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번역

[ translation ]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번역(translation)이란 mRNA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하여 리보좀(ribosome)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DNA로부터 전사된 모든 RNA가 번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종류의 RNA 중에서 리보솜에 의해 암호가 풀려 번역되는 RNA는 mRNA(messenger RNA; 전령 RNA)이다. tRNA(transfer RNA; 운반 RNA), rRNA(ribosomal RNA), 리보자임(ribozyme) 등은 번역이 되지 않고, RNA 자체가 최종 유전자 산물로 생체 활성을 나타낸다. 최종적으로 번역이 되지 않는 RNA를 비암호화 혹은 비부호화 RNA(non-coding RNA; ncRNA)라고 하는데, 진핵생물(eukaryote)의 경우 전체 RNA에서 ncRNA가 차지하는 비율이 95%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차

유전자의 발현

유전물질인 DNA에 저장된 유전자 정보가 최종적으로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단백질로 발현되는 것을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라고 하는데, 유전자 발현은 2단계를 거쳐 일어난다. 첫번째 단계는 핵산인 DNA의 염기서열 정보가 다른 형태의 핵산인 RNA의 염기서열 정보로 전사(transcription)되는 과정이고, 두번째 단계는 핵산인 RNA의 염기서열 정보가 아미노산 서열 정보로 번역(translation)되는 과정이다 (그림 1).

DNA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는 DNA 복제(DNA replication) 과정을 통해 동일한 정보를 가진 동일한 물질 즉, 자손 DNA로 전달된다. DNA의 정보가 RNA의 정보로 변화되는 과정을 전사라고 한다. 전사를 통해 생성된 물질인 RNA는 DNA와 다르지만 전사된 RNA에는 DNA에 저장된 정보와 1: 1로 대응하는 동일한 정보가 들어있다. 즉, DNA의 복제와 전사는 모두 1: 1 대응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유전자 발현의 최종단계인 번역을 통해서는 염기서열 형태의 언어가 다른 종류의 언어인 아미노산 서열 형태의 언어로 변환, 즉 번역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3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코돈 정보가 하나의 아미노산 정보로 변환되는데, 코돈의 수는 60개 정도이고 아미노산의 수는 20개 정도이기 때문에 코돈과 아미노산은 다대일 대응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아미노산 서열 정보로부터 mRNA 혹은 DNA의 정보를 역으로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1: 1 대응 함수만이 역함수를 가질 수 있으므로, 복제된 DNA로부터 (역복제를 통해) 주형 DNA를 복제하거나, 전사된 mRNA로부터 역전사를 통해 주형으로 사용된 DNA를 정보 손상없이 만들어 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번역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역번역을 통해) 주형으로 사용된 mRNA의 정보를 손상없이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번역이라고 할 때 리보솜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합성 과정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보솜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mRNA에 존재하는 코돈(codon)을 tRNA가 가지고 있는 안티코돈(anticodon)과 단순히 대응시킨 후, 아미노산 사이에 펩티드 결합을 형성하는 것이다. 즉, 리보솜에서는 코돈의 염기서열 정보를 동일한 형태의 정보인 안티코돈 염기서열로 변환시키는 과정만이 일어난다.

실제로 코돈에 염기서열의 형태로 저장된 정보를 아미노산 정보로 변환시키는 과정은 리보솜에 의해 일어 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아미노산을 이에 대응하는 tRNA에 결합시켜주는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aminoacyl tRNA synthetase, aaRS, ARS)에 의해 일어난다.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는 tRNA의 안티코돈만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tRNA의 구조를 인식하여 tRNA에 해당하는 아미노산을 결합시켜 준다. 따라서, 서로 다른 언어로 기록된 코돈과 아미노산 사이를 번역하는 것은 리보솜이 아니라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라고 볼 수 있으며, 이 단계가 번역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유전 정보의 복제 및 발현 (제작: 이진원/한양대)

DdDp DNA-dependent DNA polymerase
DdRp DNA-dependent RNA polymerase
RdDp RNA-dependent DNA polymerase
RdRp RNA-dependent RNA polymerase

번역의 단계 및 메커니즘

번역 과정은 개시(initiation), 신장(elongation), 종료(termination)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들 단계 앞에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에 아미노아실 tRNA(아미노산이 결합된 tRNA) 합성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개시(initiation)

번역은 N-말단으로부터 시작해서 C-말단까지 새로운 아미노산을 첨가시키는 일련의 반복된 과정인데, 개시 단계는 mRNA, 리보솜의 소단위체(원핵생물의 경우 30S와 50S, 진핵생물 세포질의 경우 40S와 60S), 개시 tRNA, 개시인자(intiation factor; IF, 진핵생물의 경우에는 eukaryotic initiation factor; eIF) 등이 결합하여 개시복합체(intiation complex)를 형성하는 단계이다.

고균(archaea)과 진핵생물의 세포질에서는 개시 단계에서 일반적인 메싸이오닌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나 진핵생물의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엽록체 등은 개시 단계에서 α-아미노기가 포밀기(formyl group; CHO-)로 봉쇄된 메싸이오닌(methionine; Met), 즉 N-포밀메싸이오닌(N-formyl methionine; fMet)을 사용한다. 이후 포밀메싸이오닌으로부터 포밀기가 제거되어 메싸이오닌이 된다. 하지만, 이들도 번역의 신장 과정 중에 나오는 AUG 코돈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메싸이오닌을 사용한다.

신장(elongation)

C-말단에 아미노산이 첨가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서 폴리펩티드의 길이가 늘어나는 과정으로, 아미노아실-tRNA 결합, 펩티드 결합 형성(peptide bond formation), 위치이동(translocation)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리보솜에는 tRNA가 결합할 수 있는 3곳의 자리를 가지고 있는데, A 자리(aminoacyl site, acceptor site), P 자리(peptidyl site), E 자리(exit site)가 그것이다 (그림 2).

신장 단계가 시작될 때, P 자리에는 tRNA가 결합해 있고 A와 E 자리는 비어 있는 상태이다. 개시 바로 다음 단계인 경우에는 P 자리에 개시 tRNA (fMet-tRNA 혹은 Met-tRNA)가 결합해 있는 상태이고, 신장 중인 경우라면 바로 전 신장 단계까지 합성된 펩타이드와 결합한 펩티딜 tRNA(peptidyl tRNA)가 결합해 있다.

신장의 첫 번째 단계는 A자리의 코돈에 대응하는 안티코돈을 가진 아미노아실-tRNA(aminoacyl tRNA)가 신장 인자(elongation factor; EF)들의 도움을 받아 A 자리에 결합하는 단계이다.

신장의 두 번째 단계는 펩티드 결합 형성 단계로 P 자리와 A 자리에 존재하는 아미노산 사이에 펩티드 결합이 형성되는 단계이다. P 자리에 있는 아미노산(혹은 신장 중인 경우라면 폴리펩티드)의 C-말단 카복실기와 A 자리에 있는 아미노산의 N-말단 아미노기 사이에 펩티드 결합이 형성됨으로써 P 자리의 tRNA에 결합되어 있던 아미노산 혹은 신장 중인 폴리펩티드가 A 자리의 tRNA로 전달되는 펩티딜전달(transpeptidation) 반응이다. 이 반응을 촉매하는 펩티딜 전달효소(peptidyl transferase) 활성은 대단위체(원핵생물은50S, 진핵생물은 60S)에 존재하는데, 단백질 성분이 아니라 순수하게 rRNA 성분(50S는 23S rRNA, 60S는 28S rRNA)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펩티딜 전달효소(peptidyl transferase)는 라이보자임(ribozyme)의 일종이다.

신장의 세 번째 단계는 위치이동(translocation)으로 리보솜이 mRNA의 3’ 방향으로 코돈 1개의 거리 (약 20Å)만큼 이동하는 것이다. 즉, 이 단계에서는 P 자리에 있던 빈 tRNA가 E 자리로 이동한 후 리보솜을 떠나게 되고, A 자리에 있던 펩티딜 tRNA는 P 자리로 이동하며, 그 결과 비어 있게 되는 A 자리에는 그 다음 새로운 코돈이 위치하게 된다. 이후 다시 신장의 1번째 단계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2. 리보솜에 의한 단백질 합성 과정 (출처: )

종결(termination)

리보솜의 A 자리에 종결코돈(UAA, UAG, UGA)이 위치하게 되면 이들 종결코돈에 해당하는 tRNA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리보솜은 더 이상 단백질 합성을 진행할 수 없게 되어 멈추게 된다. 박테리아의 경우, 3종류의 방출인자(release factor; RF)가 관여함으로써, 합성된 폴리펩티드를 tRNA로부터 분리시켜 리보솜으로부터 방출시키고, 70S 리보솜을 30S 리보솜과 50S 리보솜으로 분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F1과 RF2는 tRNA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리보솜의 A 자리에 들어 갈 수 있다. 이때, RF1은 UAA와 UAG 종결코돈을 인식하고, RF2는 UAA와 UGA 종결코돈을 인식한다. RF1 혹은 RF2가 A 자리에 결합하면, 리보솜의 펩티딜 전이효소 활성에 의해 P 자리의 폴리펩티드 C-말단에 물분자가 전달되어 tRNA로부터 폴리펩티드가 떨어져 나오게 된다. RF3는 RF1과 RF2이 리보솜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핵생물 세포질에서는 2종류의 방출인자 (eukaryotic release factor; eRF)가 있는데, eRF1은 RF1과 RF2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어 3종류의 종결코돈을 모두 인식하고, eRF3는 RF3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용어

리보좀(ribosome), 리보자임(ribozyme), 리보좀 RNA(rRNA), mRNA, 진핵생물(eukaryotes), 전사(transcription), DNA 복제(DNA replication), 코돈(codon), 원핵생물(prokaryote),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집필

이진원/한양대학교

감수

정우현/덕성여자대학교

참고문헌

Nelson, D.L. and Cox, M.M. 2008. Lehninger Principles of Biochemistry. 5th edn. Freeman, New York, USA.