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리쓰린

파이리쓰린

[ pyrethrin ]

파이리쓰린(pyrethrin)은 국화과 쑥국화속에 속하는 제충국(除蟲菊, Tanacetum cinerariifolium)이라는 식물에서 추출된 천연물이다. 피레트린, 피레쓰린 등으로도 불리는데, 살충 효과가 있어 천연 살충제로 많이 쓰인다.

파이리쓰린을 생성하는 제충국(除蟲菊; Tanacetum cinerariifolium) ()

파이리쓰린(pyrethrin) I과 II의 화학 구조 (출처: 대한화학회)

목차

파이리쓰린의 발견과 역사

국화속(Chrysanthemum) 또는 쑥국화속(Tanacetum) 식물의 살충 효과는 중세 이전부터 중국, 페르시아, 크로아티아 서남부 달마티아 지역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이 중에서 특히 살충 효과가 강한 식물이 제충국(Tanacetum cinerariifolium; Chrysanthemum cinerariifolium)이며, 이들 꽃잎을 말린 가루에서 얻어지는 천연 살충제를 파이리쓰럼(pyrethrum)이라 하였다. 말린 제충국 꽃잎 분말로부터 약 1.5%의 유효 성분을 얻을 수 있다.

19세기 중엽부터 제충국의 수요는 유럽,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 일본, 케냐, 르완다, 탄자니아, 중국, 파푸아 뉴기니아 등, 기후 환경이 적합한 세계 각지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1938년 전 세계 공급량의 70%에 해당하는 13,000톤의 파이리쓰럼이 일본에서 생산되었고, 1965년 파이리쓰린 계열 합성 유사체가 시장에 나오게 되서야 파이리쓰럼의 연 생산량이 1,000톤 규모로 줄어들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케냐가 전 세계 파이리쓰럼 공급량의 약 70%를 생산하고 있으며 그 생산량도 많이 늘어서 1975년 기준 23,000톤이 생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파이리쓰린의 작용 메커니즘

파이리쓰린은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하여 살충 효과를 일으킨다. 파이리쓰린 계열 화합물은 곤충 신경계의 전압-게이트 소듐 채널의 알파-서브유닛에 있는 수용체에 달라붙어 소듐 채널을 계속 열려있는 상태로 만듦으로써 곤충을 마비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1)

파이리쓰린의 종류

제충국(除蟲菊, Tanacetum cinerariifolium)에서 추출되는 살충 성분은 6종이 알려져 있다. 이 화합물들은 모두 사이클로프로페인카복실기(cyclopropanecarboxylate)가 치환된 사이클로헥센온(cyclohexenone) 구조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파이리쓰린 I 처럼 사이클로프로페인기에 아이소뷰테닐(isobutenyl)기가 달려있는 시네린 I (cinerin I), 자스몰린 I (jasmolin I)을 파이리쓰린 I 계열이라 하고, 아이소뷰테닐기의 메틸기 대신 메틸에스터기가 달려있는 파이리쓰린 II, 시네린 II, 자스몰린 II를 파이리쓰린 II 계열로 분류한다.

제충국 추출물에서 이들 6가지 화합물이 차지하는 상대적인 함량, 그리고 모기에 대한 각 화합물의 살충 효과를 나타낸 표가 아래 그림과 같다. 이들 성분 중에 가장 함량이 많은 것이 파이리쓰린 I(38%)과 II(35%)이며, 살충 효능은 파이리쓰린 I이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2)

천연 파이리쓰린의 종류 및 상대적 함량(%) 및 살충 효능. KD50은 30분 경과 후 모기 개체수의 50%가 넉다운(knockdown)되는 농도(μg/마리)를 말하며, LD50는 24시간 경과 후 모기 개체수의 50%가 죽는 농도(μg/마리)를 말한다. (출처: 대한화학회)

파이리쓰린의 사용

제충국 가루로 만든 모기향은 약 1890년대부터 사용되었다. 1955년 경부터는 파이리쓰린계 성분 중의 하나인 시네린 I(cinerin I)의 구조와 유사한 합성 화합물인 알레쓰린(allethrin)으로 대체되었다. 알레쓰린은 파이리쓰린에서 최소의 골격 구조만 취하여 합성한 파이리쓰린 유사체이다. 합성 효율과 경제성을 위해 입체 선택성을 무시하여 합성하기 때문에 다양한 입체이성질체의 혼합물이다.

알레쓰린 I과 II의 구조 (출처: 대한화학회)

파이리쓰린류의 화합물은 곤충의 신경계통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사람이나 동물에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어서, 스프레이 형태의 살충제 뿐만 아니라 낮은 농도에서 몸에 바르거나 뿌리는 방충제(insect repellant)로도 많이 쓰인다.

파이리쓰린의 독성

파이리쓰린은 다른 살충제에 비해 비교적 인체 독성이 적고, 자연 환경 조건에서도 쉽게 분해되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호흡기 또는 피부를 통해 장기간 노출되거나 흡수되었을 때, 가려움 등의 알러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고농도의 파이리쓰린에 노출되면 기침, 콧물, 코막힘, 두통, 복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참고 문헌

1. Hirata, K. J. Pestic. Sci. 2016, 41, 87-94.
2. Kawamoto, M.; Moriyama, M.; Ashida, Y.; Matsuo, N.; Tanabe, Y. J. Org. Chem. 2020, 85, 2984-2999.

동의어

파이리쓰린, 피레쓰린, 피레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