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근무력증

중증 근무력증

[ myasthenia gravis ]

요약 신경근육접합부의 신경 전달 장애에 의해 발생하며 변동성 근력약화 및 근육의 피로감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병
진료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소아재활의학과
관련 신체기관 근육

정의

신경근육접합부(neuromuscular junction)는 말초신경의 신경말단(nerve ending)과 근육섬유의 종판(end plate)으로 구성된 생리학적 구조이며, 말초신경에서 생성 및 전도되어 신경말단에 도달한 활동 전위가 근육섬유(근육세포)로 전달되는 부위이다. 신경근육접합부에 발생하는 질병 중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증 근무력증이다. 특징적인 증상은 변동성 근력 약화와 근육의 피로감인데, 이는 신경근육접합부에서 아세틸콜린 수용체(acetylcholine receptor)의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4.5명 정도로 추정되며, 남자보다 여자에게 좀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연령대는 여자의 경우가 더 낮다. 과거에는 중증 근무력증이 진행되면서 호흡근 마비가 발생하여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지만, 효과적인 약물의 개발을 통하여 사망률이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원인

중증 근무력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발병 기전은 항체매개 자가면역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즉, 신경이 근육에 연결되는 부위인 신경근육접합부에서 근육의 표면에 존재하는 아세틸콜린 수용체(acetylcholine receptor)에 대한 항체가 체내에서 생성되는데, 이 항체가 수용체에 결합하여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므로 신경근육접합부의 기능이 저하되는 메커니즘이 알려져 있다.

중증 근무력증 환자의 신경근육접합부를 전자현미경으로 조사해보면 근육의 종판(end plate)에 있는 연접주름이 단순하고 납작하게 변해 있으며,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숫자도 감소해 있다. 신경근육접합부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자가항체가 만들어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증상

중증 근무력증의 기본 임상증상은 근력 약화와 근육 피로이다. 근력 약화는 피곤하면 심해지기 때문에 대개 아침에는 증상이 경미하다가 오후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잠시 쉬거나 잠을 자면 좋아진다.

중증 근무력증의 임상 경과는 매우 다양한데 특히 발병 초기의 몇 년 동안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된다.

특별한 면역치료를 하지 않아도 경과가 호전되는 환자 중에는 드물게 자연적으로 완전히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시적인 호전에 불과하고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또한 중증 근무력증은 감염증과 같이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의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어 호흡마비가 발생하는 위기(crisis)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중증 근무력증에서는 근력 약화가 나타나는 부위의 분포 역시 특징적이다. 주로 뇌신경의 지배를 받는 근육에서 근력 약화가 나타나며, 특히 눈꺼풀이나 눈바깥근육의 근력 약화에 의한 눈꺼풀처짐(안검하수)과 복시(겹쳐 보임)가 발병 초기에 흔히 나타난다. 얼굴근력약화, 씹기근력약화, 숨뇌근육근력약화에 의한 콧소리, 발음곤란, 삼키기 곤란(연하곤란) 등이 흔한 증상이다.

중증 근무력증 환자 중에서 약 15%는 눈꺼풀처짐과 겹보임 등 눈 증상만 장기간 지속되는데 이를 안구형 중증 근무력증(ocular myasthenia gravis)이라고 한다. 중증 근무력증 환자의 85%는 초기 증상이 눈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 같지만, 이는 사실 전신형 증상이며 결국에는 다른 부위의 근육까지도 침범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2년 이상 눈 증상만 지속될 경우에는 전신형으로 이행되지 않는 편이다.

팔다리 근육의 근력 약화는 대개 비대칭적이고 몸쪽 근육의 근력 약화로 나타난다. 근력 약화가 매우 심해지면 호흡마비로 이어져 보조적인 인공호흡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진단/검사

중증 근무력증은 감각 장애나 다른 신경학적 장애가 없는 근력 약화와 근육 피로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근력 약화 발생 부위 및 건반사의 보존 등 특징적인 임상 양상을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보다 정밀한 진단을 위하여 항콜린에스터레이스 검사를 시행하거나, 전기진단검사로 반복신경자극검사(repetitive nerve stimulation test)와 단일 섬유 근전도(single fiber EMG)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그리고 약 75%의 환자에서 가슴샘(흉선; thymus)에 이상 증상이 관찰되므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가슴 CT)이 필요하다. 만일 40세 이상의 중증 근무력증 환자에서 가슴 CT상 가슴샘이 관찰된다면 흉선종양을 의심해야 하며 수술적 절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

중증 근무력증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완전히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 경과 및 결과가 좋다. 치료 방법으로는 항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즈(항AChE)의 투여, 면역요법, 가슴샘절제술, 혈장분리교환술,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 등이 있다. 항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즈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으면서 거의 모든 중증 근무력증 환자에게서 부분적이나마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고 일부 환자는 단독 요법으로도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될 수 있다.

따라서 항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즈는 진단 후 가장 먼저 선택하는 약제이다. 현재 국내에는 항콜린에스터레이즈인 피리도스티그민(pyridostigmine)을 원료로 하는 약품이 시판되고 있다. 피리도스티그민을 과량 투여할 때 설사, 복통, 침분비 과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가슴샘절제술은 가슴CT에서 흉선종이 발견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흉선종은 대부분 양성 종양이지만 성인에서 발견되는 흉선종의 일부는 악성일 수 있기 때문에 중증 근무력증 동반 여부와 무관하게 대부분 제거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흉선종 제거 후 중증 근무력증은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 지난 후에 호전되는 경과를 보이는데, 많은 수의 환자가 흉선종 제거 후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흉선종이 보이지 않는 환자, 소아 환자 및 안구형 중증 근무력증에서는 흉선종 제거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가슴샘절제술은 발견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중증 근무력증의 면역요법으로 흔히 사용하는 것은 스테로이드와 아자치오프린(azathioprine)이지만 다른 종류의 면역억제제도 효과가 있다. 중증 근무력증 위기 등 빠른 증상 호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혈장분리교환술이나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 등을 사용한다.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는 투여 시작 후 수개월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지만 저용량 지속요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스테로이드 고용량 치료는 치료 시작 직후 일시적인 증상 악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입원 치료가 필수적이다. 중증 근무력증의 임상 증상은 스테로이드 치료에 의해 대부분 어느 정도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다.

경과/합병증

과거에는 중증 근무력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약의 개발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환자가 정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중증 근무력증은 전신적인 질환 및 수술로 인해 갑작스럽게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환자는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치료 약물에 의한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

예방방법

특별한 예방방법은 없다.

식이요법/생활가이드

중증 근무력증 환자가 신경근육접합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할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아미노글리코사이드(aminoglycoside) 계열의 항생제와 몇 가지 부정맥 치료 약물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면역요법 등으로 증상이 잘 조절되는 중증 근무력증 환자의 경우에는 실제로 임상에서 이러한 약물을 병용하여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증 근무력증 환자가 임신을 할 경우 약 1/3에서 증상이 악화되고(임신 말기에는 다시 호전된다), 1/3은 변화가 없으며, 나머지 1/3에서는 증상이 호전된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태아 및 산모 모두에게 안전한 치료법은 피리도스티그민을 이용한 약물요법과 혈장분리교환술이다. 환자의 대부분은 출산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출산 후 중증 근무력증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고 태아에서 일시적인 신생아근육무력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경과 의사의 자문이 가능한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