 사이를 헤집고 새하얀 얼굴을 내민다. 화려함보다는 청초하고 귀여운 꽃이다. 꽃은 그 해에 새로 돋는 초록색 가지 끝에서 핀다. 흰 꽃이 지고 난 후에는 초록색의 열매가 열리는데, 차츰 검은 보랏빛을 거쳐 깊어 가는 가을과 함께 새까맣게 익는다. 이 열매는 색깔이나 크기, 모양까지 쥐의 배설물과 너무나 닮아서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왜 하필이면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쥐, 그것도 모자라 쥐똥에 비유하였느냐고 이름에 대한 비판이 많다.

우리나라의 식물 이름에도 물푸레나무, 수수꽃다리, 까마귀베개 등 찾아보면 아름다운 이름이 얼마든지 있으니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쥐똥나무는 좀 문제가 있다. 이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혐오감을 준다. 또 주거 환경이 아파트로 변하면서 쥐똥을 본 젊은이들이 거의 없어서 이름과 열매의 특징을 잘 연결 짓지 못한다. 북한에서는 쥐똥과 비유한 우리와는 달리 흑진주를 연상하여 순우리말인 ‘검정알나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이고 있다.

쥐똥나무의 열매는 ‘수랍과(水蠟果)’라고 하여 햇빛에 말려 약재로 쓴다. 강장, 지혈에는 물론 신체가 허약한 데도 쓴다고 한다. 광나무에도 있지만 주로 쥐똥나무에는 백랍벌레가 기생한다. 언뜻 보아 초파리 모양의 이 벌레는 가지 표면에 하얀 가루를 뒤덮어 놓는데, 이를 ‘백랍(白蠟)’이라 부른다. 이것으로 초를 만들면 다른 밀랍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더 밝고 촛농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또 《방약합편(方藥合編)》각주1) 에는 타박상에 쓴다고 하였으며,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각주2) 에는 불에 덴 데나 설사 등 여러 가지 약재로도 쓰인다고 했다. 그래서 옛 이름은 ‘백랍나무’라고도 한다. 일본인들은 쥐똥나무를 ‘사마귀를 떼어내는 나무’라고 한다. 백랍을 바르면 사마귀가 떨어진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 한다. 효과는 알 수 없지만 재미있는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