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널린 집들

빨래가 널린 집들

다른 표기 언어 Häuser mit Bunter Wäsche
요약 테이블
제작시기 1914년
가격 $40,047,000(420억 2000만 원)각주1)
작가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
에곤 실레, 〈빨래가 널린 집들〉, 캔버스에 유화 / 99×119cm
에곤 실레, 〈빨래가 널린 집들〉, 캔버스에 유화 / 99×119cm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은 여간해서는 경매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그런 경우가 생기면 크게 화제가 된다. 소장 기록은 이미 만점이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에곤 실레의 〈빨래가 널린 집들〉은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 미술관인 레오폴트 미술관에 있던 그림이다. 작품이 완성된 해에 바로 실레의 후원자이던 컬렉터 하인리히 뵐러가 샀다가 그가 죽고 나서 그의 부인이 레오폴트 미술관 설립자인 루돌프 레오폴트에게 팔았다. 그리고 그 후 한 번도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 아주 깨끗하고 품위 있는 소장 기록이다. 대체로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많이 거친 그림보다는 한 사람이나 한 기관 또는 한 미술관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그림이 가치가 더 높다. 소장자가 오랫동안 아낀 중요한 작품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소장자가 유명 컬렉터나 미술관이면 더욱 그렇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실레는 클림트와 함께 20세기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작가다. 아쉽게도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무려 3000여 점의 작품을 남길 만큼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대부분이 드로잉이나 스케치 같은 소품으로 유화 작품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 경매에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2011년 6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 소장 기록도 좋고 작품성도 훌륭한 〈빨래가 널린 집들〉이 나왔다. 당시 소더비는 이 그림 하나만을 설명하는 보도 자료를 따로 내는 등 정성을 들였다. 그 결과 예상대로 실레 작품 중 가장 비싼 경매가 기록인 2468만 파운드(420억 2000만 원)를 찍었다.

이 그림은 실레 어머니의 고향이자 실레가 애인과 잠깐 살던 동네를 그린 풍경화다. 풍경화인데 전통적인 풍경화와는 많이 다르다. 사람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지만, 널려 있는 색색의 빨래로 소박하고 즐겁게 사는 마을 사람들 모습을 엿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다. 풍경을 묘사했으나 작가의 감정과 내면을 묘사한 그림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정도로 정서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만일 이 마을을 다른 화가가 그렸다면 어떻게 그렸을까? 전혀 다른 풍경화가 나왔을 것이다. 그만큼 이 풍경화에는 주관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

그린 방식도 독특하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집을 수직으로 포개어 쌓아 놓은 것처럼 그려서 꼭 앞으로 쏟아질 것 같다. 이는 실레가 풍경화를 그릴 때 쓴 전형적인 방법으로 ‘수직 시점(Elevated Perspective)’이라고도 한다. 클림트의 풍경화에 나오는 집과 산도 이런 시점으로 그려져 있다. 클림트가 실레의 풍경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이 그림이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라는 것은 전시 기록으로도 입증된다. 이 그림은 레오폴트 미술관이 줄곧 소장하고 있었고, 다른 세계적 미술관에서도 자주 대여해 가 전시했다.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전시장에서 2005~2006년에 열린 전시와 스위스 바젤의 바이엘러 미술관에서 2010~2011년에 열린 전시에 나왔는데, 두 전시 모두 20세기 초반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 세계 및 클림트와 실레가 서로 주고받은 영향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소장 기록과 전시 기록만 보아도 안심하고 돈을 쓸 수 있는 그런 그림이다.

참고

・ · 원화 환산 환율은 외환은행에서 제공하는 2014년 1월 1일~6월 30일의 평균환율(고시 회차 최종, 매매 기준 환율)을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