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필락시스

아나필락시스

[ Anaphylaxis ]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를 유도하는 항원인 알레르겐(또는 알러젠, allergen)과 항원-특이적인 항체 IgE의 반응으로 인해 세포에서 염증매개 물질이 즉각적으로 분비되어 나타나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이다. 아나필락시스의 증상은 순환계, 호흡기계, 소화기계, 피부 등 전신에서 가려움, 부종, 저혈압, 쇼크 등이 심각하게 나타나며,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의료기관에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림 1. 아나필락시스의 주요 증상인 피부 두드러기 (출처: GettyImages)

목차

발견과 역사

1902년 폴 포르티에(Paul Portier)와 알프레드 리셰(Alfred Richet)는 개에 소량의 말미잘 독소를 반복적으로 주입하였을 때 초기에는 반응이 없으나 나중에는 극소량의 말미잘 독소로도 심각한 쇼크 반응이 나타남을 확인하였고 이러한 과민반응에 대해 반대를 뜻하는 ana와 방어를 뜻하는 phylaxis를 합쳐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 명명하였다. 이후 1906년에 클레멘스 본 피르켓(Clemens von Pirquet)은 항원에 대한 체내 반응기전이 같아도 면역반응과 과민반응으로 나뉘는 것을 발견하였고 정상적인 면역반응과 다른 과민반응을 ‘알레르기’라고 명명하였으며, 1963년 필립 겔(Philip Gell)과 로버트 쿰스(Robert Coombs)는 알레르기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하였다. 이 4가지의 알레르기 유형 중 아나필락시스는 제 1형 알레르기반응에 속하게 된다.

면역학적 기전

Gell과 Commbs의 알레르기 유형 분류에 따르면 아나필락시스는 제 1형 알레르기로 알레르겐에 대한 면역글로불린E(immunoglobulin E; IgE)를 매개하는 급성 체액성 면역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B세포, 호염기구, 비만세포가 아나필락시스의 발병에 주되게 관여하며 발병기전은 다음과 같다.

  • 체내에 알레르기 유발 항원인 알레르겐이 들어오면 대식세포(macrophage)나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 DC)와 같은 항원제시세포가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 후 항원제시세포는 항원을 가공하여 미감작 CD4+ T세포에 제시함으로써 TH2세포로의 분화를 유도하고 면역활성을 일으킨다.
  • 활성화된 TH2세포는 인터루킨-4 (interleukin-4; IL-4)를 분비하고, 이는 미감작 B세포에 존재하는 IL-4 수용체에 의해 인식된다. IL-4를 인식한 미감작 B세포는 알러젠 특이적 IgE를 분비하는 형질세포로 분화된다.
  • 형질세포에 의해 분비된 항원 특이적인 IgE는 일차적으로 알러젠과 반응하여 제거에 사용되기에 초기 알레르겐 노출은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항원에 부착되지 못 하고 남은 일부 IgE는 염증유발세포인 호염기구(basophil)나 비만세포(mast cell)의 세포막 표면에 존재하는 FcεRI과 결합하여 유지된다. 만약 알레르겐에 노출이 반복된다면 염증유발세포 표면에는 다량의 알레르겐 특이적 IgE가 붙을 것이다.
  • 이후 체내에 다시 알레르겐이 들어오게 되면 매우 빠른 속도로 비만세포 표면의 알레르겐 특이적 IgE와 결합하게 되고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칼슘이온에 대한 세포의 투과성을 높이게 되고, 증가한 세포질 내 칼슘이온은 탈과립과 염증매개체의 분비를 유도한다. 탈과립에 의해 분비되는 물질로는 히스타민(histamine), 헤파린(heparin), 단백질분해효소 등이 있고, 면역활성화로 인해 이차적으로 분비되는 물질로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지질 매개물이 있다.
  • 염증유발세포에서 분비된 염증매개체들로 인하여 아나필락시스가 발병한다.

위의 과정과 다르게 알러젠과 IgE의 항원-항체반응이 없더라도 아나필락시스와 비슷한 임상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아나필락시스 유사반응(anaphylactoid reaction)이라 한다. 이 경우 염증유발세포의 탈과립이 알러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운동이나 온도의 변화와 같은 물리적 요소 및 다양한 이유에 의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 2. 아나필락시스의 면역학적 기전 (제작: 한승현/서울대)

원인

아나필락시스를 유발시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염증유발세포 표면의 IgE와 항원-항체 상호작용을 하여 탈과립을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

섭취되는 음식물

음식물로 섭취되는 모든 물질은 아나필락시스 원인 알레르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임상적으로 흔하게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음식물로는 갑각류(새우, 게 등)와 같은 해산물, 밀가루, 메밀, 견과류(땅콩 등), 복숭아, 옻 등이 알려져 있다. 또한 음식물 섭취 후 운동이 ‘음식물 의존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의 원인이 되기 한다.

주입되는 약물 및 곤충독

약물의 경우 아스피린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가장 흔하게 아나필릭시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베타락탐계(β-lactams) 항생제(페니실린 등)와 컴퓨터 단층촬영을 찍을 때 주입하는 혈관 조영제, 국소 마취제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곤충독의 경우 벌독이 가장 흔하며 개미독 또한 원인이 된다.

흡입으로 체내로 들어오는 물질

가장 흔하게 흡입되는 알레르겐으로는 꽃가루가 있으며, 집먼지진드기 등 또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증상

알레르겐에 의한 염증유발세포의 탈과립은 히스타민을 포함한 여러 염증매개체의 분비를 일으키고, 분비된 염증매개체로 인해 혈관 확장 및 투과성 증가, 평활근 수축, 기도 수축, 점액분비, 주변 면역세포 활성화 등이 유발된다. 임상적 증상의 경우 알러젠이 노출된 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심각하게 나타나며 기관에 따라 그 증상이 다양하다.

피부 및 점막

가려움증, 두드러기, 모세혈관 확장과 투과성 증가로 인한 홍조 및 부종 등

호흡기계

콧물, 코막힘, 재채기, 기침, 기도 수축으로 인한 쌕쌕거림 및 호흡곤란 등

소화기계

복통, 오심, 구토, 설사, 요실금, 대변실금 등

심혈관계

혈관 확장과 투과성 증가로 인해 혈장이 빠져나가 나타나는 저혈압, 빈맥,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그 외

조식으로의 산소 전달 감소, 의식저하, 실신 등

관련용어

알레르겐(Allergen), 면역글로불린E(immunoglobulin E; IgE), 대식세포(macrophage),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 DC), 인터루킨(interleukin), 베타락탐계(β-lactams)

집필

한승현/서울대학교

감수

이충호/동국대학교

참고문헌

Abbas, A., Lichman, A., and Pillai, S. 2017. Cellular and Molecular Immunology 9th edn. Elsevier, Amsterdam, Netherl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