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스핀의 저주

샥스핀의 저주

상어가 낚싯바늘을 문 채 배 위로 끌려 올라오면, 선원은 일단 머리 아래쪽을 길게 베어 몸부림을 제압하고 재빠른 손놀림으로 등지느러미를 잘라낸다. 아직 꿈틀거리는 상어를 바다로 다시 집어던지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등지느러미를 잘린 상어는 간신히 붙어 있는 머리를 건들거리며 맥없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2010년 골드만환경상 수상자로 뽑힌 코스타리카의 거북 생물학자이자 자연보호운동가인 란달 아라우즈(Randall Arauz)가 자신의 누리집에 올린 동영상 속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환경상의 하나인 골드만환경상은 해마다 6개 대륙에서 민중 환경영웅을 선정해 각각 15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하는데 그가 남아메리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바다거북 보호운동을 하던 아라우즈는 2003년 대만 어선이 3만 톤의 상어 지느러미를 불법으로 하역한 사실을 폭로해 큰 충격을 낳았다. 그만한 양의 지느러미를 얻으려면 상어 3만 마리를 죽여야 한다.

동태평양은 18종의 상어가 서식하는 곳으로 풍부한 상어 자원을 노려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의 어선이 몰려든다. 이 연승어선들은 수 킬로미터 길이의 줄에 많은 낚시를 매달아 바다 표면을 회유하는 상어 등을 잡는다. 문제는 주낙에 걸린 상어 고기의 가격이 킬로그램당 50센트인 데 견줘 상어 지느러미는 그 140배인 70달러에 이르러, 어선들은 잡힌 상어의 지느러미만을 잘라낸 뒤 거추장스러운 몸체는 바다에 버린다는 것이다. 상어 지느러미로 만선을 이루면 한 번 항해에서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다. 이렇게 수확한 상어 지느러미는 중국과 전 세계 중국음식점의 상어 지느러미(샥스핀) 수프의 원료로 팔린다. 과거 사치품이던 상어 지느러미 수프가 대중화하면서 수요도 급증해, 수요에 맞추느라 해마다 약 1억 마리의 상어가 잡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 어선도 부산물로 잡히는 상어의 지느러미를 잘라내는 어획을 하는 데서 예외가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자가 2006년 34일 동안 동태평양 다랑어 연승어선에 승선해 조사한 결과, 부산물로 잡히는 상어는 전체 어획물의 21.5퍼센트인 413마리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몸통과 지느러미를 함께 보관한 것은 38퍼센트였을 뿐, 62퍼센트는 통째로 버리거나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폐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들

2013년 3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제16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마침내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어류 5종에 대한 규제안이 178개 참가국에 의해 채택됐다. 귀상어 등 5종의 상어가 이 협약 부속서2에 올라, 앞으로 이 상어를 거래할 때는 관련국의 허가가 필요하며 합법적으로 잡힌 상어만 거래가 되도록 했다. 애초 상어의 국제 거래를 일절 중지하려던 시도는 중국 등의 강력한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 협약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대체 상어는 어떤 상황이기에 국제적인 거래 규제가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상어는 왜 보호가 필요한 것일까.

캐나다와 미국의 어류학자들은 공식적으로 집계된 통계뿐 아니라 비공식어획, 불법어획 규모를 모두 고려해 상어의 어획 실태를 추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를 보면, 200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어획된 상어는 모두 144만 톤으로 상어의 평균적인 무게로 환산하면 약 1억 마리에 해당한다. 상어 남획에 대한 국제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선진국에서 상어의 지느러미 채취가 규제되던 2010년에도 상황은 그리 달라지지 않아, 약 141만 톤(9,700만 마리에 해당)의 상어가 잡혔다. 연구진은 불확실성을 고려해 최소한 6,300만 마리에서 최고 2억 7,300만 마리의 상어가 해마다 세계에서 어획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상어 남획이 문제가 되는 것은 상어는 성장이 늦고 번식률이 낮아 과도한 어획은 어족자원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어획 대상 상어는 대개 10년이 지나야 성숙해 번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전체 상어 가운데 해마다 6.4~7.9퍼센트가 잡혀 죽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상어의 연간 재생산율인 4.9퍼센트를 웃도는 수치이다. 상어의 개체군과 해양생태계를 회복시키려면 사망률을 현저히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다. 상어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줄거나 사라지면 생태계 먹이그물의 밑바닥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인 영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언론이 상어로 인한 공격 사례를 과도하게 보도해 정작 멸종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어의 처지로부터 눈을 돌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백상어나 청상어가 잡히면 언론에서 특별한 근거 없이 ‘식인상어’가 잡혔다고 보도하곤 한다. 2012년 미국 플로리다 대학 국제 상어 공격 파일에 수록된 상어의 인간 공격은 그해에 모두 80건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는 7명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상어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가장 큰 시장은 지느러미 수프를 내놓는 중국식당이다.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한 상어의 몸속에 수은 등 중금속이 잔뜩 들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에 더해 알츠하이머병이나 루게릭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독성물질도 고농도로 축적돼 있다는 사실이 미국 마이애미대 데버러 매시(Deborah Mash) 교수 등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값비싼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일상적으로 먹는 이는 없겠지만, 반대로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몸에 나쁘고 자연에도 해로운 음식을 먹을 이유도 없지 않을까.

중국식당에서 팔리는 상어 지느러미 수프
중국식당에서 팔리는 상어 지느러미 수프

참고문헌

  • ・ http://www.goldmanprize.org/2010/southcentralamerica
  • ・ 안두해 외, “동부 태평양 한국의 다랑어 연승에서 상어류 체중 대비 지느러미 중량 비율 추정”, 〈한국수산과학회지〉, 42권 2호(2009), 157~164쪽.
  • ・ Boris Worma et al., “Global catches, exploitation rates, and rebuilding options for sharks”, Marine Policy, vol. 40(2013), pp. 194~204. DOI: 10.1016/j.marpol.2012.12.034
  • ・ Kiyo Mondo et al., “Cyanobacterial neurotoxin ß-N-Methylamino-L-alanine(BMAA) in shark fins”, Drugs, no. 10(March 2012), pp. 509~520. DOI: 10.3390/md100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