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꽃가루를 퍼트렸을까?

누가 꽃가루를 퍼트렸을까?

요약 식물이 생식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동물을 이용하기도 하고, 바람을 이용하기도 하고, 스스로 씨앗을 퍼트리는 식물도 있습니다.


 
꽃 피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미 어느 지역에서는 벚꽃이 개화하기도 했습니다. 겨울 동안 잎이 다 떨어져 앙상했던 나무에도 하나둘 꽃이 피면 그렇게 화사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봄이 되면 '화분증'이라 불리는 국민병이 유행합니다.
화분증은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말하는데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꽃망울이 터지면서 날아오는 작은 꽃가루를 들이마셨을 때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증세가 심각한 경우에는 단순히 재채기로 끝나지 않고 피부염과 천식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수도 도쿄의 경우 2명 중 1명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는 조사가 있는데요다. 보통 2월부터 4월까지는 공기중 삼나무 꽃가루가 날리고 3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는 편백 꽃가루가 날립니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국가 재건에 필요한 목재를 얻기 위해  비교적 빨리 자라는 삼나무와 편백을 전국적으로 심었는데요. 십여 년 후 이 나무들은 국민의 반이 고생하는 알레르기의 주범이 되어버렸습니다.
나무를 모두 베어버릴 순  없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에 도착하면 입었던 옷을 잘 털어서 보관하고, 집 곳곳의 먼지를 잘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알레르기로 고생하는데요.
도시의 열섬현상이 대표적으로 알레르기를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기후 환경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는데요. 꽃가루는 너무 작아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날릴 때는 서로 뭉쳐져서 먼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눈에 잘 안 보인다고는 하지만 공기중에 분명 날아다니고 있으니, 식물의 생식이 활발한 시기에는 알레르기 예방에 주의해야 합니다.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는 곧 나무들의 수분이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수분은 나무의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것으로, 흔히 꽃가루받이라고 표현합니다. 한 장소에 고정되어 자라는 나무들은 다음 세대를 남기기 위해 최대한 널리 꽃가루를 퍼트리려고 합니다.
 
 
꽃나무를 예로 들자면, 누가 꽃가루를 옮기느야에 따라  충매화, 풍매화, 수매화, 조매화 등으로 나뉩니다. 충매화는 꽃가루 이동에 곤충을 이용하는 꽃입니다. 꽃은 향기, 색깔, 독특한 모양으로 곤충을 유혹하고 곤충은 꽃샘에 있는 꿀(화밀)을 먹습니다. 꿀을 먹으며 몸통과 다리에 붙은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가서 옮겨놓게 되는 것입니다. 충매화는 대부분 꽃잎이 크고 화려합니다. 꽃잎이 작으면 뭉치로 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충매화로는 장미, 튤립, 호박, 개나리, 벚나무, 무궁화 등이 있습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속씨식물에는 충매화가 많습니다. 속씨식물과 곤충이 함께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삼나무


 풍매화는 바람을 이용해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겉씨식물인 소나무, 삼나무 등이 바람에게 꽃가루를 맡깁니다. 풍매화는 꽃이 아주 작거나 없고, 향기와 꿀도 없습니다. 굳이 곤충이나 새를 끌어당길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많은 수의 꽃가루를 생성합니다. 바람에 잘 날릴 수 있도록 수술은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으며 암술은 큰 깃털 모양으로 날아오는 꽃가루를 쉽게 잡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동백꽃


조매화는 새가 꽃가루를 옮겨주는 꽃을 말합니다. 조는 새가 눈으로 보고 이끌리기 쉽도록 꽃이 대부분 크고 화려합니다. 충매화와 달리 향기는 없지만 크고 단단한 꽃을 자랑합니다. 새가 화밀과 꽃가루를 빨아들일 수 있도록 부리와 솔 그리고 긴 통처럼 생긴 혀의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열대지방의 꽃인 바나나, 파인애플 등이 조매화로 진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꽃 중에서는 동백꽃이 조매화에 해당합니다. 동백꽃의 꽃가루받이를 돕는 새는 '동박새'입니다. 동백 새는 작은 벌도 잡아먹고 살지만, 동백꽃의 꿀과 열매도 먹고 살기 때문에 둘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매화는 꽃가루가 물의 흐름을 타고 암술에 도달하는 꽃입니다. 주로 강과 개천에 사는 식물들이 물의 도움을 받아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물의 표면을 따라 떠다니다 암술머리에 닿게 되며, 일부는 암술이 수중에 있어 꽃가루가 안으로 들어가 수분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수매화의 꽃가루는 보통 기다란 끈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어 물속을 떠다니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수련, 물수세미, 민나자스말, 검정말, 나사말이 수매화입니다.
 
벌과 곤충의 수가 줄어들고 수목 플랜트가 늘어나며 이제는 인공가루받이로 직접 꽃가루받이를 하는 형태가 많아졌습니다. 곤충과 새와 물과 바람과 나무들이 상부상조하며 이루던 일들에 인간이 개입하게 되면서 식물 생태계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인간이 필요로 하고 선호하는 식물의 수는 늘고 그렇지 않은 식물의 수는 줄었을 것입니다. 그로 인한 결과는 인간의 과업으로 남았습니다.
 
얼마 전 호주에서는 꽃가루받이 로봇을 도입해 토마토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꽃가루받이가 준비된 꽃을 찾아내고 벌들이 꽃가루받이하는 것을 흉내 내 꽃을 진동시키는 공기 펄스를 쏘아 보내는 로봇을 개발한 것입니다
 
 

 
 
식물은 꽃가루 외에도 씨앗이 멀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세웁니다. 씨앗이 들어 있는 열매에 과육을 만들어 포유류나 조류가 가져다가 먹게 합니다. 열매를 먹은 동물은 돌아다니면서 배설물을 남기고, 소화되지 않은 씨앗이 배설물과 함께 밖으로 나와 자라게 됩니다. 배설물은 씨앗이 자라는데 훌륭한 거름입니다. 다람쥐와 청설모는 밤, , 도토리 등을 먹고 남은 열매를 추운 겨울을 대비해 땅속에 묻어둡니다. 묻어둔 채 깜빡 잊은 열매들은 다음 해 봄에 새싹을 틔웁니다. 열매가 맛이 없다면 동물의 몸에 붙어서 이동하기도 합니다. 바람과 물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민들레는 씨앗에 털이나 날개를 만들어 바람에 날려 보내고, 연꽃은 열매에 공기주머니를 만들어 물에 뜰 수 있게 합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들이나 물 근처에 사는 식물들은 이런 방법을 씁니다. 스스로 씨앗을 퍼트리는 식물도 있습니다. 콩과식물과 봉선화는 열매를 가마고 있는 꼬투리에 씨앗이 들어 있다가 꼬투리가 터지면서 씨앗도 멀리까지 튕겨 나가게 합니다.
 
 
이렇게 식물은 움직이지 않고도 동물과 자연환경을 이용해 자손을 퍼트립니다. 어쩌면 식물의 생식을 위해 동물과 자연이 움직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먹이사슬 맨 위에 인간이 있는 그림은 인간의 관점에서만 옳은 그림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