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이젠 피부에 양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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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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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맥주 소비량 세계 1위
  2. 맥주가 원료인 천연 화장품
  3. 오크통에서 즐기는 비어 스파
  4. 한국에서도 체코 맥주를 즐기자
  5. 세계 트렌드를 좇아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한국

체코에 근무 중인 한국 주재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해외 발령 시 가족 및 인근 지인들에게 '프라하'에 주재 발령이 났다고 하면 다들 기뻐하며 축하해주는데, '체코'에 발령이 났다고 하면 마치 오지로 가는 사람 보듯이 안쓰러워한다는 것이다. 이는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과거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고풍스러운 중세 모습의 낭만적인 관광도시로 잘 알려진 반면, 체코라는 국가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체코는 1,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10대 공업국'이라고 할 정도로 중동부 유럽의 제조업 강국이자 기술 강국이었다. 또한 세계적인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in Dvorak), 아르누보 양식의 거장 알폰스 무하(Alfons Mucha), 모차르트의 일생을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의 감독 밀로스 포르만(Miloš Forman)이 태어난 문화 예술의 나라이며, 특히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배출한 걸출한 나라임이 틀림없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모습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모습

맥주 소비량 세계 1위

이 외에도 체코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중 하나는, 바로 맥주다. 체코 속담 중에 '좋은 맥주는 한 모금만 마셔봐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다 마셔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맥주는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체코인들이 얼만큼 맥주를 사랑하는 민족인지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는 명언이 아닐까 싶다. UN 통계에 따르면, 체코인의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57L로, 단연 세계 1위다. 체코 통계청에 따르면, 체코의 연간 맥주 생산량은 19억 L를 훌쩍 넘어서는데, 이중 체코 내에서 소비되는 맥주량도 매년 증가해 연간 16억 L에 이른다.

체코는 2013년 기준 33개의 대형 및 중소 규모의 양조장과 230여 개의 초소형 양조장인 마이크로브루어리(Microbrewery)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초소형 양조장은 1년 사이 무려 70개나 증가했다. 특히, 체코 맥주 생산지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플젠(Plzen)은 도시가 생긴 직후인 1295년부터 맥주 생산을 시작했는데, 1842년 바로 여기서 '황금빛 라거(Golden lager beer)'라고 불리는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발효 맥주가 탄생했다. 맥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발효 온도를 7~12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냉장시설이 없던 당시 상황에서 양조장 내 서늘한 지하 저장고를 대안으로 활용한 것은 대단한 아이디어였다.

황금색의 필스너 우르켈 맥주
황금색의 필스너 우르켈 맥주

이와 같이 세계 맥주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고 있는 필스너 우르켈을 생산하는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Plzensky sky Prazdroj) 사는 지금도 연 매출 5억 6,000만 달러(한화 약 6,500억 원)를 올리며 세계 56개국에 수출하는 체코 내 대표적인 맥주 기업일뿐 아니라, 플젠시 재정의 많은 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우수기업이기도 하다. 플젠시는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와 함께 1년에 한 번씩 맥주 축제 '필스너 페스트(Pilsner Fest)'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는 매년 4만~5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플젠의 대표 행사가 되었다.

맥주가 원료인 천연 화장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맥주는 알코올 음료로만 인식되겠지만, 체코에서는 맥주가 식용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왔다. 체코인들은 오래전부터 맥주로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맥주 샴푸나 샤워젤, 비누 같은 세안용품에도 맥주를 활용한다. 맥주에는 피부 재생을 돕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 B, 생체에 필요한 구리나 아연, 요오드 등의 미량원소와 미네랄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맥주의 주성분인 뽕나무과의 덩굴성 다년초, 홉(hop)은 피부를 깨끗하고 부드럽게 만들며 진정시키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코의 맥주 화장품 마누팍투라 화장품
체코의 맥주 화장품 마누팍투라 화장품
체코의 맥주 화장품 마누팍투라 화장품 판매점 내부 모습
체코의 맥주 화장품 마누팍투라 화장품 판매점 내부 모습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체코 천연 화장품 브랜드 마누팍투라(Manufaktura)는 순수 체코 맥주 재료를 사용한 맥주 샤워젤, 샴푸, 바디로션 등 맥주 라인을 주력으로 내놓았으며, 제품에서도 맥주 특유의 향을 맡을 수 있다. 마누팍투라는 적당한 가격대의 상품으로 체코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물론, 마누팍투라 매장은 프라하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을 포함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오크통에서 즐기는 비어 스파

체코인들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피부 미용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는 '맥주 목욕'을 즐긴다. 사실 체코 내 각 지역마다 비어 스파를 운영하는 곳이 있으므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찾아 경험할 수 있다.

프라하의 비어 스파 모습
프라하의 비어 스파 모습
프라하의 비어 스파 모습
프라하의 비어 스파 모습

일반적인 비어 스파장들은 커다란 오크통에 3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받아 맥아와 홉을 비롯한 맥주 원료 가루들을 넣고 섞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맥주는 이산화탄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완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고객들은 비어 스파를 하면서도 중간에 맥주를 마실 수 있고, 목욕이 끝난 후에는 귀리로 만들어진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목욕을 마무리하면 된다.

까를로비바리 지역의 비어 스파
까를로비바리 지역의 비어 스파

비어 스파는 관광객들을 위해 패키지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체코 내 증가하고 있는 마이크로브루어리들은 양조장과 비어 스파를 함께 설치하여 관광객은 물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체코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휴식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앞으로도 그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체코 맥주를 즐기자

체코 맥주의 우수성은 유럽 내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 수입 맥주 열풍이 불기 시작하고, 최근 방영된 한 TV프로그램의 맥주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체코 맥주의 인지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체코가 우리나라에 수출한 맥주 수출액은 약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 3,000만 원)를 기록했으며, 매출액이 매년 50% 이상씩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체코의 한 투자사가 KOTRA의 지원으로 직접 한국에서 체코산 맥주 양조장을 건설하여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 장거리의 물류 유통 여건으로 인해 수입산 맥주는 맛에서 차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현장에서 직접 제조한 신선한 맥주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기본 전략이다. 2017년 초에는 몰트와 홉이 조화롭게 배합된 황금색 체코산 생맥주를 한국 도심에서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트렌드를 좇아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한국

유로모니터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맥주 소비량은 2014년 기준 21억 L 정도이며 그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36억 달러(한화 약 4조 2,000억 원)로 집계되었고, 그중 해외 맥주 수입이 약 4억 달러로 전체 시장의 9.3%에 달하며, 그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5년간 맥주 시장 성장 추세를 보면, 맥주는 한국에서 비즈니스 가능성이 큰 상품 중 하나로 봐도 무관하다.

최근 한국의 맥주 시장(단위 : 100만 L)
최근 한국의 맥주 시장(단위 : 100만 L)

이처럼 한국인들의 맥주 수요 증가에 따라 해외 맥주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해외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이나 영국, 미국 등 맛좋은 맥주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시중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해외 브랜드 맥주를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여 해외 브랜드 맥주 전문점 및 소규모 양조업체가 만드는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구분 2011 2012 2013 2014 2015. 6월
수출 수출액 65 68 72 73 40
증감율 39.6 3.7 6.5 1.3 13.6
수입 수입액 57 74 90 112 60
증감율 33.6 25.9 21.8 24.6 18.6
최근 한국의 맥주 수출입 추이(단위 : 100만 달러) - 자료원 : KITA(한국무역협회)

10년 전 한국은 맥주를 대량으로 생산했기에 그 맛이 다소 획일적이었으나 몇백 년 전부터 유럽에서 성행하던 마이크로브루어리가 한국에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일찍부터 영국이나 벨기에, 체코 등은 획일적인 맥주 맛에 질려 지역별로 특색 있는 맥주를 개발했고 지금도 소규모 양조업체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점점 다양한 맛의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이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양조업체들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이제 첫발을 내딛은 한국의 마이크로브루어리 사업은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