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구

호산구

[ eosinophil ]

선천면역(innate immunity) 또는 내재면역의 세포성 면역에 관여하는 네 가지 과립구 중 한 종류이다. 전형적인 골수-유래 백혈구 중 하나인 호산구는 혈액에서 국소조직으로 이동하며 산성염색약인 에오신으로 염색이 잘 되는 다량의 과립을 세포질(cytoplasm)에 지니고 있다. 핵산분해효소를 포함한 여러 생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과립을 방출하여 기생충 감염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만 상대적으로 포식능력은 크지 않다. 호염구(basophil) 및 비만세포와 더불어 알레르기성 천식에도 깊이 관여한다.

세포질에 연한 붉은색으로 염색된 과립이 가득한 호산구 광학현미경 사진 (출처: GettyImages)

목차

기원 및 발생

호산구는 1846년 영국의 생리학자인 Thomas Jones, 1874년 독일의 Heinrich Caro 등이 먼저 발견하였지만 에오신이나 그 외 산성 염색약에 염색이 잘되는 세포질 내의 과립에 천식이나 다양한 피부질환, 기생충 감염에 의한 반응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호산구는 모든 혈액세포의 줄기세포인 CD34+ 조혈모세포에서 분지된 골수계 전구세포에서 발생을 시작한다. 발생초기에 IL-3, GM-CSF, IL-5의 조절을 받으며 성숙한 호산구로 분화하지만 IL-5R의 발현과 함께 강력한 자극으로 작용하는 IL-5의 신호에 힘입어 골수에서 말초혈액으로 이동한다. 평상시라면 혈액 내의 호산구는 주화성 물질인 에오택신-1(eotaxin-1)을 따라 허파, 가슴샘, 자궁, 유선 및 위장관 등지로 이동하여 위치하며 이때 상피세포의 VCAM-1, MadCAM-1, ICAM-1 등의 인도를 받는다. 성숙한 호산구의 크기는 약 12-17 nm의 직경이며 핵의 모양은 잎이 여러 갈래로 뻗은 것 같은 분엽형이다.

호산성 과립의 구성물질

  • 호산구 양전하 단백질(ECP) 및 주요염기성단백질(MBP): 아르기닌과 아연이 풍부. 병원체의 큐티클이나 세포막에 구멍을 내거나 훼손
  • 호산구 과산화효소(EPO): H2O2, hypochlorous acid, superoxide 생성
  • 호산구-유래 신경독소(EDN)
  • DNA 내부핵산분해효소: 병원체 핵산 훼손
  • RNA 내부핵산분해효소: 바이러스 핵산 훼손
  • 그 외 인지질분해효소, 히스타민분해효소, 콜라겐분해효소, 베타글루코쿠로니다아제 등

기능과 역할

  • 호산구의 표면에는 면역글로불린G(immunoglobulin G; IgG), 면역글로불린E(immunoglobulin E; IgE), 면역글로불린A(immunoglobulin A; IgA), 면역글로불린M(immunoglobulin M; IgM) 등의 면역글로불린과 C4, C3b, C3d 등의 보체 단백질, GM-CSF, IL-3, IL-5 등의 사이토카인(cytokine), 그리고 CC 계열의 케모카인(chemokine)에 대한 수용체 단백질들이 발현되어 있어 매우 다채로운 면역반응(immune response)에 관여할 수 있다.
  • 호산구는 연충류 등의 기생충 감염 방어에 특화된 면역세포로 추정되며 항체 의존적 세포 매개 세포독성(antibody-dependent cellular cytotoxicity; ADCC) 능력과 탈과립을 일으켜 기생충을 직접적으로 훼손시킨다.
  • 과립의 성분인 양전하 단백질, 신경독소, RNA 분해효소 등은 단일가닥의 RNA 유전체를 지닌 바이러스들을 분해하여 감염 방어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호산구는 HIV-1의 주요 저장소이기도 하다.
  • 호산구는 자신의 베타2-인테그린(CD11b) 분자를 이용하여 진균의 세포벽에 부착한 다음 다양한 세포독성 단백질을 분비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 박테리아 감염을 인지하거나 염증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C5a 또는 CCR3 리간드 분자를 만나면 호산구는 자신의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DNA를 세포 밖으로 신속하게 분비하여 박테리아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는다. 이때 몇몇 과립 단백질들도 함께 작용하여 박테리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실애벌레 유충(filarifiorm larvae)의 침입에 맞서 호산구들이 매개하는 세포독성 작용 (출처: http://dx.doi.org/10.1590/S0036-46652010000400011)

기생충 표면의 화살표는 호산구의 과립 방출로 분비된 약리활성 물질이다 (라이트 염색, 400배율)

호산구의 면역병리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에 호산구가 주요 작동세포로서 관여하며 분화를 마친 성숙한 호산구의 이동 장소 중 한 곳이 허파인 것도 많이 알려져 있다. 천식 환자의 기관지폐포 세척액에서 발견되는 주요염기성단백질은 호흡기 상피세포를 훼손한다. 이 단백질은 평활근의 반응성을 간접적으로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비만세포나 호염구의 탈과립을 촉발하기도 한다. 비만세포나 호염구의 탈과립으로 분비되는 히스타민, 류코트리엔, 프로스타글란딘 등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점액분비를 증가시키며 기관지의 강한 수축을 일으키는 물질들로서 알레르기성 천식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관련용어

선천면역(innate immunity), 세포질(cytoplasm), 호염구(basophil),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 면역반응(immune response), 사이토카인(cytokine), 케모카인(chemokine), 면역글로불린G(immunoglobulin G; IgG), 면역글로불린E(immunoglobulin E; IgE), 면역글로불린A(immunoglobulin A; IgA), 면역글로불린M(immunoglobulin M; IgM), 항체 의존적 세포 매개 세포독성(antibody-dependent cellular cytotoxicity; ADCC),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집필

정용석/경희대학교

감수

이충호/동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