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어린 왕자

구분 문학작품
저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6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나는 어린 왕자를 만났다. 처음에 그는 나에게 양의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또한 전에 그린 보아뱀의 그림을 이해했다. 양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귀찮아 상자의 그림을 그렸더니 의외로 만족해했다. 상자 안에 양이 있다는 것이다. 이 어린 왕자는 집채만한 별에서 왔는데, 그 별의 이름은 Β-612였다. 언제나 숫자를 좋아하는 어른들이 붙인 이름이다. 그렇지만 인생을 이해하는 이들은 숫자 같은 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여섯 해 후에 그를 잊지 않기 위해 다시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추락 사흘째 되는 날, 나는 바오밥나무에 관해 말했다. 바오밥나무는 성당만큼이나 커서 아마 코끼리 한 무리도 그 나무를 당해 낼 수 없을 것이라 하자, 그는 바오밥나무도 어릴 땐 조그맣게 나온다는 이야길 한다. 나흘째 되던 날 그는 말했다. "해지는 걸 구경하러 가. 난 쓸쓸할 때 해지는걸 보고 싶어.” 나는 해가 지기를 기다리자고 했으나 그는 내 말을 이상스럽게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가 살던 별은 너무 작아서 의자만 몇 발자국 뒤로 물리면 해가 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하루에 마흔세 번이나 구경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아주 소박한 꽃이 있었다. 그는 그 꽃을 주의해서 살펴보았는데, 그 꽃은 겸손하지도 않고 자기의 가시 네 개로 호랑이 발톱을 당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렸다. 그래서 왕자는 괴로움을 당했다. 별을 떠나던 날 아침 그는 자기의 별을 깨끗이 챙겨 놓았다. 꽃에 고깔을 씌워 주려고 했을 때도 그 꽃은 자기의 우는 꼴을 보이지 않으려 거만하게 굴었다. 어린 왕자는 일거리도 구하고, 무엇을 배우기도 할 목적으로 여러 소혹성을 찾아 길을 나섰다.

첫 번째 별은 전체가 수달피로 덮여 있었는데, 거기의 임금은 모든 별을 다스리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치에 맞는 명령만을 내릴 수가 있었다. 두 번째 별엔 허영쟁이가 있어서 어린 왕자가 자기를 숭배하러 온 줄로 알고 있었다. 혼자밖에 살지 않는 별에서 자기가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받기를 원했다. 다음 별에는 술고래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술 마시는 것이 창피해서 창피한 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했다. 네 번째 별엔 상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별을 세고 있었는데 별이 모두 그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가지는 데 의의가 있다고······. 다섯 번째는 아주 작은 별이라서 가로등 하나와 점등인만을 허용하는 자리가 있을 뿐이었다. 지금까지의 별 중에서 가장 머물고 싶었던 별이었다. 그 별을 떠나는 것이 슬펐으나 자기가 머물 만한 공간이 없었다. 여섯 번째 별은 아주 컸지만, 단지 서재에서 탐험가들의 이야기와 증거로서만 지리학을 하는 늙은 학자가 있었다.

일곱 번째가 지구였다. 처음 만난 것은 노란 뱀이었다. 뱀은 그곳이 사하라 사막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사막을 가로질러 높은 산에 올라 보았지만 메아리밖에 없었다. 어린 왕자는 오랫동안 모래와 바위와 눈 위로 이리저리 헤매다가 길을 하나 찾게 되었다. 그 길의 끝에는 정원이 있고, 자기 것과 비슷한 수천의 꽃이 있었다. 길을 걷다가 어린 왕자는 어느 역에 다다랐다. 특급열차를 타고 오가는 이들을 보았다. 인간들은 특급열차를 타고 가긴 하지만 무엇을 찾아가는지 모른다. 다만 애들만이 자기네들이 찾는 것을 알고 있다. 애들은 인형을 찾느라고 두 시간을 보내고, 그래서 인형은 중요한 게 된다.

추락한 지 여드레 째 되는 날 물이 떨어졌다. 어린 왕자와 함께 샘을 찾아 나섰다. 별들이 보였다. "별은 보이지 않는 꽃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이 말을 듣고 나는 이 모래의 신비로운 빛남을 이해하게 되었다. 왕자는 잠이 들었다. 잠든 왕자가 내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이 애가 꽃 하나에 충실한 것 때문이었으리라. 지구에 떨어진 지 돌이 되던 날. 그는 우물가의 벽에 올라앉아 노란 뱀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돌아갈 것이라고 쓸쓸히 말했다. "내 별이 작아 보여줄 수는 없어. 모든 별을 봐. 그 중의 어느 하나에서 내가 웃고 있겠지. 그러면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웃는 것같이 보이겠지. 결국 아저씨는 웃는 줄 아는 별을 가진 거야.” 여섯 해 후인 지금, 나는 갑자기 어린 왕자에게 그려준 굴레에 가죽끈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만일 그 양이 꽃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에 따라 온통 천지는 달라진다. 그러나 어른은 그 중요함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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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표지

의 표지 출처: 세계문학사 작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