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 어느 죄가 더 무거울까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 어느 죄가 더 무거울까

음주운전
음주운전
〈사례〉
음주운전으로 3차례 벌금형 전과가 있던 A씨. 오랜만의 회식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데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대를 잡은 게 화근이었다. 하필 집으로 가는 길목에 경찰이 음주 단속을 하고 있었다.

단속 경찰은 A씨의 상태를 보고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 순간 그는 음주운전으로 또다시 걸렸다가는 신변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넣는 시늉만 하였다. 결국 A씨는 음주측정 거부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법원은 A씨에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운전을 하는 사람이면 한두 번쯤 음주운전의 유혹을 느낀다. 특히나 음주 장소와 집이 가깝다거나 술을 적게 마셨다고 느낄 때는 대리운전을 부르는 것도 망설여질 것이다. 게다가 가끔은 이런 상상도 할 것이다. '술을 마셨다가 적발되더라도 오리발(?)을 내밀면 선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사례의 A씨처럼 말이다.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 어떤 죄가 무거울까. 도로교통법 44조각주1) 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데 기준은 혈중알콜농도로 0.05%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같은 조항은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해 또는 음주운전을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 모두 처벌 대상이다. 그렇다면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 중 어느 것이 더 죄가 무거울까. 음주 수치가 안 나오기 때문에 측정 거부가 유리할 것 같지만 실제 법 적용에서는 오히려 불리하다. 일단, 형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음주측정 거부는 음주운전보다 불리한 처벌을 받기 십상이다. 또한 실제로 마신 술보다 더 마신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법정형도 차이가 있다. 음주측정 거부는 징역 1년~3년, 또는 벌금 500~1천만 원이다. 음주운전은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이 다시 술에 취한 상태였을 때 음주측정 거부와 법정형이 같다. 그 외 음주운전은 혈중알콜농도에 따라 다른데 0.2% 이상의 법정형이 음주측정 거부와 같고, 그에 미치지 않으면 법정형은 더 낮다. 게다가 측정 거부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했다가는 공무집행방해죄나 상해죄가 더해질 수도 있다 (참고로 음주측정 시 혈액이나 소변을 다른 사람 것으로 바꿔치기 하는 행위를 하다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형사처벌 말고도 면허정지, 취소라는 행정처분까지 감안하면 음주측정 거부가 훨씬 불리하다. 음주운전은 혈중 알콜농도와 사고 정도에 따라 면허정지와 취소로 나뉜다. 통상 인명사고 없이 0.05%이상 0.1% 미만이면 면허정지에 해당한다. 혈중 알콜농도가 그보다 높더라도 운전이 가족 생계수단인지, 기타 참작할 사유가 있는지에 따라 취소를 정지로 감경해주는 사례도 있다.

법정형
징역 1년~3년 또는 벌금 500~1천만 원 음주측정거부(혈중알콜농도 무관)
음주운전 혈중알콜농도 0.2% 이상
2회 이상 음주운전한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한 경우
징역 6월~1년 또는 벌금 300~500만 원 음주운전 혈중할콜농도 0.1% 이상
징역 1월~6월 또는 벌금 5만~300만 원 음주운전 혈중알콜농도 0.05% 이상
음주측정 거부와 음주운전 법정형[출처 : 도로교통법 (2015년 8월 기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나오는 〈운전면허 취소 정지처분 기준〉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가 되는 기준은 ▲혈중 알콜농도 0.05% 이상 마시고 운전하다가 인명사고를 내거나 ▲만취 상태(혈중 알콜농도 0.1% 이상)에서 운전 ▲2회 이상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이다.

그런데 음주측정 거부는 기본이 '면허취소'이다. 일단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음주 수치(혈중 알콜농도 0.1% 이상)를 기준으로 행정처분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경찰의 정당한 음주측정을 계속 거절했다면 소량의 술을 마셨더라도 일단은 '혈중 알콜농도 0.1% 이상의 주취상태'로 취급된다는 말이다. 음주운전을 한 경우 행정심판을 통해 어느 정도 구제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음주측정 거부는 그것도 힘들다고 봐야 한다. 자칫하면 적게 마시고도 많이 마신 사람 못지않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음주측정 거부가 음주운전보다 유리할 게 하나도 없다. 사례 속 A씨는 도로교통법상의 음주측정 거부로 넉 달 동안 교도소 신세를 져야 했다. 음주 전과가 있는데다 음주측정 거부가 겹쳤으니 아무런 사고를 내지 않고도 중형을 받게 된 것이다. 참고로, 혈중알콜농도는 같은 주량에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오니 소주 몇 잔까지는 괜찮다는 말도 믿을 것이 못된다. 그저 술을 마셨으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