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세포

비만세포

다른 표기 언어 mast cell , 肥滿細胞 동의어 튀는 지뢰

비만세포는 온몸에, 특히 피부나 내장을 둘러싸고 있는 결합조직에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염색법으로는 핵만 염색될 뿐이어서 이 세포의 존재는 확인하기 어렵다. 마치 투명인간 같다. 이 투명한 세포를 보라색으로 화려하게 염색해서 처음으로 그 존재를 확인한 사람은 독일의 의학자 파울 에를리히(1877)였다.(사진 1) 아닐린 색소의 염색성질을 조사하고 있던 23세의 에를리히는 트루이딘블루(Truidin blue) 같은 염기성 색소에 염색되는 과립으로 가득 찬 세포를 발견하고 Mastzellen(mast cel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사진 2). Mast는 '통통하게 살이 찐'이라는 의미의 독일어로 '비만세포'라고 번역된다. 이 세포는 육체적 비만과는 관계가 없지만, 자주 오해를 받는다고 한다.

〈사진 1〉 파울 에를리히(1854~1915)
〈사진 1〉 파울 에를리히(1854~1915)
〈사진 2〉 쥐의 비만세포
〈사진 2〉 쥐의 비만세포

한편, '염기성 색소에 염색된다'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색소 안의 유리기(遊離基, Free redical)가 산성인가 또는 염기성인가에 따라 색소를 분류한 사람은 에를리히였다. 그는 다양한 색소로 백혈구를 염색하여 호산구(好酸球, 산성색소에 염색되는 것), 호염기구(好鹽基球, 염기성색소에 염색되는 것), 호중구(好中球, 산성과 염기성 색소에 모두 염색되는 것)로 구별함으로써 혈액학의 기초를 구축했다.

색소와 세포내 물질의 특이한 친화성은 평생 에를리히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세균이나 스피로헤타(spirochetes)에 특이하게 결합하여 그 활성을 봉쇄하는 화학물질은 없을까?"

이런 아이디어가 매독의 특효약인 살바르산(Salvarsan)의 발견과 면역반응의 원리[측쇄설(側鎖說), 곁사슬이론]에 대한 착상으로 발전한다. 이런 이유에서 비만세포는 화학요법의 아버지이며 면역학의 선구자인 에를리히의 연구성과를 높여준 기념할 만한 세포였다.

한편,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비만세포에는 검고 큰 과립이 가득 채워져 있다(사진 3). 이 비만세포의 과립에 혈액응고를 방지하는 헤파린(heparin)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다. 헤파린은 소의 간장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간장을 뜻하는 라틴어 '헤파르'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후에 소 간장의 결합조직에 비만세포가 많다는 것이 판명되면서 그 헤파린의 유래를 납득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3〉 쥐의 비만세포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 ×7500
〈사진 3〉 쥐의 비만세포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 ×7500

비만세포는 헤파린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점액성물질[글리코사미노글리칸, Glycosaminoglycan(GAG)]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물질들은 황산기(黃酸基)나 카르복실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한 산성을 띤다. 그리고 염기성 색소에 잘 염색된다.

그 후, 비만세포의 과립이 히스타민[쥐의 경우에는 세로토닌(Serotonin)도]을 포함, 화분증(花粉症, 꽃가루 알레르기) 등의 알레르기 반응, 진마진(피부 습진), 벌레에게 물렸을 때에 헤파린과 함께 방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인 이시자카 기미시게(石坂公成)와 이시자카 데루코(石板照子) 부부(1996)가 발견한 면역글로불린(EIgE)이, 이 세포의 표면에 부착해 있는데 거기에 꽃가루 등의 알레르기 물질(알레르겐)이 결합하면 이 세포가 흥분해 과립을 방출, 히스타민을 뿌린다. 히스타민은 혈관 안의 수분을 이끌어내어 부종을 일으키고 신경을 자극해서 가려움을 유발한다.

쥐의 복강에는 비만세포가 많이 떠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 세포를 실험할 때에는 쥐가 자주 이용된다. 복수(腹水)를 슬라이드글라스 위에 떨어뜨리고 알레르겐이나 알칼로이드 등 히스타민 유리작용이 있는 물질을 투여하면 비만세포가 과립을 방출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사진 4).

〈사진 4〉 쥐의 복강에서 모은 비만세포에 히스타민 유리제(遊離劑)를 투여하고 5분 뒤에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 ×3600
〈사진 4〉 쥐의 복강에서 모은 비만세포에 히스타민 유리제(遊離劑)를 투여하고 5분 뒤에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 ×3600

이러한 물질들에 의해 비만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우선 세포 주위의 칼슘이온이 세포 안에 갇히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과립 방출 반응이 진행된다. 이것은 뉴런과도 공통되는 현상이다. 최근 일본의 해부학자 사토(佐藤, 2000)는 세포 안의 칼슘이온을 아름답게 염색해서 이온의 움직임과 과립 방출의 시간적인 관계를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제시했다(사진 5). 하지만 아토피 피부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코의 점막 등에서의 실험에서는 이 같은 폭발적인 과립 방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런 상태에서의 비만세포 반응에 대해서는 이론만 앞서 있을 뿐 관찰은 뒤쳐져 있다.

〈사진 5〉 쥐 복강의 비만세포에 히스타민 유리제를 투여하고, 고성능 레이저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 ×700
〈사진 5〉 쥐 복강의 비만세포에 히스타민 유리제를 투여하고, 고성능 레이저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 ×700

비만세포는 신경아민을 분비하고, 분비과립의 형성이나 방출 과정도 뉴런과 비슷하기 때문에 한때는 신경성 세포가 결합조직으로 잘못 들어간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일본의 오사카 대학 교수였던 기타무라 유키히코(北村幸彥, 1977)는 이식실험을 통하여 골수 줄기세포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