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자가면역질환

[ autoimmune disease ]

자가면역 질환(autoimmune disease)은 자신의 면역 시스템이 자기 자신을 공격함으로써 나타나는 질병이다. 즉, 정상적인 자신의 생체 분자(자기, self)나 세포를 면역계가 비자기(non-self) 혹은 제거해야 할 물질로 잘못 판단하고 그들을 공격함에 의해 나타나는 질병인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질환으로는 흔히 알레르기(혹은 알러지, allergy)라고 알려진 과민반응(hypersensitivity)과, 여기서 설명할 자가면역 질환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두가지 모두 우리 자신의 면역에 의해 생기는 질환이다.

기본적으로 면역에 관여하는 면역세포 중에 자기자신의 분자와 반응하는 수용체를 가지는 면역세포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이러한 자기 반응성(autoreactivity)을 가진 면역세포들이 제거되거나 불활성화 되지 않는다면 자가면역 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면역 작용을 나타내는 림프구들이 골수(bone marrow) 혹은 갑상선(thymus)에서 성숙되는 동안 자기 반응성이 있는 수용체를 가진 림프구들은 세포자살(apoptosis)에 의해 제거되거나, 무반응(anergic) 세포로 변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비자기와 반응하는 면역 세포만 남게 되는데, 이런 상태를 자기에 대한 면역관용(immune tolerance), 즉 자기관용(self-tolerance)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가면역 질환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면역관용에 대해 알아야 한다.

목차

면역관용(immune tolerance)

면역관용이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면역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기전이다. 그러므로 면역관용 기전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자가면역 질환이 발생한다. 이와 유사하게 비자기라 하더라도 크게 유해하지 않고 빈번히 노출되는 비자기의 경우에는 면역기전이 나타나지 않거나 약하게 나타나야 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나타나면 과민반응이 나타나게 된다(그림 참조).

자가면역 질환과 과민반응 (제작: 이준희/부산대)

면역관용의 기본은 자기와 비자기의 구분이지만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암세포는 자기이지만 비정상적인 자기이기 때문에,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는 것 이상으로 자기 중에서도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자기라 하더라도 과민반응을 막으려면 해가 되지 않고 빈번히 노출되는 비자기에게는 면역반응이 억제되어야 한다. 장내에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이 있고, 이들이 빈번히 장의 상피세포층 내로 들어오지만 염증 반응은 잘 일어나지 않는데, 이는 이 부분에 있는 면역세포들이 외부에서 들어온 미생물을 제거하면서도 염증성 싸이토카인들의 분비는 억제하기 때문이다.

면역관용은 아예 항원에 대한 면역이 없는 면역 결핍(immune deficiency)와는 다르다. 면역관용은 면역 시스템이 항원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거나, 아주 약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면역 결핍이 아닌 면역 무반응(immune unresponsiveness)을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면역관용은 자기에 대해 형성되지만, 비자기에 대해서도 면역관용이 형성되기도 하는데, 보통 많은 양의 항원이 들어오거나, 그 항원이 체내에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그 항원에 대해 면역관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면역관용의 종류

면역관용에는 중추 면역관용(혹은 중심 면역관용, central tolerance)과 말초 면역관용(혹은 주변 면역 관용, peripheral tolerance)이 있다. 또한 B 세포에서 나타나는 면역관용과 T 세포(T cell)에서 나타나는 면역관용이 있다.

자기에 대한 면역 관용(자기 관용)의 기전
갑상선 내 T 세포의 음성 선택 T 세포, 충추 면역관용 기전
갑상선에서 T 세포의 음성 선택이 일어날 때 갑상선에서 여러 조직의 특이적 단백질이 발현되도록 함(AIRE) T 세포, 충추 면역관용 기전
조절 T 세포에 의한 자가면역 반응의 억제 T 세포, 말초 면역관용 기전
골수 내 B 세포의 음성 선택 B 세포, 중추 면역관용 기전
순환계로 나온 자기 반응성 B 세포와 T 세포의 무반응(anergy) 유도 말초 면역관용 기전
뇌, 안구, 고환 등 특정 위치에 림프구가 가지 않도록 함 기타 면역관용 기전

중추 면역관용은 자기반응성이 있는 B 세포(B cell)와 T 세포의 발달을 각각 골수와 갑상선에서 억제함에 의해 나타나는 면역관용이다. B 세포와 T 세포가 각각 골수와 갑상선에서 성숙하는 과정에서는 골수와 갑상선에 존재하는 세포의 표면에 제시되어 있는 자기 항원과 상호작용을 해 보아 자기반응성이 있는 수용체를 가지는 것들이 있을 경우 세포자살을 유도하여 제거하는 음성 선택(negative selection)이 일어난다. 이와는 달리 순환계로 나온 이후에 자기 반응성이 있는 세포들에 대해 작용하는 것이 말초 면역관용이다. 만약 자기 항원에 대해 반응성이 있으면 그 면역 세포를 무반응 상태(anergy)로 만듦으로써 면역관용이 일어나게 한다.

T 세포의 경우 갑상선에서 성숙하는 동안 갑상선 내의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 DC), 대식세포(macrophage) 혹은 기타 다른 세포들과 계속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때 이들이 주요 조직 적합성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 위에 제시하고 있는 자기 단백질에 너무 높은 친화력을 보이는 T 세포 수용체(T cell receptor)를 가진 T 세포가 있으면 음성 선택을 통해 제거한다. T 세포의 중추관용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신체 각 조직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들이 갑상선의 상피세포에서도 발현되도록 하여 이들과 반응하는 T 세포가 음성 선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조절하는 것이 AIRE(autoimmune regulator)이다. AIRE는 수 백 가지 조직 특이적 유전자들이 갑상선의 상피 세포 중 일부에서 전사될 수 있도록 조절하는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이다. 이 인자 덕분에 갑상선 내에서 성숙하는 T 세포가 갑상선 밖에서 발현되는 자기 단백질들에 대해 면역 관용을 나타낼 수 있게 된다. 이 인자가 결핍된 사람은 autoimmune polyendocrinopathy-candidiasis-ectodermal dystrophy(APECED)라고 하는 심각한 자가 면역질환 상태에 놓이게 된다. APECED는 여러가지 조직 단백질에 대해 동시 다발적으로 자가 면역 질환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T 세포의 말초 관용은 T 세포가 갑상선을 떠나 순환계로 들어왔을 때 일어나는 면역관용 기전으로, 조절 T 세포(regulatory T cell, Treg)에 의한 자기반응성 T 세포의 억제가 주요한 기전이다.

B 세포에 의한 면역관용 또한 중추 면역관용과 말초 면역 관용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중추 면역관용은 B 세포가 골수에서 성숙하는 동안 골수 세포 표면의 자기 항원들에 노출되는데, 이때 자기 항원과 상호작용을 할 경우 light chain에 수용체 편집(receptor editing)을 유도하여 자기 항원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수용체로 바꾸는 것을 시도하고, 그래도 여전히 자기 항원과 상호작용을 할 경우 세포 자살을 유도하여 제거하는 방법으로 일어난다. B 세포의 말초 면역관용은 B 세포가 골수를 빠져나와 순환계로 들어갔을 때, 만약 자신의 수용체가 수용성 자기 항원과 결합할 경우 무반응(anergic) 상태로 바꾸는 신호를 줌으로써 일어난다.

종류와 기전

자가면역 질환의 원인과 기전은 사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대략 그 기전은 크게 Type II, III, IV로 나누어 진다. 하지만 이러한 기전의 분류는 전형적인 경우에 대한 것으로, 실제 질병은 여러 기전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분류는 과민반응의 기전을 나눌 때도 사용되지만, 자가면역 질환에서는 IgE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Type I은 없고 Type II, III, IV 기전만 있다. Type II 기전은 세포의 표면 혹은 조직의 기질에 존재하는 항원에 항체(주로 IgG)가 결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이 항원이 자기 항원이면 Type II 자가면역 질환이라 하는 것이고, 외부 물질에 의해 변형된 항원이면 Type II 과민반응이라고 한다. Type III는 항원-항체 복합체의 침적에 의해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혈관 내벽, 관절, 신장 등에 많이 나타난다. Type IV는 T 세포에 의해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아래 표에 각 유형별 자가면역 질환의 예가 제시되어 있다.

Type II 기전 자가 면역 질환 (세포 표면 또는 기질에 있는 항원에 대한 항체에 의해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
질환명 원인이 되는 자기 항원 예후
자가면역성용혈성빈혈
(Autoimmune hemolytic anemia)
Rh 항원(Rh blood group antigens), I 항원(I antigen) 보체와 식세포에 의한 적혈구 파괴, 빈혈
특발성혈소판감소성자반병
(Autoimmune thrombocytopenia purpura)
Platelet integrin glycoprotein Iib/IIIa 이상출혈
굿파스처증후군
(Good pasture’s syndrome)
기저막 Type IV 콜라겐의 α3 chain 사구체신염, 폐출혈
심상성 천포창
(Pemphigus vulgaris)
표피층의 cadherin 피부 수포
낙엽상 천포창
(Pemphigus foliaceus)
데스모글레인(Desmoglein) 가벼운 피부 수포
급성 류마티스열
(Acute rheumatic fever)
연쇄상구균 세포벽 항원(Streptococcal cell wall antigen)과 심근에 교차 반응하는 항체 관절염, 심근염, 심장 판막 손상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용체 Hyperthyroidism
갑상선 기능 항진증
중증 근무력증
(Myasthenia gravis)
아세틸콜린 수용체 점점 약해짐
제 2형 당뇨
(Type 2 diabetes, insulin-resistant diabetes)
Insulin receptor(antagonist)
인슐린 수용체(길항작용)
고혈당, 케톤산증
저혈당증
(Hypoglycemia)
Insulin receptor(agonist)
인슐린 수용체(상승작용)
고혈당

Type III 기전 자가 면역 질환 (항원-항체 복합체에 의해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
질환명 원인이 되는 자기 항원 예후
아급성세균심내막염 (Subacute bacterial endocarditis) 세균성 항원 사구체신염(Glomerulonephritis)
혼합 저온글로불린혈증 (Mixed essential cryoglobulinemia) Rheumatoid factor IgG 복합체(C형 간염 항원이 존재하거나 없음) 전신성 혈관염 (Systemic vasculitis)
전신성 홍반성 낭창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DNA, 히스톤(histone), 리보좀(ribosome), snRNP, scRNP 사구체신염, 혈관염(vasculitis), 관절염

Type IV 기전 자가 면역 질환 (T 세포에 의해 매개되어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
질환명 원인이 되는 자기 항원 예후
제 1형 당뇨(Type 1 diabetes(insulin-dependent diabetes mellitus) 췌장 β 세포 항원 췌장 β세포 파괴
류마티스성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알려지지 않은 활막성 관절(윤활관절) 항원(synovial joint antigen) 관절 부위 염증과 파괴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수초의 염기성 단백질(Myelin basic protein),
프로테오리피드 단백질(proteolipid protein)
뇌 손상, 마비

관련용어

과민성 반응(Hypersensitive reaction), 알레르기(allergie), 골수(bone marrow), 면역관용(immune tolerance), 면역 결핍(immune deficiency), T 세포(T cell), B 세포(B cell),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 DC), 대식세포(macrophage), 주요 조직 적합성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 T 세포 수용체(T cell receptor)

집필

이준희/부산대학교

감수

최경희/원광대학교

참고문헌

  1. Parham, P. 2014. The Immune system. 4th edn., Garland Science, New York, USA.
  2. Kindt, T.J., Goldsby, R.A., and Osborne, B.A. Kuby Immunology. 6th edn., Freeman and Company, Macmillan Publishers, New York, USA.
  3. 감염미생물·면역분과학회. 약품 미생물학. 2판. 라이프 사이언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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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1 : 자가면역 질환에서의 면역

그림 5-1 : 자가면역 질환에서의 면역 출처: 해부 병태생리로 이해하는 SIM 통합내과학 7 : 면역 · 알레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