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스병

그레이브스병

[ Graves’ disease ]

우리 목에는 갑상선이란 내분비기관이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 면역계의 이상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자가면역성 질환을 말한다. 이 질환은 갑상선 항진증으로 나타나며 2013년 대한갑상선학회지 보고에 의하면 대한민국 연간발생률은 인구 1,000명당 0.72명(남자 0.40명, 여자 1.03명)이었고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3.40명(남자 2.09명, 여자 4.70명)이었으며 환자의 연령대는 남녀 모두 45~49세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레이브스병에 걸린 유명인으로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부시(George H.W. Bush)와 그의 부인 바바라 여사(Barbara Bush)가 있다. 우리 몸의 여러 생리기관중 내분비기관에 대한 연구는 1800년대 중반 유럽에서 시작되었는데 여러 환자증례가 모이면서 최종진단명으로 확정된 그레이브스병은 병태생리, 진단법, 치료법이 확립되면서 현재는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되었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이 정상보다 커지고 안구가 튀어나오는 특징이 있다 ()

목차

의사학적 고찰

궁형(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을 당하면 몸에 이상한 변화가 온다는 것이 이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러한 내분비적 현상에 대한 규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근대에 해부학(관념에 머물던 의학연구가 해부를 통해 생리와 병리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학문)이 발달하면서부터이다. 당시 간(liver)과 혈당의 관계, 부신을 제거한 동물의 급사가 건강한 동물의 혈액주입을 통해 지연되는 현상 등 다양한 내분비적 연구가 행해졌는데 특히 갑상선(thyroid)이란 용어는 영국의 와튼(Thomas Wharton)이 17세기에 처음 명명하였고 직사각형 모양의 방패(oblong shield)를 의미하는 희랍어 thyreos에서 따왔다. 갑상선의 기능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19세기 들어 점액부종[갑상선 기능저하에 의한 비함요부종(nonpitting edema)]을 갑상선 추출물(thyroid extracts)을 주입해 치료한 영국의 머레이(George Murray) 등에 의해 대사의 조절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갑상선이 커지고 눈이 돌출되며 빈맥을 보이는 특이한 증례가 영국의 패리(Caleb Hillier Parry), 이탈리아의 플라자니(Giuseppe Flajani), 독일의 바세도우(Adolph von Basedow), 영국의 그레이브스(Robert James Graves) 등에 의해 보고되었는데 최종적으로는 1833년 논문으로 출간한 그레이브스의 이름을 딴 그레이브스병으로 의학계에서 통용되게 되었다. 당시 이 병은 빈맥과 관련된 심장의 이상으로 생각되었지만 1880년 독일의사인 렌(Ludwig Rehn)이 갑상선 절제를 통해 이 병의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보이면서 갑상선 질환으로 확정이 되었다. 이후 핵의학, 생화학 등의 발달에 힘입어 방사선 요오드요법, 약물요법도 개발되어 최근까지 사용되고 있다.

안구돌출, 갑상선비대, 빈맥을 보이는 환자 증례를 논문으로 처음 출간하여 그레이브스병의 원조가 된 영국의사 그레이브스의 초상화 (출처: )

병태생리

현미경으로 확인되는 갑상선의 조직구조는 입방형 상피세포(cuboidal epithelial cells)에 둘러싸인 다수의 주머니모양 여포(follicle)로 여포 내에는 호르몬이 교질(colloid) 상태(고분자 입자들이 서로 응집되지 않고 이루는 안정한 혼합액)로 존재한다. 몸의 에너지 요구도가 높아지면 뇌 속의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thyroid stimulating hormone; TSH)이 분비되는데 TSH는 갑상선 여포상피세포의 표면에 있는 갑상선자극호르몬수용체(TSH receptor)와 결합하여 갑상선호르몬 생산을 늘리게 된다. 그레이브스병은 일종의 갑상선항진증으로 1962년도 뉴질랜드의 아담(DD Adams)에 의해 환자들의 혈액 속에 TSH와 같은 효과를 가지는 성분이 발견되었고 초기에는 LATS(long-acting thyroid stimulator)로 명명되었다가 이후 TSI(thyroid- stimulating immunoglobulin)로 개명되었다. 현미경상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갑상선 조직구조를 보면 정상에서 보이는 여포구조가 무너져 있고 여포상피세포의 배열도 정상과 달리 분포한다.

진단

지속적으로 빈맥(분당 맥박수가 100 이상), 손 떨림, 더위 못 참음(겨울에도 선풍기를 틀 정도), 잦은 설사, 체중감소 등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병원에서는 혈액을 채취하여 갑상선 관련 수치를 파악하고 초음파를 통해 갑상선의 크기나 상태를 파악하여 진단을 하게 된다. 이 질환의 특징 중 하나인 안구돌출은 비가역적 소견으로 치료가 되어도 원래대로 회복이 되지 않는데 과거에 비해 진단법이 잘 확립되어 있고 의료보급률이 높아져 안구돌출을 보일 때까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혈액 속의 갑상선 지표에는 갑상선 호르몬인 T3(triiodothyronine), T4(thyroxine), 유리형 T4(free thyroxine)과 갑상선 자극호르몬(TSH), 갑상선자극면역글로불린(TSI)이 있고 유리형 T4 증가, 갑상선 자극호르몬 감소, 갑상선자극면역글로불린 증가의 소견과 함께 초음파상 갑상선 비대가 있으면 그레이브스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초음파로 목에 위치한 갑상선을 검사하는 모습 (출처: gettyimage)

치료

가장 먼저 시도되었고 19세기 중반부터 시행된 갑상선절제술은 그레이브스병의 증상을 개선시켰지만 갑상선호르몬이 전혀 나오지 않게 되어 오히려 점액부종과 같은 갑상선저하증의 부작용이 발생되었다. 수술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는 방사성요오드치료도 핵의학의 발달과 함께 도입되었는데 갑상선호르몬의 원료가 요오드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방사성동위원소(원자번호는 같고 질량수는 다른 원소) 요오드를 환자에 투입하여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하는 상피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요법의 경우 20세기 들면서 치료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들이 탐색되었는데 시안화물, 티오시안산염, 설폰아미드는 별로 효과가 없었고 1943년 미국의 애쉬우드(Astwood)에 의해 티오우라실(thiouracil)의 약효가 밝혀지면서 전기를 맞게 되었다. 이후 카비마졸(Carbimazole), 메시마졸(methimazole)과 같은 개량된 약제가 개발되어 현재 1차적으로 환자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그레이브스병 환자는 요오드가 많이 함유된 해초, 김 등의 음식을 제한해야 한다.

집필

김우진/제주한라병원

감수

이원식/성균관대학교

참고문헌

  1. Seo, G.H., Kim, S.W., and Chung, J.H. 2013. Incidence & prevalence of hyperthyroidism and preference for therapeutic modalities in Korea. J. Korean Thyroid Assoc. 6, 56–63.
  2. Ahmed, A.M. and Ahmed, N.H. 2005. History of disorders of thyroid dysfunction. East Mediterr. Health J. 11, 459–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