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탄소배출권거래제, emission trading scheme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려면 돈을 내야 한다?

목차

접기
  1. 온실가스 배출 멈추더라도 수백 년간 영향
  2. 2015년 지구 가장 뜨거웠다
  3.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채택
  4. 교토의정서의 구속력
  5. 한국은 탄소 배출 세계 7위
  6.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7. 2020년 신(新)기후체제 출범에 합의하다
  8.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안의 이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인용문
황사 같은 먼지가 거대한 폭풍처럼 몰려오고, 밀농사가 불가능해져서 옥수수만 심으며, 병든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영화 '인터스텔라' 중에서

국내에서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봤던 영화 '인터스텔라' 속의 지구는 극심한 기후변화를 겪으며 황폐해졌으며, 병충해로 인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 속 인류는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은 영화 못지않게 심각하다.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 폭우, 더위, 추위 등 기상이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에 발표된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전 세계 척추동물의 수가 50% 이상 감소했으며, 현재 동물 종의 약 3분의 1은 멸종 위협을 받고 있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이에 대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이다.

최근의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며,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 때문이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서 발표한 결과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준 온실가스의 비율
산업혁명 이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준 온실가스의 비율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15년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150개국 정상이 모여 2020년 적용될 '신 기후변화 체제(New Climate Regime)'의 기틀을 마련했다. 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도 '203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 목표에는 배출권 거래가 중요하게 포함돼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배출권 거래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다.

온실가스 배출 멈추더라도 수백 년간 영향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배경에는 온실가스의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에 있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크게 늘었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함께 설립한 국제단체로 1990년 이후 5~6년 간격으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했는데, 2013년 10월 공개된 IPCC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체계적으로 측정하기 시작한 1958년 이후 약 20%가 증가했다. 이는 1750년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40%나 늘어난 수치이다. 구체적으로 이산화탄소 평균농도는 산업혁명 전에 약 280ppm이었으나 2011년 391ppm으로 증가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더라도 앞으로 수백 년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 있다. 만일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아진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점점 늘어나겠지만, 해양에 녹아드는 이산화탄소 또한 늘어 해양 산성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이다. IPCC 제4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1906~2005년) 지구의 표면기온은 0.74℃ 높아졌는데, 최근 50년간의 온난화 추세는 지난 100년 추세의 거의 2배를 기록했다. 제5차 보고서에서는 1880~2012년 동안 지구의 표면기온가 0.85℃ 상승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21세기 말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무려 3.7℃나 높아진다.

평균기온이 높아진다면 극지방의 빙하가 더 많이 녹아내리며 북극 해빙도 감소할 것이고, 해수면은 상승할 것이다. 해수면은 최근 20년간 매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1901~2010년에 지구 해수면의 평균 상승률이 연간 1.7밀리미터인 데 반해 1993~2010년에는 연간 2.3밀리미터로 높아졌다.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때, 21세기 말에 해수면의 평균 상승률은 연간 11밀리미터까지 높아질 것이다. 결국 해수면이 평균 63센티미터, 최대 82센티미터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양의 몰디브, 태평양의 투발루, 마셜제도, 나우루공화국 등 44개 섬나라들은 수몰 위기에 처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이 섬나라들은 국토가 침수돼 수십 년 안에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실제 몰디브의 경우 국토의 80%가 해발고도 1미터 미만이며, 인구의 42%가 해안에서 100미터 이내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발루 푸나푸티 해변의 모습
투발루 푸나푸티 해변의 모습

많은 과학자들은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한다면, 바다보다 낮은 땅이 많은 네덜란드는 국토의 6%가 물속에 잠기고, 아시아에 있는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17.5%가 침수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 지구의 온도가 2℃ 상승한다면, 열대 지역의 농작물이 대폭 감소해 약 5억 명이 굶주릴 위기에 처하고 최대 6000만 명이 말라리아 전염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며, 33%의 생물은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된다. 만일 지구의 온도가 4℃ 올라간다면, 유럽의 여름 기온이 50℃까지 오르고,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이 사막으로 변하며, 북극의 얼음이 사라져 북극곰처럼 추운 지방에 사는 생물들은 멸종되고 말 것이다.

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유엔 국제전략기구(UNISDR)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21세기에 최소 25조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국민 총생산의 3분의 1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내난민감시센터(IDMC)'에 따르면, 2014년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93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기상 현상과 관련된 소위 '기후 난민'이다.

2015년 지구 가장 뜨거웠다

2015년 5월 인도는 48℃까지 치솟는 폭염으로 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7월 이란에서는 최고 기온이 48.9℃에 달하고 체감온도가 80℃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빈발하면서 2015년 지구 평균 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2015년 7월까지 지구 기온이 역대 가장 더운 2014년 평균보다 0.1℃ 높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8월 대구의 최고기온이 38.3℃까지 치솟아 20년 만에 최고기온의 기록을 경신했다. 2015년 여름 폭염으로 인해 열사병, 열경련, 열부종, 열실신, 열탈진 등을 겪은 환자가 2014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5년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2015년 온열질환 환자는 105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환자 556명의 1.9배였다. 2014년에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명뿐이었지만, 2015년에는 11명이 폭염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기후 변화는 우리나라 식생 지도와 수산물 지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발표한 주요 작물의 재배 한계선에 따르면, 1960년대 대구 이남에서 재배되던 사과가 지금은 경기 포천에서도 자라고 있으며, 복숭아는 경북 청도에서 경기 파주까지, 녹차는 전남 보성에서 강원 고성까지 재배지가 북상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해역의 표면 수온이 1968년부터 2010년까지 1.29℃나 상승했다. 이는 세계 바다의 수온이 100년간 상승한 0.5℃를 2.5배나 웃도는 수치다. 이렇게 한반도 해역의 수온이 오르자 한류성 어류인 명태는 남한 해역에서 1990년대 이후 '씨가 마른' 어종이 됐다. 반면 난류성 어류인 전갱이는 동중국해로 가서 월동하지 않고, 겨울에도 남해 연안에 머물고 있으며, 난류를 따라 남해에서 잡히던 멸치는 울릉도 근해에서 잡히고 있다. 일본 혼슈 이남에 살던 다랑어는 울산 앞바다에서도 잡히고 있으며, 요즘은 난대성 해파리가 해수욕장에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만일 현재 추세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2071~2100년 한반도 기후는 어떻게 변할까? IPCC 제5차 보고서를 반영해 기상청이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는 기온이 현재보다 5~6℃ 정도 올라가 아열대 기후로 변한다. 겨울이 대폭 줄고 봄과 여름이 늘어난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겨울로 분류할 수 있는 날이 겨우 7일뿐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재배할 수 있는 작물 종류도 달라진다. 감자로 유명한 강원도는 21세기 말에 감자를 키울 수 없고, 포도와 수수를 재배할 수 있게 된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도 21세기 중반에 이미 감자를 재배하기엔 너무 따뜻해진다. 21세기 말쯤이면 러시아처럼 우리나라보다 훨씬 기온이 낮은 곳에서 감자를 수입해 먹어야 할 것이다.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 한반도의 강수량은 지금보다 18% 늘어난다. 서울보다 북쪽에 있는 평양의 평균기온은 현재 제주 서귀포시의 평균 기온인 16.6℃와 비슷해진다. 그렇다면 남산 정상에서 소나무가 아니라 귤나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채택

기후변화, 특히 지구온난화에 대해 국제적인 대응은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기후변화협약과 유엔 산하 IPCC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1979년 시작됐다. 제1차 국제기후총회에서 세계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기후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논의했다.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은 기후변화가 전 세계 곳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고, 그 결과 지구환경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IPCC가 1988년 설립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채택된 것이다. '리우환경회의'라고도 불리는 이 자리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에 따라 각자의 능력에 맞게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을 약속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차별화 원칙에 따라 협약 당사국 중 부속서 1(Annex Ⅰ) 국가, 부속서 2(Annex Ⅱ) 국가, 비부속서 국가로 구분하여 각기 다른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부속서 1 국가에 포함된 42개국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이유로 200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1990년 수준으로 감축시킬 것을 권고했다. 협약 당시 OECD 국가, 유럽경제공동체(EEC) 국가, 산업혁명 당시 경제적 부를 이룩한 국가(동유럽 시장경제 전환국가)가 부속서 1 국가에 속한다.

부속서 1에 포함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보고, 계획 수립, 이행과 같은 일반적 의무를 부여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비부속서 1(non-Annex Ⅰ) 국가들은 감축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개도국으로 분류됐다. 또 부속서 2 국가에 포함된 24개 선진국(협약 당시 OECD 회원국)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정과 기술을 지원하는 의무를 규정했다.

기후변화협약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당사국총회(COP)를 두고, 협약의 이행과 논의는 당사국 합의로 결정한다. 당사국총회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부속기구는 협약의 이행 및 과학기술적 측면을 검토하는 이행부속기구(SBI)와 과학기술자문부속기구(SBSTA)가 있다. 당사국총회는 연 1회 개최되며, SBI와 SBSTA는 연 2회 열리는데, 1회는 COP와 연계해 개최된다.

교토의정서의 구속력

문제는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의 경우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마련된 방안이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이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에서는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수량적으로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교토의정서가 채택되기까지는 온실가스의 감축 목표와 감축 일정, 개도국의 참여 문제로 선진국 간,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의견 차이로 심한 대립을 겪었다. 의정서는 2005년 2월 공식적으로 발효됐다.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6가지로 정의했을 뿐 아니라, 부속서 1 국가들에게 제1차 공약기간(2008~2012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 대비해 평균 5.2% 감축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비부속서 1 국가들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보고, 계획 수립, 이행 등 일반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당사국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정책과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 분야는 에너지 효율 향상, 온실가스의 흡수원과 저장원 보호,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연구 등도 포함된다.

온실가스 종류 지구 온난화 지수각주1) 배출원 주요 특성
이산화탄소(CO2) 1 화석연료사용, 산업공정 에너지원, 공정배출원
메탄(CH4) 21 폐기물, 농업, 축산 비점오염 형태로 포집 난해성
아산화질소(N2O) 310 화학공업, 하수슬러지, 목재 소각 시 배출원에 따라 포집 난이도 존재
수소불화탄소(HFCs) 140~11700 냉매, 용제, 발포제, 세정제 대기 중 잔존기간이 길고, 화학적으로 안정적
과불화탄소(PFCs ) 6500~11700 냉동기, 소화기, 세정제
육불화황(SF6) 23900 충전기기 절연가스
온실가스별 지구온난화지수

나아가 교토의정서는 이른바 '신축성 메커니즘(Flexibility Mechanism)'을 도입해 온실가스를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감축하고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JI)와 함께 국제배출권거래제(International Emission Trading, IET)를 도입한 것이다.

청정개발체제는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저감사업을 수행해 감소된 실적 일부를 선진국의 저감량으로 허용하는 것이고, 공동이행제도는 A 선진국이 B 선진국에 투자해 발생된 온실가스 감축분을 A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국제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국가들에 배출쿼터를 부여한 뒤 국가 간 배출쿼터의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의무이행 대상국은 미국, 유럽연합(EU) 회원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총 37개국이다. 제1차 공약기간인 2008~2012년에 각국이 감축해야 하는 목표량은 -8~+10%로 차별화됐는데, 예를 들어 유럽연합이 -8%, 일본이 -6%라는 목표량에 따라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했다. 이 감축 목표량에는 1990년 이후 토지 이용변화와 산림에 의한 온실가스 제거를 포함하도록 했다.

201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에서는 제2차 감축공약기간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으로 정하고, 온실가스를 1990년에 비해 25~40%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의무감축 대상국은 유럽연합,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 등 37개국인데, 미국, 러시아, 캐나다, 일본과 같이 전 세계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국가들이 불참했다. 각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 법적 구속력을 가졌던 1차 공약기간(2008~2012년)과 달리 2차 공약기간은 각국 정부 차원의 약속으로 법적 구속력도 없었다.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에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의견 차이는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2001년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탈퇴했고, 개도국의 대표격인 중국은 탄소 감축에 대해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3)에서는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의 종료에 대비하고자 하는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 교토의정서에 불참한 선진국과 개도국까지 참여하는 '포스트 2012 체제'를 2009년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에서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이 감축 목표,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의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서로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출범하기로 한 '포스트 2012 체제'는 좌초되고 말았다.

대신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제16차 당사국총회(COP16)에서 과도기적인 조치를 이끌어냈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2020년까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칸쿤 합의(Cancún Agreement)'라고 한다. 교토의정서의 제2차 공약기간도 정해졌다. 당사국들은 201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당사국총회(COP18)에 모여 이 기간을 2013~2020년으로 설정하는 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도하 수정안(Doha Amendment)'이라 불리는 이 합의에, 기존의 교토의정서 불참국인 미국 외에도 러시아,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이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참여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15%에 불과하게 됐다.

이에 앞선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개최된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에서는 중요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2020년 이후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변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더반 플랫폼Durban Platform' 협상을 출범시키기로 합의한 것이다.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당사국총회(COP19)에서 당사국들은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2020년 이후의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기여방안(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INDC)'을 자체적으로 결정해, 2015년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 이전에 사무국에 제출하기로 했다.

협상타결 시한을 1년쯤 앞두고 2014년 12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20)에서는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기여방안의 제출 절차와 일정을 규정하고 기여방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정보 등에 대한 '리마 선언(Lima Call for Climate Action)'을 채택했다. 이로써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신(新)기후협상이 타결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2015년에 열린 제20차 당사국총회(COP20)
2015년에 열린 제20차 당사국총회(COP20)

한국은 탄소 배출 세계 7위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으며, 교토의정서 체제하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비부속서 1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신장된 국력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고려해 2009년 '2020년 배출전망(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자발적 목표를 설정해 제시했다. 이런 목표는 IPCC가 권고한 최고 수준이며, 범세계적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2009년 '유엔 기후정상회의(UN Climate Summit)'에서 '국가 적정 감축 행동 등록부(Nationally Appropriate Mitigation Actions Registry, NAMA Registry)'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개도국의 감축 행동을 국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개도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런 제안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중재안으로 평가받으며, 2010년 칸쿤 합의에 반영됐다.

2010년 칸쿤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16)에서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는데, 치열한 유치전 끝에 2012년 10월 우리나라는 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이를 계기로 기후변화의 재원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4년 9월 개최된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의 대통령이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 '기후 재원(Climate Finance)' 세션의 공동 의장직을 맡았으며, 기조연설에서 GCF에 최대 1억 달러를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가 GCF 초기 재원 조성에 선도적 역할을 한 덕분에, 주요국들의 출연이 잇달아 지난 7월 말 현재 GCF 재원은 당초 목표(100억 달러)를 넘어 102억 달러에 이르렀다.

2014년 11월에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와 2위인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 온실가스감축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기후변화체제를 보이콧해 온 미국은 2025년까지 2005년 수준의 26~28%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선발 개도국의 좌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은 2030년 이후 더 이상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인 한국도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우리의 산업 여건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인류공동의 과제인 신(新)기후체제 출범 이후에도 기여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기후변화 위협이 커짐에 따라 편안하고 쾌적한 기후 · 환경을 누리는 것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개인 및 지역, 기업, 정부가 기후변동성 및 온난화에 적응하고 위험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기후나 환경은 공공재적인 특성이 강하므로 민간 부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의 투자 및 지원정책 하에 한국 기업이 보유한 제조경쟁력, IT 기술 등의 강점을 활용해 기후 관련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시점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전 지구적 차원의 방안이 바로 온실가스 감축이다. IPCC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에 비해 평균기온의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최대 70%까지 감축해야 한다. 경제규모에서 전 세계 15위인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1.52톤으로 OECD 국가 중 7위이며, 배출량 증가 추세는 연평균 3.9%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체제하에서 비자발적 감축국에 속해 있었으나,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대응하고 저탄소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09년에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자발적 목표를 설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2010년 1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 ·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시행했고, 배출권거래제의 근거 법령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직접 감축만 인정하는 목표관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은 특정기간 동안 일정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하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란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에 연 단위로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 내에서 배출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은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해 부족분 또는 여분의 배출권을 다른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즉 기업이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하면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 중 초과감축량을 시장에 팔 수 있고, 반대로 기업이 적게 감축해 배출허용량을 넘어선 경우 부족한 배출권을 살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의 감축여력에 따라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 또는 배출권 구매를 자율적으로 결정해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준수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높다고 하면, 배출권을 구입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배출권거래제의 개념도
배출권거래제의 개념도

정부는 산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모아 2014년 1월 국가 BAU를 재검증하고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 건물, 수송 등 7개 부문별 감축 정책과 이행 수단을 포함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고,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해 배출권거래제 운영 향후 10년의 방향을 제시했다. 2014년 9월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했는데, 2015~2017년의 제1차 계획 기간 동안 배출권 총량은 16억 8700만 톤 수준이다. 2014년 12월 온실가스 배출권을 23개 업종의 520여 개 업체에 할당했고, 2015년 1월 1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014년 1월 한국거래소(KRX)를 배출권거래소로 지정했고 2015년 1월 배출권 거래시장을 개장해 거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배출권거래제 협의회, 온실가스 배출권 바로 알기 세미나 등을 운영하며 산업계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15년 6월, 신(新)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 BAU 대비 37%로 결정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유연성을 보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기업이 최소의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방법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기업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직접 감축, 배출권 거래, 외부저감실적 사용, 배출권 차입 등의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가장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외부저감실적 사용은 사업장 외부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해 얻은 감축실적을 받아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이고, 배출권 차입은 미래에 사용할 배출권을 빌려와 미리 사용하는 제도이다. 또 배출권이 남는 경우에는 다음 연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이월할 수도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녹색기술을 개발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유도해 저탄소 녹색경제 시대에 맞는 신성장동력을 창출한다. 유럽의 경우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뒤 기업의 연료 효율 개선, 신재생에너지 및 녹색기술 개발 등이 활성화되어 세계 저탄소 녹색시장의 33%를 점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드랙스 파워(Drax Power)는 발전기를 개조해 연간 1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고, 유럽 2위 철강업체인 코러스(Corus)는 초저탄소 철강(ultra low-carbon steel)을 개발하는 기술을 혁신하는 데 5900만 유로를 투자했다.

배출권거래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EU, 스위스, 뉴질랜드 등은 배출권거래제를 전국 단위로 시행하고 있는 데 비해, 미국, 일본, 중국은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즉 미국은 캘리포니아와 동부 9개주에서, 일본은 도쿄 등 3개 지역에서, 중국은 베이징 등 7개 지역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브라질, 칠레 등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2020년 신(新)기후체제 출범에 합의하다

2℃는 기후변화에서 상징적인 수치이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억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당사국총회(COP19)에서 당사국들은 2020년 이후의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기여방안(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INDC)'을 자체적으로 결정해 사무국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 제출 기한은 파리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기 전까지였다.

187개국이 COP21을 앞두고 2025년 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것인지를 표명하는 INDC를 전달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26~28% 감축하겠다고 밝혔고, 스위스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2005년 GDP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60~65% 감축하겠다고 공표했다.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를 29%(조건부 41%) 줄이겠다고 밝혔으며, 가봉은 2025년까지 BAU 대비 5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 BAU 대비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렇게 국가별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안인 INDC는 설정한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정확한 목표를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 감축안대로 열심히 온실가스를 감축하려고 노력하더라도 지구 기온의 상승을 2℃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3일 IPCC는 각국이 제출한 INDC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2100년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7℃가량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런 비관적인 예측이 나오면서 11월 30일부터 2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195개 협약 당사국이 참여한 가운데, 5년 뒤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합의문을 마련하기 위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쟁점 내용
지구 기온 상승 억제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되,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
기여 방안의 국제법적 구속력 합의문 외 별도 등록부를 두어 관리,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음
선진국-개도국 차이 선진국이 더 많은 책임을 지고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지원
감축목표 포함한 기여계획 제출과 이행 점검 주기 5년마다
탄소시장 메커니즘 도입 당사국들이 장기 저탄소 개발 전략 마련
신 기후체게 주요 내용

195개국 대표들은 예정보다 하루 지난 12월 12일(현지 시각) 총회 본회의에서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최종 합의문을 채택했다. 31쪽 분량의 '파리 협정' 최종 합의문을 살펴보면, 신(新)기후변화체제의 장기 목표로 당사국들이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되,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서 국가들이나 기후변화 취약 국가들이 줄곧 요구해 온 사항이다. 특히 몰디브, 투발루를 비롯한 도서 국가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2℃ 상승하면 섬나라들이 물에 잠겨 없어지기 때문에 상승 폭을 1.5℃ 이하로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 왔다.

협정 비교 교토의정서 파리 협정
개최국 일본 교토제3차 당사국총회 프랑스 파리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
채택 1997년 12월 채택, 2005년 발효 2015년 12월 12일 채택
대상 국가 주요 선진국 37개국 195개 협약 당사국
적용 시기 2020년까지 기후변화 대응 방식 규정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
목표 및 주요 내용 · 기후변화의 주범인 주요 온실가스 정의 ·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 ·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차별적 부여(선진국에만 온실가스감축 의무 부여) 미국, 캐나다, 일본, 러시아 등 선진국의 거부와 불참 등한계점 드러남 ·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까지제한하는 데 노력 · 온실가스를 좀 더 오랜 기간 배출해온 선진국이 더 많은 책임을지고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지원 · 선진국은 2020년부터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 사업에 매년최소 1000억 달러 지원 ·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책임을 분담하며 전 세계가 기후 재앙을막는 데 동참 · 협정은 구속력이 있으며 2023년부터 5년마다 당사국이 탄소감축 약속을 지키는지 검토
우리나라 감축 의무 부과되지 않음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안 6월 발표
교토의정서와 파리 협정 비교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게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강요했지만, '파리 협정'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참여해 책임을 분담하기로 했다.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는 데 동참하게 된 것이다. COP21에 참여한 당사국들은 합의문에서 21세기 후반에는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구가 이를 흡수하는 능력과 균형을 이루도록 촉구했다. 이는 사실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인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노력이 핵심이 돼야 한다. 또 지구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감소 추세로 돌아서는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고 감소세에 접어들면 그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개도국은 선진국보다 이 과정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차이는 인정했다.

파리 협정 합의문에는 온실가스를 좀 더 오랫동안 배출해 온 선진국이 더 많은 책임을 지고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선진국은 2020년부터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 사업에 매년 최소 1,000억 달러(약 118조 원)을 지원하고 기술 전수, 정보 공유 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협정문에서 제시된 장기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현재 지구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가량 상승한 상태라서, 각국이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모두 이행하더라도 1.7℃ 이상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COP21에 참가한 국가들은 장기목표에 접근하기 위해 앞으로 5년마다 점점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파리 협정의 최종 합의문에는 모든 당사국이 장기 저탄소 개발 전략도 마련해 2020년까지 제출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의 행사장 입구 1
  • COP21에서 파리 협정의 최종 합의문을 채택한 뒤 기뻐하는 모습 2
    • 1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의 행사장 입구
    • 2COP21에서 파리 협정의 최종 합의문을 채택한 뒤 기뻐하는 모습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안의 이면

지난 11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OP21의 개막식에는 전 세계 약 150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COP21 최종 합의문이 나오기까지 중국과 미국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정상은 개막식 연설에서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있어 전 세계의 노력과 함께 자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COP21이 지구를 구하기 위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며 “미국은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서, 그리고 (중국에 이은) 세계 제2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역할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후변화 대응은 인류가 모두 공유하고 있는 임무”라면서도 “각국의 경제적 차이를 인정하고 각국이 자발적으로 서로 다른 지구온난화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막식 연설에서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만큼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출했다며 우리나라의 '2030 에너지 신산업 육성전략'을 소개했다. 또 신(新)기후체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방안으로 에너지 신산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개도국과 새로운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공유, 국제탄소시장 구축 논의 참여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의 감축안은 한국과 함께 OECD 국가 중 개도국으로 분류된 멕시코가 2030년까지 BAU 대비 25%(조건부 40%)만큼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목표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안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 정부가 줄이겠다는 온실가스의 37% 중에서 25.7%만 자체적인 감축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11.3%는 국제탄소시장을 통해 배출권거래로 충당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국제탄소시장에서 전체 온실가스 감축량의 3분의 1 정도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부정적이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국제탄소시장은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배출권거래제(EU-ETS)는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가 EU-ETS나 시범사업 중인 중국 등과 연계할 수도 있지만, 이제 시작단계라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2015년 1월부터 개장된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힘쓰는 한편, 국제탄소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파리 협정은 유엔이 인정한 탄소시장 외에도 당사국 간의 자발적 협력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개도국의 배출량 검증 및 가격 산정의 투명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장을 통해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결과다.

사실 한국의 기후변화 방지 노력은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국제환경단체 연합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58개국을 대상으로 '2016 기후변화 수행지수'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출 수준과 진전 노력에 각각 30점, 기후정책에 20점, 재생에너지와 효율성에 각각 10점을 부여해 국가별로 순위를 매겼는데, 한국은 37.64점을 얻어 57위를 기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이 에너지 공급과 관련해 재생에너지의 점유율이 아직 1% 이하에 그치고 있지만 긍정적 기류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한 부분이다.

이번 파리 협정의 최종 합의문에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의 이행을 국제법적으로 구속하는 장치기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행을 게을리하기는 쉽지 않다. 투명한 검증 과정을 거쳐 이행 단계를 국제사회에 공개하기로 해서, 만일 자국의 감축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어기는 '불량국가'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향을 받는 북극곰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향을 받는 북극곰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길은 바로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50%를 일단 소비에서 줄여 달성하고, 그 다음에 재생에너지, 저탄소 기술을 통해 나머지 감축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현재의 에너지 낭비에서 벗어나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때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온난화의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