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염구

호염구

[ basophil ]

중성구, 호산구, 비만세포와 함께 선천면역(innate immunity) 또는 내재면역의 세포성 면역(cellular immunity)에 관여하는 네 가지 과립구 중 한 종류이다. 전형적인 골수-유래 백혈구 중 하나인 호염구는 골수(bone marrow)에서 발생한 후 혈액으로 이동하며 염기성 염색약인 메틸렌블루나 헤마톡실린으로 염색이 잘 되는 다량의 과립을 세포질(cytoplasm)에 지니고 있다. 혈액에서 발견되는 백혈구들 중 호염구의 수는 0.5-1%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소수이며 이렇다 할 포식능력도 없지만 히스타민 및 기타 단백질 방출에 따른 염증반응과 기생충 감염 방어에서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세포질에 짙푸른색으로 염색된 과립이 가득한 호염구. 라이트 염색 후 현미경(X500) (출처: GettyImages-1135186415)

목차

기원 및 발생

호염구는 1879년 독일의 미생물학자인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에 의해 알려졌다. 한해 전 체내 조직에서 염기성 염색약으로 염색되는 과립을 세포질에 가득 장착한 비만세포(mast cell) 연구로 박사학위논문을 출판했던 에를리히는 강력한 알레르기(allergy) 반응을 촉발하는 등 매우 비슷한 특성을 지닌 과립구(granulocyte)를 혈액에서 발견했다. 이 세포는 혈액비만세포라는 이름을 거쳐 호염구로 최종 명명되었다. 여타 다른 과립구들과 마찬가지로 호염구도 모든 혈액세포의 줄기세포인 CD34+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 HSC)에서 분지된 골수계 전구세포에서 발생을 시작한다. 발생초기에 CCAAT-인핸서결합단백질과 GATA-결합단백질 등의 영향으로 호염구-비만세포 전구세포로 분화되지만 호염구로서 분화하는 최종 단계는 IL-3와 TSLP(가슴샘 기저세포 림포포이에틴)이 완성한다. 호염구의 전반적인 발생과 분화는 골수에서 이루어지지만 일부는 비장을 거쳐 최종 분화를 마치기도 한다. 면역글로불린E(immunoglobulin E; IgE)가 매개하는 선천면역-적응면역 연계 반응성도 IL-3의 작용으로 얻게 되는데 TSLP의 작용은 오히려 IgE-항원 복합체에 대한 호염구의 반응을 낮추어 내부적으로는 최소 두 그룹의 호염구들이 적절한 수적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호염구 과립의 구성물질

  • 히스타민과 세로토닌: 혈관 투과성을 증가시키고 강력한 평활근 수축을 유도해 조직을 향한 혈액의 흐름 촉진
  • 프로테오글리칸(헤파린, 콘드로이틴): 혈액응고 지연 및 엘라스틴분해효소 기능억제
  •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에라스틴분해효소, 리소포스폴리파아제, 트립신가수분해효소)
  • 류코트리엔 C4: 강력한 전염증성 화합물
  • IL-4, IL-6 등 소수의 사이토카인(cytokine)

기능과 역할

  • 성숙한 호염구는 IgE는 물론, IgG, sIgA, IgD 등의 면역글로불린에 대한 수용체들과 다양한 사이토카인/케모카인(IL-3, TSLP, IL-25, IL-33, IL-18, IL-5, CXCL8/IL-8) 및 여러 보체 단백질에 대한 수용체들, 그리고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를 비롯해 세균-유래 물질을 인식할 수 있는 분자들을 세포표면에 발현하고 있어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여 활성화되며 이는 곧 세포질 과립의 방출로 이어져 강력한 염증환경의 조성과 조절에 관여한다.
  • IgE-항원 복합체를 통한 IgE수용체의 교차연결은 즉시 탈과립으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함께 분비되는 IL-4는 Th2의 분화를 유도하는 한편 Th1의 분화를 억제하여 IL-6와 함께 체액성 면역반응(humoral immunity)을 촉진한다. IL-4는 주변세포의 CCL11과 같은 케모카인(chemokine) 분비도 자극해서 호산구의 유입도 촉진하고 대식세포(macrophage)를 비롯한 여러 선천면역세포들의 증식과 분화에도 도움을 제공한다. 호염구가 sIgA-항원 복합체를 인식할 경우에도 히스타민과 류코트리엔 방출이 이어지지만 IgG-항원 복합체가 IgG 수용체-IIb와 만나면 오히려 IgE-매개 반응이 줄어드는데 이 현상은 알레르기항원-특이적 IgG를 활용한 면역치료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세균 등 외래물질의 침입으로 인해 보체계가 활성화되는 과정 중에 C5a, C3a 등의 아나필락시스 독소(anaphylatoxin)들이 생성된다. 이 독소들은 강력한 전염증성 분자로서 호염구에 작용하여 히스타민과 류코트리엔 C4를 방출시켜 염증반응을 더욱 보강한다. 만약 C5a가 주변의 IL-3와 연계한다면 호염구의 IL-4 및 IL-13의 생성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호염구 활성화의 양성되먹임을 주도하여 염증환경을 지속시킨다.
  • 연충류와 같은 체내 기생충 감염에서는 혈청 내 높은 IgE 역가와 함께 Th2 세포, 호산구, 호염구, 비만세포 및 제2형 선천성 림프구 등이 활성화 된다. 활성화된 호염구는 IL-4 분비를 통해 대식세포를 활성화시키고 대식세포는 기생충의 이동을 차단하며 결국 여러 종류의 면역방어 물질의 작용으로 파괴된다. 진드기와 같은 체외 기생충이 파고드는 곳에도 호염구와 호산구가 유입되어 기생충의 성공적인 안착을 막는다.

정상 상태와 천식이 발생한 상태의 기관지의 비교 ()

호염구의 면역병리

호염구가 관여하는 대표적인 면역질환은 일반적으로 알레르기라고 부르는 제1형 과민반응이다. 과민반응(hypersensitive reaction)이란 꽃가루처럼 위험성이 없거나 매우 낮은 외래물질에 대해 격렬하게 일어나는 면역반응을 말한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란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을 일컫는 그리스어원의 용어인데 호산구도 일정 역할을 하지만 특히 비만세포와 호염구의 탈과립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주요하다.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음식 알레르기, 건초열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제1형 과민반응이며 IgE-항원 복합체가 호염구, 호산구, 비만세포의 표면에 발현된 IgE 수용체와 만나며 시작된다. 종종 알러젠(allergen)이라고 부르는 알레르기 항원이 그 항원에 특이적 결합을 할 수 있는 B세포 수용체와 만나면 그 B 세포(B cell)의 증식과 분화가 일어나 그 알러젠에 특이적인 IgE를 다량 분비하게 된다. 바로 이 IgE 항체(antibody)와 체내로 유입된 알러젠이 결합한 복합체가 호염구나 비만세포의 수용체와 만나게 되면 탈과립이 유발되어 매우 빠르고 격렬한 제1형 과민반응이 촉발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호염구가 개입하는 과민증은 아토피성 피부염인데 알러젠이 피부의 표피로 침입하여 그 아래쪽의 진피층에 이르면 주변 혈관에서 빠져나온 호염구 표면의 IgE와 결합하면서 시작된다. 호염구가 분비한 IL-4, IL-13 등과 다른 전염증성 물질들은 진피층의 섬유상세포를 다시 자극하여 CCL11과 같은 케모카인 분비를 유도하고 이들은 연이어 주변 혈관을 지나는 호중구와 호산구를 끌어들이면서 염증반응이 강화된다. Th2 세포들의 침윤이 동반되는 이 과민반응으로 인해 염증이 장기화되고 결국 피부조직의 심한 손상으로 이어진다.

관련용어

선천면역(innate immunity), 세포성면역(cellular immunity), 골수(bone marrow), 세포질(cytoplasm),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 비만세포(mast cell), 알레르기(allergie), 과립구(granulocyte),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 HSC), 면역글로불린E(immunoglobulin E; IgE), 사이토카인(cytokine),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 체액성 면역반응(humoral immunity), 케모카인(chemokine), 대식세포(macrophage), 아나필락시스 독소(anaphylatoxin), 과민성 반응(hypersensitive reaction),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B 세포(B cell), 항체(antibody)

집필

정용석/경희대학교

감수

이충호/동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