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휴가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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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휴가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

연차휴가는 입사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각 근로자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1년 동안 80퍼센트 이상 출근했을 때 15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하고 이것을 1년 동안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자들의 입사일이 제각각이라면 회사가 연차 일수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집니다. 이 때문에 관리상 편리하도록 연도 중 특정한 날을 기준으로 해서 연차 발생 요건인 출근율을 계산하고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연차를 지급하기도 합니다. 법적으로 이런 제도는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이 없다면' 허용됩니다.

예를 들어 2017년 9월 1일에 입사한 김갑돌 씨가 1년 동안 출근율이 80퍼센트 이상이라면 2018년 9월 1일부터 1년 동안 연차 15일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갑돌 씨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차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매년 1월 1일이 돼야 연차가 생깁니다. 김갑돌 씨는 2018년 9월 1일에 아직 근무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차를 못 받았고, 그 다음 해인 2019년 1월 1일이 돼서야 15일의 기본연차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회사로 부터 들었습니다. 김갑돌 씨는 '법적으로' 2018년 9월 1일부터 기본 연차를 쓸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되면 법적인 시점보다 더 늦은 2019년 1월 1일에야 기본연차를 쓸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회계연도 연차제도를 운영한다면 위법이 됩니다.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특정일 기준 연차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 특정일까지 근무한 일수에 비례해 연차를 주는 방식이 있습니다. 김갑돌 씨는 2018년 1월 1일까지 총 4개월을 근무했기 때문에 12개월분인 15일의 연차 중 4개월분인 5일(15×4/12)을 주면 됩니다. 따라서 김갑돌 씨는 입사한 지 1년이 아직 안 됐지만 2018년 1월 1일부터 1년 동안 '기본 연차' 5일을 쓸 수 있습니다. 물론 다음 해 2019년 1월 1일이 되면 정상적으로 15일을 받게 될 것입니다.

김갑돌 씨는 입사일이 2017년 9월 1일이므로 연차 가불 규정이 삭제된 개정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받습니다. 따라서 입사 후 1년이 되기까지 매월 최대 11일의 연차휴가가 생기고, 입사 후 1년이 되었을 때 받는 15일의 기본 연차에서 공제되지 않습니다. 연차휴가는 입사 후 한 달이 지난 2017년 10월 1일부터 2018년 8월 1일까지 최대 11일이 생기고 각각의 연차휴가는 발생한 때부터 각각 1년 동안 김갑돌 씨가 원하는 때에 모아서도 나눠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차를 운영하더라도 이 권리는 법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김갑돌 씨가 2018년 1월 1일에 5일의 기본 연차를 받았더라도 2018년 8월 1일까지는 매월 만근할 때마다 1일의 연차가 추가로 생깁니다. 즉, 김갑돌 씨는 2017년 10월 1일부터 2018년 1월 1일까지는 총 3일의 연차휴가를 쓸 수 있고, 2018년도에는 5일의 기본 연차와 8일의 1년 미만 연차를 합해 총 13일의 연차휴가를 추가로 쓸 수 있습니다.

연차휴가의 장점은 자유롭게 쓸 날을 정할 수 있고 묶어서도 나눠서도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택 범위가 넓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단, 연차휴가는 '발생한 지' 1년 이내에 써야 합니다. 1년 이내에 쓰지 않으면 돈(연차휴가일근로수당)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다음에 설명할 '연차휴가 사용촉진조치'가 있었다면 수당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연차휴가일을 정해서 쓰기는 어렵습니다. 회사가 바쁜데 휴가를 가기도 그렇고, 자신이 휴가 간 동안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없거나 누군가 일을 대신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차마 휴가 신청을 낼 수가 없습니다. 나름대로 업무에 지장이 없는 날을 골라 휴가 신청을 하더라도 한꺼번에 좀 오래 쉬겠다고 하면 상사가 난색을 표하기도 합니다.

이런 지점에서 '법적인 권리'와 '원만한 회사 생활'이 또 충돌합니다. 대부분 근로자들은 휴가를 가겠다고 우기지 않습니다. 회사가 꺼려하는데 휴가를 가겠다고 주장하는 일은 칼퇴근 하는 것보다 더 밉보이기 십상입니다. 근로자들은 대부분 감각적으로 분위기를 파악하고 회사 입장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지만 휴가를 누리지 못하는 아쉬움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물론 법에도 사용자의 '시기 변경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근로자가 자유롭게 휴가일을 정할 수 있고 사용자는 근로자가 정한 대로 휴가를 주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근로자가 휴가를 쓸때 회사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면 회사가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근로자가 원하는 휴가일을 회사가 변경하려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어야 합니다. 어지간한 지장을 이유로는 함부로 시기 변경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어지간한 지장뿐 아니라 특별한 지장이 없는데도 휴가를 못 쓰게 하거나 미루도록 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문제를 '법으로' 해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냥 원하는 날을 연차휴가일로 정해서 신청서를 내면 됩니다. 객관적으로 회사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회사에서 승인해주지 않더라도 그냥 휴가를 쓰면 됩니다. 그렇지만 휴가를 갔다 돌아오면 따가운 눈총에 시달릴 수 있고 괜한 일로 트집 잡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승인 없이 휴가를 썼다고 무단결근으로 처리해 불이익을 주거나 징계 조치를 하면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거나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회사는 처벌을 받거나 징계 조치를 취소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이 지경이 되면 그 근로자가 회사를 정상적으로 다니기 힘들 수 있습니다. 회사는 회사를 고발한 직원을 더 이상 직원으로 쓰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알아서 나가도록 근로자를 압박할때가 많습니다.

이런 해결 방식이 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휴가권을 사용하는 데에도 지혜가 필요한데, 앞서 제안한 '칼퇴근을 무리 없이 하는 방법'과 비슷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 성실성과 능력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일찌감치 휴가 계획을 짜서 상사와 충분히 협의한 후 휴가일을 정하는 편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상사가 그 기간엔 어렵다 하지만 반드시 휴가를 쓰고 싶다면 비행기 표를 예매하거나 여러 사람과 동행하는 여행이라 일정 변경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휴가 전후의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상사가 알도록해서 '업무에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정받는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주 40시간제 형태로 근로기준법이 바뀌면서 연차휴가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가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연차휴가 사용률이 낮은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연차를 쓰도록 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근로자 역시 휴가보다는 임금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는 간단히 말하면, 사용자가 연차휴가를 쓰도록 '촉진조치'를 했음에도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끝내 쓰지 않으면 남은 휴가가 있더라도 연차휴가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가 촉진조치를 하는 방법과 시기를 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했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연차휴가 사용촉진조치는 연차휴가 사용 기한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시작됩니다. 사용자가 근로자들의 남은 연차 일수를 확인하고 연차휴가 계획을 제출한 후 사용하도록 '서면으로' 1차 촉구합니다.

이 촉구에도 불구하고 연차휴가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임의로 특정일을 지정해 연차로 쓰도록 2차 통보합니다. 2차 통보가 있었는데도 끝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차휴가 사용 기간인 1년이 지나면 휴가도 못 쓰고 돈으로도 받지 못합니다. 사용자가 연차휴가 사용촉진조치를 할 때 휴가를 쓰지 않으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해기 때문에 반드시 남은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한편, 연차휴가 사용촉진조치를 해서 휴가 일자를 받아놨는데도 실제 그 날짜에 출근하도록 지시하거나 휴가 쓰는 것에 눈치를 주는 바람에 나와서 일했다면 어떨까요? 연차휴가 사용촉진조치는 단순히 휴가를 쓰도록 서면으로 촉구하는 형식적인 과정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만일 근로자가 연차휴가 사용촉진조치를 통해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한다면 근로자의 노무수령을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온전한 연차휴가 사용촉진조치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노무수령을 적극적으로 거부했는데도 근로자가 순전히 임의로 나와서 휴가를 쓰지 않았어야 휴가 수당 지급 의무가 면제됩니다.

노무 수령 거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컴퓨터 사용을 막아놓거나 작업장 출입을 제한하는 등 물리적으로 해당 일에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명확합니다. 노무수령 거부 사실은 회사가 입증해야 하는데, 말로만 촉구했다면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근로자가 휴가일에 나와서 일을 했고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를 지시했거나 혹은 방관하면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연차휴가 사용촉진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